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권 점포 축소와 그에 따른 금융 접근성 훼손을 막기 위해 은행대리업 시범사업을 시작합니다. 다만 은행대리업이 실질적 대안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우체국 등 위탁채널의 불완전판매를 예방하는 등 소비자 보호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영업점을 찾은 고령 고객이 은행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5년 새 점포 690곳 감소…우체국서 대출 상담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은행대리업 시범운영 방안'을 발표하고 오는 20일부터 우정사업본부와 함께 은행대리업 시범사업을 시작합니다.
시범사업은 경북·경남·충청·강원·전북·전남 등 6개 권역 총괄우체국 20곳에서 우선 실시됩니다. 은행 점포 방문이 어려운 주민들은 가까운 우체국에서 KB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개인신용대출과 정책서민금융상품인 새희망홀씨 등 총 8개 대출상품을 상담하고 신청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소비자가 은행별 영업점을 직접 방문하거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개별 상품을 확인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우체국 한 곳에서 여러 은행의 상품을 비교한 뒤 자신에게 적합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금융위는 우선 개인신용대출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한 뒤 취급 상품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은행대리업을 통해 대출을 이용하는 고객에게는 은행별로 평균 0.2%p 수준의 우대금리도 제공됩니다.
이번 제도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은행 영업점을 보완하기 위한 대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비대면 금융 이용이 일상화되면서 은행들은 비용 효율화를 위해 점포 통폐합을 지속해 왔지만 그 과정에서 지방과 고령층을 중심으로 금융 접근성이 낮아졌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실제로 올해 3월 말 기준 한국은행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국내 영업점은 3368곳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2020년 3월 말 4058곳과 비교해 690곳(17.0%) 감소한 규모입니다.
일부 은행은 출장소를 확대하며 영업 공백을 보완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점포 축소 흐름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은행권은 모바일뱅킹과 인터넷뱅킹 이용 증가에 맞춰 디지털 채널을 강화하고 영업점을 대형화·복합화하거나 인근 점포를 통합 운영하는 방식으로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만 점포 축소가 금융 소비자의 편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모바일 금융 이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과 지방 거주자의 경우 대면 금융서비스 이용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지방을 중심으로 은행 점포가 사라지면서 금융 사각지대가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전국 우체국망을 활용해 이러한 공백을 메우겠다는 구상입니다. 은행이 직접 점포를 다시 확대하기보다 기존 공공 인프라를 활용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접근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것입니다.
또 은행대리업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소비자 보호 체계를 얼마나 촘촘하게 마련하느냐가 제도 성공의 핵심으로 꼽힙니다.
가장 큰 과제는 불완전판매 방지인데요. 우체국 직원이 여러 은행의 대출상품을 안내하는 과정에서 상품별 금리와 상환 조건, 우대금리 적용 기준 등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거나 특정 상품 위주로 상담이 이뤄질 경우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금융상품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고령층이 주요 이용 대상이라는 점에서 설명 의무를 강화하고 표준화된 상담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은행별 상품 특성과 대출 조건을 충분히 비교·설명할 수 있도록 교육과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의견입니다.
생활권 금융 안착 '소비자 보호' 관건
대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것도 과제로 꼽힙니다. 우체국은 상담과 신청 접수를 담당하지만 최종 대출 심사와 승인, 사후 관리는 은행이 맡는 구조입니다. 이에 따라 민원이나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은행과 대리업자 간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고 소비자가 혼선을 겪지 않도록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대리업은 점포 축소에 따른 금융 공백을 보완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제도"라며 "접근성을 높이는 것만큼 소비자가 상품을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설명 의무와 소비자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금융위는 은행대리업과 함께 지방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이 함께 대출을 취급하는 공동대출도 추진합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비대면 플랫폼과 지방은행의 지역 기업 심사 역량을 결합해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금융위는 이달 중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여부를 검토한 뒤 내년 중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입니다.
이처럼 금융권에서는 이번 대책이 단순히 대출 창구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은행 점포 감소 시대에 새로운 금융 전달 체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생활권 금융이 실질적인 금융 포용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접근성 확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입니다. 금융 소비자가 상품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불완전판매를 예방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한편, 상담부터 사후 관리까지 책임 체계를 명확히 구축해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대리업은 단순히 점포를 대신하는 제도가 아니라 금융 접근성과 소비자 보호가 함께 작동해야 성공할 수 있는 새로운 금융 전달 체계"라며 "접근성과 안전성을 함께 확보하는 것이 제도 안착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의 시중은행 ATM 창구 전경. (사진=뉴시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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