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국내 은행들의 원화대출 연체율이 9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금리 기조와 경기 둔화가 장기화하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제주와 부산, 대구 등 지방 지역의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부실이 동시에 확대되면서 건전성 지표가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내은행 연체율 9년7개월 만에 최고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67%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전월(0.61%) 대비 0.06%포인트 상승한 수준으로 지난 2016년 10월(0.81%) 이후 9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연체율은 1개월 이상 원리금이 연체된 대출 비중을 의미합니다. 올해 들어 상승 흐름을 이어가던 연체율이 5월 들어 다시 큰 폭으로 오르면서 은행권의 건전성 관리 부담도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기업대출 부문에서 부실 신호가 두드러졌습니다. 5월 말 기업대출 연체율은 0.84%로 전월(0.74%) 대비 0.10%포인트 상승했습니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빠르게 악화됐습니다.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1.00%로 전월 대비 0.10%포인트 상승하며 1%대에 진입했습니다.
중소기업을 중소법인과 개인사업자로 나눠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중소법인 연체율은 1.11%로 전월(0.98%) 대비 0.13%포인트 올랐습니다. 자영업자가 포함된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도 0.84%로 전월보다 0.06%포인트 상승했습니다.
대기업대출 연체율 역시 0.27%로 전월 대비 0.05%포인트 올랐지만 중소기업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경기 둔화와 내수 부진의 영향으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가계대출에서도 일부 취약차주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31%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지만 신용대출 등 기타 가계대출 연체율은 0.90%로 전월 대비 0.07%포인트 상승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제주·부산·대구 등 지방 중심 연체율 상승
은행권 전반적으로 연체율이 악화한 가운데 지방을 중심으로 한 부실 확대가 더욱 뚜렷합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국내 은행의 지역별 원화대출 연체율은 제주가 1.16%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이어 광주 0.86%, 대구 0.83%, 부산 0.82%, 전북과 서울이 각각 0.74%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충북은 0.22%, 울산 0.27%, 인천 0.28%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전국 평균 연체율은 지난해 4월 0.57%에서 올해 4월 0.61%로 0.04%포인트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서울은 0.67%에서 0.74%로 올랐고 부산은 0.81%에서 0.82%로 상승했고 광주는 0.70%에서 0.86%로 상승폭이 컸습니다.
기업대출 부실은 제주와 일부 지방에서 더욱 빠르게 확대됐습니다. 제주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4월 0.80%에서 올해 4월 1.14%로 0.34%포인트 상승했으며 같은 기간 전국 평균 기업대출 연체율이 0.68%에서 0.74%로 0.06%포인트 오른 것과 비교하면 상승 속도가 가파릅니다.
부산 역시 기업대출 연체율이 지난해 4월 0.69%에서 올해 4월 1.08%로 급등했습니다. 대구는 0.64%에서 1.13%로, 광주는 0.64%에서 1.06%로 각각 1%를 넘어섰습니다. 서울도 0.67%에서 0.92%로 상승하며 대도시에서도 기업 부실이 확산되는 모습입니다.
중소기업대출 부실 확대가 기업 연체율 상승을 주도했습니다. 전국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4월 0.66%에서 올해 4월 0.90%로 올랐고 지역별로는 제주가 0.82%에서 1.17%로 올랐고 서울은 0.99%에서 1.38%, 대구는 0.69%에서 1.19%, 광주는 0.67%에서 1.13%를 기록했습니다.
가계대출에서도 제주 지역의 부실 수준이 가장 높았습니다. 제주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4월 0.97%에서 올해 4월 1.31%로 상승하며 전국에서 유일하게 1%대를 기록했습니다. 전국 평균은 같은 기간 0.40%에서 0.42%로 소폭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전북은 가계대출 연체율이 0.72%로 높았고 광주 0.57%, 서울 0.47%, 부산 0.47%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반면 울산 세종 충남은 각각 0.20% 수준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역 간 건전성 격차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올해 4월 기준 연체율이 가장 높은 제주(1.16%)와 가장 낮은 충북(0.22%)의 차이는 0.94%포인트였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제주(0.84%)와 충북(0.23%) 간 격차가 0.61%포인트였던 점을 고려하면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된 셈입니다.
금융권에서는 고금리와 경기 둔화가 장기화되면서 취약차주와 지역 기반 사업자를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관광업과 자영업 비중이 높은 제주와 제조업 경기 둔화 영향을 받는 부산 대구 등 지방을 중심으로 기업과 가계의 상환 부담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역별 경기 회복 속도 차이가 연체율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며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비중이 높은 지역은 건전성 관리 부담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국내 은행들의 원화대출 연체율이 9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 기업 고객 상담 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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