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로 세계 최대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 우려가 고조되며 국내 정유업계 원유 공급망에 또다시 비상이 걸렸습니다. 중국 정유사들마저 가동률 관리에 나선 가운데 국제유가 급등과 고환율 압박이 겹치며 선박 간 환적, 대체 항로를 통한 조달 차질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추가 계약이 시급한 9월 이후 물량 확보가 국내 석유 수급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미군 중부사령부가 이란 군사시설에 대한 추가 공격을 발표한 가운데 장소를 특정할 수 없는 지역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미 중부사령부/로이터/연합뉴스)
13일 업계 및 외신 등에 따르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12일(현지시각) 승인되지 않은 항로 통항을 이유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한 가운데 미국이 정밀 유도 무기로 이란 군사 목표물 140개를 보복 공습하면서 중동 정세가 전면전 위기로 치닫고 있습니다.
중동 긴장 고조로 국제 원유 시장이 요동치면서 이날 오전 브렌트유 선물은 3.7% 오른 배럴당 78.86달러를 기록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3% 이상 상승한 배럴당 74.05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국내 정유사들이 주로 도입하는 두바이유 역시 7월 초 배럴당 63달러대에서 고개를 들어 다시 70달러선을 넘어섰습니다.
글로벌 원유 공급망 불안이 커지면서 중국 당국도 정제 시설 가동률 관리에 나섰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이날 중국 정부는 페르시아만 무력 충돌과 미국의 이란 제재 예외 조치 철회 등으로 호르무즈 해협 수송 차질 우려가 확산하자, 최소 2곳 이상의 대형 정유사에 가동률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것을 요구하며 선제적인 원유 공급 차질 대비에 돌입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 화물선들. (사진=AFP/연합뉴스)
국내 정유사들은 산유국에서 직접 원유를 운송하는 일반적인 방식이 막히자 유조선에서 다른 선박으로 원유를 옮겨 싣는 선박 간 환적(STS) 방식까지 동원해 왔습니다. 선박 간 환적은 운송 시간과 비용이 대폭 늘어나는 비효율적인 조달 방식임에도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해 이례적으로 의존해 왔으나 해협 통항 유조선 자체가 급감하면서 환적 선박 확보마저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중동 전쟁 확전 우려가 커지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유일한 우회로 역할을 하는 홍해 항로의 안전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홍해 출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친이란 후티 반군이 통제하고 있어, 향후 군사적 충돌이 격화될 경우 대체 우회로의 안전마저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앞서 정부는 지난 4월부터 국내 에너지 수급 안정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유전지대에서 1200㎞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된 서부 연안 얀부항 대체 항로를 가동해 왔습니다. 일일 최대 500만배럴을 처리하는 얀부항을 통해 전날 오후 4시 기준 원유운반선 13척이 홍해를 거쳐 국내로 운송 중이며 이 중 7척은 입항을 마쳤습니다.
정유업계는 추가 계약이 필수인 9월 이후 물량 확보에는 차질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유가 급등에 원유 프리미엄 상승이 더해진 상황에서 대금 결제 기준인 원·달러 환율까지 동반 상승해 국내 정유사들의 원가 부담은 치솟을 전망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5개월 가까이 이어지면서 미국, 아프리카, 중남미 등 역외 지역으로 원유 도입을 다변화해 공장 가동에 필요한 물량을 맞추고 있다”며 “중동에서 원유를 들여오는 데 물리적으로 20일에서 25일가량 소요되는 점을 고려해 현재 8월과 9월 물량 정도까지는 확보해 둔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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