[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은행권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잔금대출(집단대출)을 중심으로 대출 공급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하반기 입주를 앞둔 실수요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 은행들이 모기지보험(MCI·MCG) 제한, 대환대출 중단 등 상품별·채널별 관리 강화에 나선 가운데 향후에는 잔금대출까지 관리 대상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6일부터 MCI·MCG 신규 가입을 제한하고 타 금융회사 대출 상환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취급도 중단했습니다. MCI·MCG 가입이 제한되면 소액 임차보증금 공제 없이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가 줄어 실제 대출 가능 금액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나은행도 같은 날부터 MCI·MCG 신규 가입을 한시적으로 중단했습니다. 하나은행은 주택담보대출 관리와 실수요자 중심의 안정적인 금융 공급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NH농협은행 역시 앞서 MCI·MCG 가입을 제한한 데 이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2~0.3%p 인상하고 일부 상품의 최장 대출 기간을 40년에서 30년으로 축소하는 등 관리 강도를 높였습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도 신용대출 한도 조정과 마이너스통장 관리, 대출 심사 강화 등을 통해 가계대출 증가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습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모기지보험 가입이 막히면 실제 차주가 활용할 수 있는 대출 규모는 줄어든다"며 "가계대출 공급 관리 방식을 세분화하는 것으로 대표적 실수요 자금인 집단대출 취급 규모도 조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잔금대출은 분양 아파트와 재건축 단지 입주 시점에 실행되는 집단대출로, 한 번에 대규모 자금이 집행되는 만큼 은행 입장에서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 수단으로 활용하기 쉽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은행권은 잔금대출이 투기성 대출이 아닌 입주를 위한 실수요 자금이라는 점에서 일괄적인 축소에는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잔금대출은 입주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이라는 점에서 일반 가계대출과 성격이 다르다"면서도 "가계대출 관리 상황에 따라 보수적인 운영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잔금 납부를 앞둔 차주들은 대출 한도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잔금대출을 확보하지 못하면 계약금과 중도금을 납부한 이후에도 입주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인데요. 한 예비 입주자 A씨는 "분양 당시에는 잔금대출이 당연히 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며 "최근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입주 계획이 흔들릴까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경기권 신규 입주를 앞둔 B씨도 "중도금까지는 정상적으로 진행됐는데 마지막 잔금 단계에서 대출 문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를 들으니 불안하다"며 "갑자기 수천만 원이 아니라 억 단위 자금을 마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은행마다 심사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하니 어디서 대출을 받을 수 있을지도 걱정"이라며 "실수요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예측 가능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올 하반기 수도권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4만4613가구로 상반기보다 8.0% 증가할 전망입니다. 서울 1만1490가구, 경기 2만4425가구, 인천 8698가구 등 대규모 입주가 예정돼 있지만 잔금대출 공급이 줄어들 경우 입주 예정자들의 자금 부담은 커질 수 있습니다.
서울 시내의 한 영업점에 주택담보대출 상품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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