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준공과 보존등기까지 마친 부동산 사모펀드가 행정 리스크에 부딪혀 원금의 95%가량을 상각 당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및 사모펀드 시장에서 준공이 곧 상환의 안전판이라는 공식이 깨진 것입니다. 향후 부동산 구조화 금융에 있어 리스크 검증의 재정립이 필요해 보입니다.
14일 <뉴스토마토>가 취재한 결과, 해당 사업장은 부산 오시리아 관광단지 내 근린생활시설 ‘더셰프월드 센트럴원’입니다. 시행사인 동부산센트럴스퀘어가 주도하고, 시공은 세정건설이 맡았습니다. 하이투자증권이 PF 금융 주관을 수행했으며, 한국토지신탁이 관리형 토지신탁으로 사업 안정성을 보강했습니다.
2019년 6월 건물 준공 후, 시행사는 추가 운전자금 확보를 위해 70억원 규모의 후순위 대출을 일으켰습니다. 앱솔루트자산운용이 이를 기초로 부동산 펀드를 설정했고, 한화투자증권이 판매를 담당했습니다. 당시 시장에서는 준공 완료된 우량 자산에 대한 담보 대출로 평가받았고, 신탁사의 수익권 1순위 근질권이 담보로 제공되어 하방 경직성이 확보된 상품으로 인식됐습니다.
그러나 펀드 설정 후 수개월 뒤 관할 기장군수의 시정명령이 내려지며 금융 주체들의 기대는 빗나갔습니다. 분양광고상 내진설계 공고 누락이라는 행정적 사유가 발단이었습니다. 이후 수년간 진행된 신탁사와 기장군 간의 행정 소송은 금융권이 기피하는 불확실성을 장기화했습니다. 대법원까지 이어진 패소 확정으로 해당 행정 처분이 정당성을 얻자, 즉각적인 사업성 훼손으로 연결됐습니다. 수분양자들의 분양 계약 해제와 소송이 도미노처럼 번지면서, 펀드의 상환 재원인 잔금 회수와 미분양 담보대출은 원천 차단됐습니다.
건물 자체는 내진설계를 갖추고 준공 승인까지 마쳤음에도, 분양 홍보물에 관련 문구를 빠뜨린 단순한 행정적 실수가 뇌관이 됐습니다. 건축물분양법 위반으로 시행사에 시정명령이 내려지자, 이는 상가 수분양자들에게 합법적인 계약 해제의 명분을 쥐여줬습니다. 당시 상가 수익성 하락과 잔금 대출 불가 등으로 부담을 느끼던 수분양자들은 이 시정명령을 빌미로 줄줄이 계약을 취소하고 납입금 반환 소송에 나섰습니다. 수분양자들이 입주 시점에 납부할 '분양 잔금'을 핵심 상환 재원으로 삼았던 펀드 입장에서는 치명타였습니다. 연쇄적인 계약 해제로 자금 유입이 끊긴 데다, 미분양 상태가 된 상가들은 공매 시장에서도 감정가의 30% 수준까지 가치가 하락했습니다.
상환이 불가능해지자 담보물인 미분양 상가들에 대한 공매와 수의계약이 수차례 반복됐지만, 결과는 부진했습니다. 행정 소송과 분쟁 리스크가 따라붙은 물건을 선뜻 인수하려는 매수자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펀드는 부도채권 분류됐고 70억원 중 66억8000만원이 상각 처리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번 사례는 금융 주체들에게 준공 이후의 리스크 관리에 대한 과제를 안겨줍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통상 사용승인이나 보존등기를 사업 종료로 보지만, 이후 발생하는 지자체의 행정 제재나 분양 관련 법적 리스크가 실질적인 채권 회수를 방해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며 “신탁 방식의 개발 사업이라 하더라도, 소송이 개입된 담보물은 공매 시장에서 가격 결정력을 상실한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했습니다. 이어 “대출 심사 단계에서 사업의 물리적 완공뿐 아니라, 인허가의 법적 완결성과 행정적 돌발 변수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보다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부동산 공사 현장. 사진=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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