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부실 '비제조업 쏠림' 심화
2026-07-07 14:43:27 2026-07-07 15:09:05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국내 은행의 기업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도소매·숙박음식 등 비제조업 대출 쏠림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출 규모가 커진 업종을 중심으로 부실 위험도 확대되면서 은행권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서울 시중은행 대출 창구. (사진=뉴시스)
 
부동산 등 쏠림 심화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대출 규모 자체는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습니다. 2020년 3월 534조원 수준이던 국내은행 기업대출은 코로나19 이후 유동성 확대와 정책금융 영향으로 2021년 631조원, 2022년 698조원, 2023년 759조원, 2024년 813조원을 거쳐 올해 3월 854조원까지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업종별 증가 흐름은 달랐습니다. 제조업 대출은 2020년 142조원에서 올해 3월 216조원으로 74조원(52.1%) 증가했지만, 부동산 및 임대업은 같은 기간 139조원에서 220조원으로 81조원(58.3%) 늘어나며 더 큰 폭으로 확대됐습니다.
 
도·소매업 대출은 2020년 77조원에서 올해 3월 117조원으로 40조원(51.9%) 증가했고, 숙박·음식업도 30조원에서 43조원으로 13조원(43.3%) 늘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회복 과정에서 내수 업종의 자금 수요가 확대된 영향으로 기업대출이 제조업보다 내수 업종 중심으로 늘어난 흐름을 나타냈습니다. 특히 기타 업종은 112조원에서 207조원으로 95조원(84.8%) 증가했는데요. 기업대출 증가분 상당 부분이 비제조업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주요 은행들의 기업대출 확대 과정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KB국민은행의 기업대출은 2020년 123조원에서 올해 3월 190조원으로 67조원(54.5%) 증가했는데요. 같은 기간 제조업은 36조원에서 47조원으로 11조원(30.6%) 증가한 반면, 부동산 및 임대업은 29조원에서 55조원으로 26조원(89.7%) 확대됐습니다.
 
신한은행 역시 기업대출이 109조원에서 188조원으로 79조원(72.5%) 증가하는 동안 제조업은 34조원에서 53조원으로 19조원(55.9%), 부동산 및 임대업은 26조원에서 50조원으로 24조원(92.3%) 각각 증가했습니다. 하나은행은 기업대출이 103조원에서 173조원으로 70조원(68.0%) 증가했고, 우리은행은 100조원에서 150조원으로 50조원(50.0%), NH농협은행은 96조원에서 151조원으로 55조원(57.3%) 늘었습니다. 
 
은행권의 기업금융 확대 전략 속에서 기업대출 규모는 커졌지만 성장의 무게중심은 제조업보다는 부동산·서비스업 등 내수 업종으로 이동했다는 분석입니다. 제조업은 수출과 글로벌 경기 흐름에 따라 회복 가능성이 있는 반면, 도소매·숙박음식 등 내수 업종은 소비 경기와 금리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이에 따라 경기 둔화 국면에서는 특정 업종 중심의 대출 확대가 은행 건전성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기업들의 운영자금 수요가 늘어난 데다, 부동산 시장 호황기에 관련 대출 수요가 확대됐고 여기에 제조업 투자가 글로벌 경기 둔화와 수출 환경 변화로 제한적인 흐름을 보였다"면서 "반면 서비스업과 자영업 중심 대출은 꾸준히 증가하면서 업종별 격차가 커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업대출 건전성 부담 
 
기업대출 구조 변화는 실제 건전성 지표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은 0.7%로 가계대출 연체율 0.4%보다 0.3%p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이후 0.6~0.8% 범위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반면, 가계대출 연체율은 0.4% 안팎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부실 위험의 중심에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개인사업자 부실은 내수 업종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신용정보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3월 기준 개인사업자의 금융채무불이행 등록 금액은 13조1000억원으로, 2022년 말 7조8000억원 대비 68% 증가했습니다.
 
업종별로 보면 운수업과 교육서비스업 등이 포함된 기타 비제조업이 5조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도·소매업이 3조원, 숙박·음식점업이 1조9000억원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특히 숙박·음식점업은 2022년 말 7000억원 수준에서 약 2.7배 증가하며 가장 빠른 부실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기타 비제조업과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등 골목상권 관련 부실 규모는 9조9000억원으로 전체의 75.6%를 차지했고, 연체 건수 기준으로는 86.8%에 달했습니다. 반면 제조업의 금융채무불이행 등록 금액은 약 2조원 수준으로 전체의 15%대에 그치며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금융권에서는 기업대출 규모 확대보다 중요한 것은 대출 구조의 안정성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대출 증가가 특정 업종에 집중될 경우 경기 둔화 시 부실이 빠르게 확대되고 충당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은행의 수익성 측면에서 봐도 금리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자이익 증가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앞으로는 비이자이익 확대뿐 아니라 자산건전성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대출은 지난 6년간 양적으로 크게 확대됐지만, 내부 구조는 제조업보다 부동산과 내수 중심으로 변화했다"며 "경기 확장기에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지만 경기 둔화기에는 특정 업종 쏠림이 부실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앞으로는 대출 성장 자체보다 어떤 구조로 성장했는지, 그리고 이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 시내 은행 영업점 대출 창구. (사진=뉴시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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