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년 만에 '수사권' 폐지…검찰 '무력감' 속 구자현 사의
구자현, 개정안 통과 1시간여 만에 사퇴…72년 검찰 수사권 역사 마감
청와대 "시행에 차질 없게"…법조계는 "경찰 사건 암장 등 부작용"우려
검찰 내부는 "입장 반영 안 돼" 반발 보단 무력감…사의 표명엔 엇갈려
2026-08-02 14:53:53 2026-08-02 15:54:38
[뉴스토마토 강예슬·유근윤 기자]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72년간 유지되어 온 검사의 수사권이 폐지됐습니다. 검찰 내부에선 수사권 전면 폐지에 따른 무력감과 허탈감이 팽배한 가운데, 검찰 수장인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구 대행이 대검찰청 차장검사에 임명된 지 259일 만입니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난달 31일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입장을 밝힌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구자현 대행, 7월31일 국회 본회의 직후 사의 표명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은 지난 7월31일 오후 6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형소법이 개정되는 것에 대해 저 또한 책임을 통감하고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법이 시행됐을 때 제도의 공백은 없을지 국민을 보호하는 데 부족함은 없을지 한 번 더 살펴봐 주길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했습니다.
 
구 대행이 사의를 밝히기 직전, 이날 국회 본회의에선 민주당 주도로 형소법 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고, 경찰의 수사가 미진할 경우 1개월 이내의 보완수사 요구권만 남기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구 대행은 그간 국회 등을 상대로 보완수사권 폐지의 부작용을 지속적으로 피력했으나 반영되지 않자 깊은 무력감을 호소해 왔고, 결국 사의까지 표명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분노보다 허탈"…검찰 내부에선 '무력감' 팽배해
 
다만 구 대행의 사의 표명이 검찰 조직 전체의 집단 반발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일선 검찰 조직을 지배하는 기류는 분노보다 무력감과 패배의식에 더 가깝습니다. 대검찰청을 중심으로 보완수사권 폐지 반대 입장을 꾸준히 피력해 왔음에도 전혀 반영되지 않자 허탈감이 커진 겁니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검사는 "방법이 없는 상황인데 열받으면 뭐 하겠느냐"며 "검찰 내부는 일단은 조용한 상태"라고 했습니다.
 
구 대행의 사의 표명에 대한 검찰 내부의 평가도 갈립니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누군가는 책임을 지고 항의 표시를 해야 한다"며 "형소법 개정안 통과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은 전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반면 다른 검사는 "총장 대행이건 검사장이건 검찰개혁에 맞서 싸운 분이 사의를 밝힌다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구 대행이 갑자기 사표를 낸 건 이상하다"면서 "구 대행은 애초 검찰 조직의 수장으로서 특별한 역할이 없었다. 이제 와서 사직을 한다고 해서 '결기를 보였다'라고 말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꼬집었습니다.
 
실제로 구 대행은 문재인정부에서 법무부 검찰개혁단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 대변인 등을 지내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온 인물로 꼽힙니다.
 
검사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대검찰청에 적막이 흐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장관 이어 총장 대행도 사의…청와대 '반려 가능성'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총장 대행까지 사의를 표명한 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앞서 노만석 전 대행은 지난해 11월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에 대한 검찰 내부 반발에 직면하자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다만 법무부가 노 전 대행의 사퇴 직후 곧바로 구자현 서울고검장을 후임 대검 차장(총장 대행)에 임명, 업무의 공백이 생기진 않았습니다.
 
검찰청 폐지 두 달을 남겨놓은 상황에서 청와대가 구 대행의 사의를 수용, 새로운 인물을 임명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앞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최근 청와대에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계속 피력해 왔지만 청와대는 사표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이번 구 대행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서도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청와대로선 형소법 개정안의 차질 없는 시행을 위해 당분간 구 대행에 대한 사표를 반려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실제로 청와대는 형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통과된 직후 입장문을 내고 "국회의 입법 과정과 최종 판단을 존중한다"며 "청와대는 이번 개정안이 현장에서 차질 없이 시행되고, 국민께서 삶 속에서 그 변화를 체감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민주당 "검찰개혁 완수"…법조계는 "부작용 우려" 
 
형소법 개정안 처리 이후 민주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원칙을 담아 검찰개혁을 완수했다고 자평했습니다. 반면 법조계에선 경찰의 사건 암장, 형사 사법 처리 절차 지연 등 부작용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10월2일 검찰청 폐지 전까지 하위 법령 정비가 원활히 마무리될 수 있을지에 대한 강한 의문입니다. 
 
검찰개혁추진단 위원장직을 맡았던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8월1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법 시행 이전까지 세밀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하고, 공소청·경찰·중수청 내부 규정을 모두 정비해야 한다"며 "그러나 지금의 정치적 상황에서 이런 준비가 원만하게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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