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표 '부동산 건의안' 사실상 퇴짜…복잡해진 '재개발 31만호' 셈법
공정시장가액비율·장특공제 건의와 반대로 확정
"재개발은 마스터키" 대 "만능 열쇠 아니다" 대립
31만호 지렛대는 정부 권한…시는 인허가만 남아
2026-08-04 17:50:54 2026-08-04 18:02:48
[뉴스토마토 김현철 기자]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부동산 세제 방향과 정반대로 결정됐습니다. 오 시장이 건의한 핵심 세제 완화안이 사실상 '퇴짜'를 맞으면서, 서울시가 추진해 온 '2031년까지 주택 31만호 착공' 계획의 셈법도 복잡해졌습니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달 14일 민선 9기 출범 후 첫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 참석 직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위한 3개 분야 8대 정책과제'를 발표했습니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재정경제부에 제출된 이 건의안엔 △이주비 대출한도(LTV) 70% 상향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완화 △정비사업 법적상한 용적률 1.2배 완화 △매입형 임대사업자 LTV 완화 △종부세 합산배제 △공정시장가액비율 동결 △장기보유특별공제 현행 유지 △물가상승률 반영 과세표준 조정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7월16일 오전 공업지역 공동주택 용적률 완화가 적용된 영등포구 양평신동아아파트 재건축 현장을 찾아 재건축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정시장가액 비율 인상·장특공 폐지…서울시 건의안 '퇴짜'
 
그러나 지난 3일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은 서울시가 건의한 것과 비교해 '역방향'으로 결정됐습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현행 60%에서 1세대 1주택자와 지방 1·2주택자의 경우 2027년 70%로 인상되며, 3주택 이상 및 조정대상지역 보유자는 2027년 70%에 이어 2028년 80%까지 단계적으로 오릅니다. 장기보유특별공제 역시 '장기거주소득공제'와 '장기보유소득공제'로 이원화돼 2028년 보유공제가 연 2%(최대 20%)로 축소되고 2029년엔 아예 폐지됩니다.
 
과세표준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달라는 요청도 무산됐습니다. 정부는 물가 연동 방식 대신 세율·기본공제·공정시장가액비율을 동시에 조정하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매입형 임대사업자 종부세 합산 배제 건의 역시 거절됐습니다. 조정대상지역 매입임대 아파트의 양도세 중과 배제 및 장기보유특별공제 50% 우대 혜택은 2027년까지만 유지되고 2028년부터 단계적으로 폐지됩니다.
 
정부는 종부세 강화 기조도 병행했습니다. 세부담 상한은 150%에서 200%로 상향되고, 세율은 2028년 전면 인상돼 과표 구간에 따라 최대 2배 가깝게 뛸 전망입니다. 이번 개편에 따른 세수 효과는 순액법 기준 5년간(2027~2031년) 3조4430억원으로, 이 중 종부세가 2조1815억원을 차지해 전체의 63.4%에 달합니다.
 
다만 1세대 1주택 기본공제는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상향돼 시가 약 20억원 이하 실거주 주택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정부는 이를 통해 공동주택 종부세 과세 대상이 전체의 3.1%에서 2.3%로 줄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아울러 재개발·재건축으로 거주할 수 없는 기간의 절반을 거주 기간으로 인정하고, 취학·전근·부모 봉양 등 부득이한 비거주는 최대 3년까지 거주 기간으로 인정해 주는 완충 장치도 신설했습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시가 40억원 이상 주택은 세부담이 낮아 정상화한 것"이라며 "시가 30억원 이하는 종부세를 줄여주고 20억원 이하는 아예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말했습니다.
 
"만능키 아니다" 대 "40% 순증"…공급 효과 놓고도 '충돌'
 
정부와 서울시의 시각차는 이미 예고돼 있었습니다.

앞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달 19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재개발·재건축이 "만능의 키는 아니다"라며 "단기간에는 이주 때문에 공급이 오히려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오 시장은 이튿날인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재개발·재건축은 양질의 도심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마스터키가 맞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23일 국민 대토론회에서 "재건축은 평형이 확대되는 영향으로 가구 수 증가 폭이 크지 않고, 재개발은 오히려 전체 입주 가구 수가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오 시장은 이튿날인 24일 또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재건축은 평균적으로 약 40% 수준의 주택이 순증되고 있으며, 재개발 역시 평균적으로 약 15% 수준의 공급 증가 효과를 내고 있다"고 구체적 수치로 재반박했습니다. 그는 지난 6월22일에도 "부동산 증세는 최후의 수단이 아니라 애초에 쓰지 말아야 할 수단"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31만호 착공' 구상 차질…'쾌속통합' 외 권한 한계 드러나
 
하지만 이번 세제개편안 여파로 오 시장의 핵심 공약인 2031년까지 주택 31만호 착공 계획엔 차질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서울시는 3년 내 착공 가능한 85개 구역(8만5000호)을 '핵심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해 신속통합기획으로 우선 착공한다는 구상을 세워둔 상태였습니다.
 
문제는 이 계획을 뒷받침하는 권한 대부분이 중앙정부에 있다는 점입니다. 이주비 LTV 상향은 금융위원회, 용적률 완화와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완화는 국토교통부와 국회, 세제는 재정경제부 소관입니다.
 
오 시장이 정부에 요청한 8대 과제는 사실상 3개 부처의 협조가 필수였습니다. 결국 이번 세제개편안 발표로 인해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쓸 수 있는 정책 수단은 인허가 속도를 높이는 '쾌속통합' 정도만 남게 됐습니다.
 
정비사업 추진을 둘러싼 재개발·재건축 조합원들의 셈법도 한층 복잡해졌습니다. 보유 단계에서는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율 인상으로 종부세 부담이 가중되고, 매각 단계에서는 2029년 보유공제 폐지로 장기 보유 조합원의 양도세 공제 폭마저 축소되기 때문입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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