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유럽연합(EU)이 이달 1일부터 국가별 무관세 철강 수입 물량을 대폭 줄인 가운데, 한국산 철강의 무관세 쿼터 삭감 폭이 당초 우려보다 낮은 수준에 그치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습니다. 미국발 관세 부담에 이어 EU 수출길까지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컸지만, 한국 전용 쿼터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면서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1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기존 철강 세이프가드를 대체하는 새 철강 수입 규제 운영 계획과 국가별 철강 쿼터 물량을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발표했습니다. 이날부터 발효되는 이번 조치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EU 내 안보 위기의식과 역내 철강산업 보호 필요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됩니다.
이번 조치로 EU의 연간 무관세 철강 수입 물량은 기존 3382만톤(t)에서 1835만t으로 약 46% 감소했습니다. 쿼터를 초과하는 수입 물량에는 현행 25%보다 두 배 높은 50% 관세가 적용됩니다.
여기서 한국은 다른 국가와 경쟁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한국 전용 국가 쿼터 207만3000t을 확보했습니다. 이는 기존 한국 쿼터 258만1000t 대비 약 19.7% 감소한 수준입니다. EU 전체 무관세 쿼터 축소 폭인 약 46%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여기에 한국은 EU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지위를 바탕으로 국가 간 경쟁을 통해 추가로 활용할 수 있는 공용 쿼터 147만5086t에 대한 접근 권한도 확보했습니다. 국내 기업들이 공용 쿼터를 적극적으로 확보할 경우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는 총 물량은 최대 354만8000t 수준까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철강업계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입니다. EU는 국내 철강업계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자동차강판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이 높습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철강재 수출 물량 총 2824만9369t 중, EU향 수출은 388만4197t으로 전체의 13.7%를 차지해 가장 많았습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EU향 수출은 이전부터 쿼터제가 적용돼 온 만큼 한정된 물량 안에서 마진이 높은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이뤄져왔다”며 “무관세 쿼터가 줄어 가격 경쟁력과 수익성 모두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한국산 쿼터 삭감 폭이 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정해지면서 일단 한숨을 돌린 분위기”라고 했습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신중한 분위기입니다.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는 가운데, 중국과 일본 등 주요 철강 수출국이 규제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 통상 갈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올해 1월 도입된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도 변수로 남아 있습니다. CBAM은 철강 등 탄소 배출이 많은 제품을 EU로 수출할 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에 따라 추가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쿼터 배분으로 단기적인 수출 충격은 줄었지만, 보호무역 강화와 탄소 규제 확대라는 흐름은 계속되고 있다”며 “저탄소·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전환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