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지중해 수출·아르헨 원유 도입…원유 조달 ‘새 판’
이라크, 세이한 통해 75만배럴 수출
아르헨 ‘바카 무에르타산’ 원유 도입
원유 항로 변화…해운업계도 영향권
2026-08-02 11:08:33 2026-08-02 11:08:33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이라크가 지중해를 통한 원유 수출 경로를 확보하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망이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한국도 아르헨티나산 원유 수입을 본격 추진하며 공급망 다변화에 나섰습니다. 수십 년간 이어진 중동 중심의 원유 조달 구조가 변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내 정유업계의 원료 조달 전략은 물론, 장거리 수송 확대에 따른 해운업계의 시장 지형에도 변화가 예상됩니다.
 
이라크 바스라항으로 컨테어너선 한 척이 입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라크 석유부는 1일(현지시각) 이라크산 원유를 이라크-튀르키예 송유관을 통해 튀르키예 세이한(Ceyhan) 항으로 운송·선적하는 내용의 1년 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협정으로 이라크는 하루 최소 75만배럴 규모의 원유를 지중해를 통해 수출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알리 알-자이디 이라크 총리는 소셜미디어 X에서 “이라크와 튀르키예 석유회사들은 즉시 이 합의를 이행할 것”이라며 “석유 뿐 아니라 전력, 수자원 부문까지도 합의를 도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2위 산유국인 이라크의 수출 경로 변화는 한국 원유 조달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한국석유공사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원유 수입에서 중동산 비중은 약 70%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이라크산 원유는 국내 전체 수입량의 10.9%를 차지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34.2%), 아랍에미리트(UAE·11.7%)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공급원입니다.
 
기존에는 이라크산 원유가 바스라를 출발해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국내로 들어오는 구조였습니다. 이에 따라 해협 통항 차질은 국내 정유사들의 원유 확보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해왔습니다. 이라크가 세이한을 통한 지중해 수출망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경우 호르무즈 의존도를 낮추는 대체 경로가 마련돼 국내 원유 조달 안정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라크발 공급망 변화에 이어 한국의 원유 수입선 다변화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전날 열린 한·아르헨티나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에너지 협력이 확대되면서 중동 중심의 원유 조달 구조를 보완할 새로운 공급선 확보에 속도가 붙을 전망입니다.
 
아르헨티나 바카 무에르타 셰일 유전.(사진=아르헨 국영 에너지 기업 YPF)
 
청와대에 따르면 한국은 올해 아르헨티나 바카 무에르타(Vaca Muerta) 유전에서 생산되는 셰일오일을 시범 도입해 국내 정제설비 적합성과 물류 경제성을 검증했습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이달까지 바카 무에르타산 원유 88만배럴을 도입하며 선제 검증에 나섰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국내 정유업계의 상업 도입 확대가 본격화될 방침입니다.
 
바카 무에르타산 셰일오일은 경질·저유황 특성을 가진 원유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불순물 함량이 낮아 휘발유와 경유 등 고부가 석유제품 생산에 유리한 만큼 국내 정유사 입장에서는 원료 선택지를 넓히고 정제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카드로 꼽힙니다.
 
원유 공급망 변화는 해운업계에도 새로운 변수입니다. 아르헨티나산 원유 도입이 확대될 경우 기존 중동 노선보다 운항 거리가 길어져 원유운반선 시장의 ‘톤마일’ 증가 효과가 기대됩니다. ‘톤마일’은 선박 운송 거리와 물동량을 반영하는 지표로, 운송 거리가 늘어날수록 선박 수요 증가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남미에서 한국으로 이어지는 장거리 원유 운송이 확대될 경우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운항 수요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원유 조달선 변화는 공급 안정성뿐 아니라 글로벌 해상 운송 구조에도 영향을 미치는 변수”라며 “중동 중심으로 형성됐던 원유 흐름이 다변화되면서 정유와 해운업계의 대응 전략도 달라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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