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경제 문제에 이어 정치 현안이라는 또 다른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국민의힘은 검사 보완수사권 폐지를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놓고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압박하며 헌법소원까지 예고했습니다. 민주당은 정치 공세라고 반박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당 안에서도 우려가 이어지는 분위기입니다. 여기에 연임 개헌 논란까지 겹치면서 8·17 전당대회를 앞둔 여권 내부 갈등도 확산하는 모습입니다.
"거부권 행사, 국민 명령"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3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현장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재명정부가 1년 동안 국민의 자유를 박탈하고 있다"며 "사법 시스템을 파괴하고 검찰을 해체하면서 국민 생명과 안전, 인권도 박탈했다"고 일갈했습니다.
앞서 지난달 31일 범여권 주도로 검사의 직접 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모두 폐지하는 내용의 형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습니다. 형소법이 개정됨에 따라 검사는 직접 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잃게 됐습니다. 대신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거부권 행사를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장 대표는 "이 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대통령의 권한도, 선택 사항도 아니다. 국민 명령"이라며 "거부권 행사를 거부한다면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국민의 탄핵 요구는 더 거세질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주가 폭락을 고리로 이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던 야당이 이번엔 보완수사권 폐지를 놓고 난타전에 나선 겁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거들었습니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임무는 무엇인가. 다시 충분한 검토를 거쳐 제대로 된 법안을 보내라고 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국회 본회의에서 보완수사권 폐지 법안이 통과되자마자 청와대는 국민 뜻 존중한다며 민주당 손을 들어줬다. 청와대는 우리 국민의 뜻은 보이지 않고 민주당 뜻만 보인다"고 질타했습니다.
야권은 여권이 형소법 개정을 밀어붙인 목적이 이 대통령의 재판 무력화에 있다고 봅니다. 특히 개정안에 법원의 '공소기각 사유 확대' 조항이 추가되며 이 대통령이 연루된 사건의 공소취소 논란이 재점화되는 모양새입니다. 이에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옥에나 가세요' 돌려차기 범죄 피해자가 민주당에 말했다"며 "그러나 현실에서는 '민주당이 전 국민에게 지옥문을 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민의힘이 3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검사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 공세에 불과"…서둘러 진화
민주당은 급히 '정치 공세'라며 반박에 나섰습니다. 한병도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이 (오늘) 청와대 앞으로 가 항의성 최고위를 열고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나서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며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대통령의 재판과 연결하는 것은 아무런 근거 없는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날 오후엔 '국민보고회'를 열고 형소법 개정의 필요성을 설파했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은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현직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소추를 당하지 않는다는 헌법 규정이 있는데 4년 뒤를 염두에 두고 법을 개정했다는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며 "공소기각 조항은 기존 발의안에도 포함됐던 내용"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서도 형사소송법 개정을 강행한 데 대한 우려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초 피해자 권리 구제를 위해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일부 유지하는 개정안도 발의됐지만, 최종안에는 전면 폐지안이 담기면서 당내에서도 이견이 제기됐습니다.
이 같은 논란은 8·17 전당대회를 앞둔 민주당 내부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모습입니다.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후폭풍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조정식 국회의장의 '현직 대통령 연임 개헌' 발언까지 겹치며 당내 긴장감이 한층 커졌습니다. 친명(친이재명) 대 친청(친정청래) 구도로 치러지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명픽(이 대통령 선택)'을 받은 후보를 둘러싼 반감까지 자극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청와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여파는 심상치 않습니다. 실제로 조 의장의 발언 이후 이 대통령 지지율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고 이 나라를 중국 공안과 똑같은 경찰공화국으로 만드는 것이 노무현 정신인가"라며 "이재명 대통령도 걸핏하면 노무현 정신을 팔아왔다. 형소법 개정과 연임 개헌이 과연 노무현 정신이라고 생각하는지, 오늘 귀국하는 이재명 대통령의 입을 온 국민이 지켜볼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