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 주택공급 재협상…공원 보존·도심 공급 정면충돌
정부는 ‘훼손지 개발’·서울시는 ‘1㎝도 불가’ 평행선
26일 특별법·3차 회동 분수령…30년 공원화 원칙 시험대
2026-08-24 16:32:53 2026-08-24 17:04:35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용산공원 본체 부지 활용을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의 재협상이 이번 주 본격화합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번 주 세 번째 회동을 열고 용산공원과 서울 도심 주택 공급 방안을 다시 조율할 예정입니다. 26일 국회 본회의의 용산공원 특별법 개정안 처리와 서울시의회 시정질문 등 주요 일정이 이어지면서 30년 넘게 이어진 용산공원 보존과 개발 논쟁이 중대한 분수령을 맞게 됐습니다.
 
이번 협상에서는 용산공원 본체 부지 활용 여부와 캠프킴 등 산재 부지 개발이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전망입니다. 이와 함께 서울시가 요구해 온 민간 재건축·재개발 용적률 인센티브 완화와 정부가 검토 중인 공론화위원회 구성 등도 논의 대상으로 거론됩니다. 정부는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주택 공급 확대를, 서울시는 공원 보존 원칙을 각각 핵심 과제로 내세우며 접점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양측은 이미 두 차례 만나 입장을 조율했지만 핵심 쟁점에서는 합의에 실패했습니다. 지난 20일 면담 직후 오 시장은 “용산공원에 대해서는 결론적으로 평행선이었다”며 본체 부지의 주거 용도 전환은 어떤 경우에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는 “제한된 면적이라도 주거 용도로 전용하는 데 동의하는 것은 서울시장으로서 역사의 죄인으로 남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반면 김 장관은 청년·신혼부부·다자녀 가구의 주거 안정을 위해 공원 일부 활용에 대한 사회적 숙의와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김 장관은 공원 전체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녹지 기능을 상실한 일부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공공성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정부가 검토하는 대상은 장교 숙소와 군인아파트, 옛 방위사업청 부지 등 이른바 ‘훼손지’입니다. 이들 부지는 기존 건축물이 들어서 있어 청년·신혼부부용 임대주택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이 정부 논리입니다. 그러나 서울시는 해당 지역 역시 특별법상 공원 예정지인 본체 부지라며 ‘훼손지’라는 표현 자체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오 시장은 SNS와 여당 서울시당과의 회동에서도 “용산공원은 1㎝도 양보할 수 없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용산어린이정원 모습. (사진=홍연 기자)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대안으로는 공원 주변 국공유지인 산재 부지 활용이 거론됩니다. 캠프킴과 이태원 국군재정관리단, 외교부 주차장, 후암동 한국은행 숙소 용지 등이 우선 검토 대상입니다. 서울시는 본체 부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도심 공급 효과를 낼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라는 입장이지만, 공급 규모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실제로 이들 산재 부지를 모두 합쳐도 정부가 후보지로 검토하는 어린이정원 부지 약 30만㎡의 4분의 1 수준에 그칩니다. 업계에서는 어린이정원 부지에 용적률 500%를 적용할 경우 약 1만가구, 소형 위주 고밀 개발을 전제로 하면 최대 2만가구까지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반면 산재 부지는 입지와 면적이 분산돼 있어 동일한 수준의 공급 물량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용산공원을 둘러싼 논쟁은 1987년 미군기지 이전 공약에서 시작됐습니다. 이후 1990년 한미 기지 이전 합의와 2003년 기지 이전 본격화를 거치며 공원 조성 논의가 이어졌고, 2007년 제정된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은 본체 부지 전체를 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명문화했습니다. 대신 캠프킴 등 주변 산재 부지는 주거·상업·업무 기능을 갖춘 복합시설조성지구로 개발할 수 있도록 해 ‘본체는 공원, 주변은 개발’이라는 이원 체계를 마련했습니다.

특별법 개정 넘어야…본체 개발은 별도 절차
 
오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 예정인 용산공원 특별법 개정안은 본체 부지와는 별개로, 캠프킴 등 복합시설조성지구의 공원·녹지 확보 기준을 완화해 개발 여건을 개선하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어린이정원과 장교 숙소 등 본체 부지의 주택 공급을 허용하는 내용은 이번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현행 특별법 제4조 제2항은 본체 부지 전체를 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공원 외 목적의 용도 변경과 매각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어린이정원과 장교 숙소 등 본체 부지에 주택을 공급하려면 별도의 특별법 개정이 선행돼야 합니다. 옛 방위사업청 부지와 군인아파트는 2021년 공원 경계에 추가 편입된 부지로, 기본계획 변경 등 별도 행정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본체 부지의 즉각적인 주택 공급에는 현실적 제약이 크다고 지적합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토양오염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본체 부지를 활용해 단기간 내 실효성 있는 공급을 만들기는 어렵다”며 “사회적 합의와 환경 정화가 함께 이뤄져야 하는 만큼 속도감 있는 사업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산재 부지는 오랫동안 가용지 성격을 유지해 온 만큼 본체 부지를 뒤집는 것보다 추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녹화든 개발이든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만큼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여론도 공원 보존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0일부터 23일까지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3.9%가 용산공원 내 공공주택 공급에 반대했습니다. 찬성은 32%에 그쳤으며, 성별과 연령, 권역별 모든 집단에서 반대 응답이 60%를 넘었습니다. 반대 이유로는 ‘미래세대 공원을 훼손하는 근시안적 정책’이 81.2%로 가장 많았고, ‘토양오염 정화에 장기간이 걸려 신속한 공급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응답도 42.3%를 차지했습니다. 반면 찬성 응답자는 무주택자 주거 안정과 공공성 강화, 도심 우수 입지 활용 등을 주요 이유로 꼽았습니다.
 
이번 주 협상 결과는 용산공원뿐 아니라 서울 도심 주택 공급 정책의 방향을 가를 가능성이 큽니다. 국회 특별법 개정안 처리와 서울시의회 논의, 정부와 서울시의 세 번째 담판이 연이어 예정된 가운데 공원 보존 원칙과 도심 공급 확대라는 두 정책 목표가 어떤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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