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없이 수요 압박…'문재인 시즌2' 우려도
공급·전월세 대책 없이 세제 강화…초고가·다주택 겨냥 증세
전문가들 "공급 부족 속 규제·증세만으론 집값 안정 어려워"
2026-08-03 18:00:01 2026-08-03 18:00:01
[뉴스토마토 윤금주 기자] 이재명정부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고공 행진하는 집값을 잡고 무주택자의 주거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닥치고 공급'을 강조해 왔지만, 정작 공급 대책과 전·월세 대책에 앞서 강도 높은 세제개편안을 내놓으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똘똘한 한 채'를 겨냥한 핀셋 규제를 통해 주거 안정을 꾀하겠다는 취지지만, 공급 없는 증세 카드로 집값이 되레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에 집값 상승을 부추겨 부동산 정책 실패 평가를 받는 문재인정부의 발자취를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공급 없는 증세 카드…초고가 주택 보유세 폭탄
 
3일 정부가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은 '똘똘한 한 채'를 겨냥한 핀셋 증세에 방점이 찍혔습니다. 정부는 양도소득세는 보유보다 거주에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보유세는 주택 수 중심에서 주택 가액 중심으로 과세 체계를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거주 여부와 주택 가액, 다주택 여부 등에 따라 세부 내용은 달라지지만 핵심은 비거주자와 초고가 주택, 다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을 강화하는 데 있습니다.
 
예컨대 10년 거주한 60세 1세대 1주택자는 2028년 개편안 적용 기준 시가 20억원과 30억원 주택의 종합부동산세가 현행보다 줄어듭니다. 반면 시가 50억원 수준의 주택은 현행 453만9000원에서 978만5000원으로 약 2배 늘어납니다. 같은 조건에서 비거주자로 바뀌면 모든 가격 구간에서 종부세가 증가하며, 시가 50억원 수준은 1970만3000원까지 오릅니다. 또 같은 조건에서 3주택 이상 보유자이면서 거주 주택 비중이 3채 중 1채인 경우에도 전 구간에서 세 부담이 늘어납니다. 시가 50억원 수준은 현행 1566만7000원에서 3438만5000원으로 약 2.2배 증가합니다.
 
다만 이번 개편안에는 구체적인 공급 대책과 전·월세 대책은 담기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집은 Buying(바잉)이 아니라 Living(리빙)하는 곳'이라는 원칙에 따라 부동산 세제를 합리화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공급 확대 방안과 세 부담이 전·월세 시장으로 전가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 등이 빠지면서 집값 안정과 주거 안정 효과를 둘러싼 우려는 여전합니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에 앞서 거래와 대출 규제도 잇달아 강화해 왔습니다. 지난해 6월27일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통해 수도권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했고, 같은 해 10월15일에는 서울 전역과 수도권 12개 지역을 규제지역 및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습니다. 지난달 30일에는 동탄·기흥·구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추가 지정했으며, 지난 5월10일부터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재개됐습니다.
 
증세에 집값 폭등…문재인정부 전철 우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정책 기조가 집값 상승을 초래했다는 평가를 받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이 큽니다. 앞서 문재인정부는 집권 5년 동안 총 26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규제 확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실제 지난 2017년 8월2일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통해 서울 25개 구와 과천 등을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으로 지정했습니다. 이어 2018년 9월13일에는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고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를 유지하는 내용의 '주택시장 안정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2019년 12월16일에는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를 처음 도입했고, 2020년 6월에는 조정대상지역을 비수도권으로 확대하는 한편 서울 주요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고강도 규제와 세제 정책을 잇달아 내놨습니다.
 
문재인정부 부동산 정책은 집값 오름세에 공급대책을 내놓았음에도 역대 최고 수준의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평가가 시장의 주된 반응입니다. 실제 KB부동산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평균 46.9% 상승해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전셋값도 27.5% 올랐습니다.
 
전문가들도 공급 부족 상황에서 규제와 증세만으로는 장기적인 집값 안정과 주거 안정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부동산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새로 준공돼서 나오는 공급 물량이 약 2~3년 이상 기존 공급량에 비해 약 40% 줄었다"며 "지금 세제 수준을 유지해도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초고가 주택 가격을 낮춘다고 해서 서민들의 주택 구입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초고가 주택 보유자가 세 부담을 견디지 못해 매도한 뒤 중저가 주택을 매입하게 되면 중저가 주택시장 수요가 늘어나 장기적으로 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 정책이 증세에 방점이 찍혀있다. 그런데 집값 안정하고 증세는 관계가 없다"며 "의도적으로 집값을 내리는 것이 정책 목표가 될 수는 없지만 그렇다면 정부가 말하는 집값 안정의 기준이 무엇인지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명박정부는 당시 보금자리주택 정책으로) 당장 공급이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시장이 정부 정책을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며 "지금은 이런 공급 대책 없이 증세에만 방점이 찍혀있다.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부·여당의 관점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습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7월3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브리핑룸에서 열린 '2026년 세제개편안' 상세 브리핑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재경부)
 
 
윤금주 기자 nodrin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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