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폐지 1년…"지원금 경쟁 대신 '고가폰·고가요금제' 구조만 강화"
지원금 규제 풀었지만 번호이동 증가 미미…통신비 절감 제한적
플래그십폰·고가요금제에 지원금 집중…중저가 이용자는 혜택 소외
안정상 교수 "결합판매 구조 분리하는 절충형 완전자급제 도입해야"
2026-08-03 16:53:13 2026-08-03 16:53:13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단말기유통법(단통법)이 폐지된 지 1년이 지났지만, 단말기 구매비용과 가계통신비 절감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이동통신사 간 전면적인 지원금 경쟁은 일어나지 않은 반면, 고가 단말기와 고가요금제 이용자에게 혜택이 집중되면서 중저가요금제 가입자는 오히려 지원금 경쟁에서 소외됐다는 지적입니다.
 
안정상 중앙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3일 '단통법 폐지·개정 전기통신사업법 시행 1년 평가와 개선 방안' 보고서를 통해 "단통법을 폐지했지만 기존 규정 대부분을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옮기고 일부 핵심 규제만 삭제해 이용자 후생을 높이지 못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단통법은 지난해 7월22일 폐지됐으며, 지원금 공시 의무와 추가지원금 상한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서울 시내의 휴대전화 판매점에 이동동신사 3사 로고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안 교수는 지원금 규제를 풀면 사업자 간 경쟁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이통사들이 마케팅비를 무차별적으로 확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내 이동통신시장이 포화된 데다 이용자들이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IP)TV,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멤버십 등 각종 결합 혜택에 묶여 있어 지원금만으로 번호이동을 유도하기 어려워졌다는 설명입니다.
 
지원금은 신형 플래그십폰의 판매가 부진하거나 후속 제품 출시를 앞두고 구형 재고를 처리하는 시점에 집중됐습니다. 이통사들이 갤럭시S26과 갤럭시S25 시리즈 등의 지원금을 확대하기도 했지만, 최고액을 받으려면 월 8만~10만원대 이상의 요금제를 일정 기간 유지해야 했습니다. 안 교수는 이 같은 영업 방식이 '고가 단말기·고액요금제·고액 지원금'의 결합 구조를 오히려 강화했다며, 지원금을 받아 단말기를 싸게 산 것처럼 보여도 약정기간 납부하는 요금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인 통신비 인하로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
 
번호이동 증가 폭도 제한적이었습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단통법 폐지 직후인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번호이동은 761만3969건으로, 폐지 전 같은 기간 743만290건보다 2.47%, 18만3679건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SK텔레콤(017670)과 올해 KT(030200)의 위약금 면제 기간에 번호이동이 일시적으로 급증한 점을 고려하면 단통법 폐지가 시장 경쟁을 크게 되살렸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알뜰폰 시장의 위축도 문제로 꼽혔습니다. 안 교수는 단통법 폐지 이후 번호이동 고객을 겨냥한 지원금 경쟁에 이통3사의 2만원대 통합요금제 출시까지 겹치면서 알뜰폰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알뜰폰 신규가입은 지난해 7월 40만1915건에서 올해 5월 31만9478건으로 8만2437건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번호이동도 32만8386건에서 28만4263건으로 4만4123건 줄었습니다.
 
안 교수는 우선 제조사도 지원금 경쟁에 직접 참여하도록 전기통신사업법을 다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지원금 재원을 사실상 이통사가 부담하고 제조사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온 만큼, 제조사와 이통사가 함께 지원금을 확대하되 이용자 차별이나 불공정거래에는 책임을 부과하는 최소한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근본적인 해법으로는 절충형 완전자급제를 제언했습니다. 제조사는 단말기 제조·공급에, 이통사는 요금제와 통신서비스 경쟁에 집중하도록 역할을 분리해 단말기 지원금과 고가요금제를 묶어 판매하는 구조를 끊자는 취지입니다. 다만 완전자급제로 인한 소비자 불편을 줄이기 위해 판매점은 이통사 대리점과 위·수탁계약을 맺고 단말기 판매와 이동통신 가입 업무를 한곳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안 교수는 "제조사와 이통사의 단말기·요금제 결합판매 구조를 해체해야 제조사 간 단말기 가격 경쟁과 이통사 간 요금 경쟁이 가능하다"며 "절충형 완전자급제를 통해 가성비 높은 단말기와 중저가 제품의 유통을 확대하고 실질적인 가계통신비 인하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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