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의 역습)②"후폭풍 예상 못했나" vs "등 떠민 것 아냐"
'서학개미' 국장 복귀 취지 도입…"효과 제한적" 자체 평가
"사실상 정부가 판 깔아줘…상품 관리도 부실"
"투자는 결국 개인의 책임…제도 아닌 성향 문제"
2026-07-14 16:42:16 2026-07-14 17:03:34
[뉴스토마토 김진양·김현경 기자]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책임을 둘러싼 공방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국정조사와 수사 요구까지 나오는 가운데, 관련 업계에서는 "정책 설계 단계부터 잘못됐다"는 비판과 "투자 책임은 개인에 있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뒤늦게 보완책 마련에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미온적인 대응이라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이번 논란의 출발점은 지난 1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요 증권사·자산운용사 대표들과 가진 비공개 간담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 실장은 지난 1월13일 삼성증권(016360)·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 등 주요 증권사·자산운용사 대표들과의 자리에서 참석자들로부터 "해외에는 2~3배 레버리지 상품까지 있는데 국내에는 없다"는 취지의 규제 완화 건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초 이 간담회는 해외로 빠져나가는 개인투자자, 이른바 '서학개미' 자금을 국내로 돌릴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해외 상장 ETF 중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비중이 43.2%에 달했고, 홍콩 상장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순자산이 20조원을 넘어서며 세계 최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로 성장할 만큼 자금 유출이 심각했던 시점입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까지 치솟아 고공행진하던 상황도 맞물렸습니다. 김 실장은 간담회 직후 이 문제 제기를 받아들여 "금융위원회에 문제 제기를 했고 관련 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금융위 안팎에서는 서학개미 자금의 국내 환류와 환율 변동성 완화, 두 가지가 도입의 주요 명분으로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간담회 이후 논의는 급물살을 탔습니다. 보름 뒤인 1월28일 금융위 정례회의에 안건이 처음 상정됐고, 4월 원안대로 의결을 거쳐 5월27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이 일제히 상장됐습니다. 정책 결정부터 상품 출시까지 소요된 기간은 4개월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애초 목표와 어긋났습니다. 환율은 상품 출시일(1501.2원)보다 오히려 오른 1530원대까지 올랐고 금융감독원도 당초 도입 목적이었던 해외 자금 유출 억제 효과가 제한적이었다고 자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를 두고 야당에선 김 실장에 대한 경질은 물론 국정조사, 수사까지 요구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날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삼전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무리하게 도입한 것은 증시를 비정상적인 도박판으로 만든 최악의 결정"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은 '레버리지 ETF 참사'의 주범 김 실장을 해임하고 경제 라인을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박수영 의원은 국정조사를, 장동혁 당대표는 "청와대부터 금융위, 금감원, 증권사까지 도입 과정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K자본시장특별위원회를 통해 시장 변동성과 투자자 보호 방안을 하반기 최우선 논의 과제로 삼겠다는 입장입니다.
 
증권가에서도 정부가 사실상 투자를 부추긴 셈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정부가 판을 깔아준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상품이 출시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금감원장이 후회 취지의 발언을 한 것 자체가 정책 실패를 자인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외까지 가서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하는 사람이라면 국내에 같은 상품이 생긴다고 투자 성향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도입 취지 자체가 현실과 맞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상품 관리가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출시 초기 투자자가 몰리면서 한국금융투자협회 서버가 다운될 정도였지만, 정작 투자자들이 위험도를 제대로 인지했는지 검증할 장치는 마련되지 않았다는 비판입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선 증권사 영업장에서도 투자를 원하는 고객에게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보다, 어디서 어떤 교육을 받고 무엇을 체크하면 투자할 수 있는지 절차 안내에만 급급했다"고 했습니다.
 
반면, 이와 결이 다른 반론도 나옵니다. 차영주 와이즈경제연구소장은 "투자는 결국 개인의 책임"이라며 "빚을 내 투자하지 말라고 막아도 하는 사람은 한다. 제도의 문제라기보다 투자 성향의 문제"라고 꼬집었습니다.
 
당국은 뒤늦게 수습에 나선 모습입니다. 김 실장은 지난 10일 "F4회의(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면밀히 살펴보고 보완이 필요하면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고, 구윤철 부총리도 "보완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했습니다. 금융투자협회와 증권사들은 이날 상품 위험성 고지 강화, 과도한 마케팅 자제, 유동성 공급자(LP) 역할 충실, 기본예탁금 상향 등을 담은 자율 결의서를 두고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당국의 뚜렷한 방향 제시 없는 상황에서 업계가 먼저 수습에 나선 모습입니다. 다만 증권사 간 이견으로 결의서는 최종 채택되지 않았고, 추후 각사 상황을 반영해 보완하기로 했습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한국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김현경 기자 kh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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