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3주 만에 흔들린 '거주 중심 과세'…시장은 다시 관망
강남 호가 '뚝'…정책 변동 가능성에 매도·매수자 눈치보기
전문가 "거주 인정 범위 넓어지면 매물 감소 부작용 완화"
2026-08-25 16:11:19 2026-08-25 16:32:39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정부와 여당이 8·3 부동산 세제개편안의 핵심인 비거주 1주택자 과세 강화 방안을 발표 3주 만에 손질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서울 주택시장의 관망세가 한층 짙어지고 있습니다. 전세 공급 감소 등 부작용 우려가 커지자 실거주 원칙은 유지하면서도 불가피한 비거주자 예외를 확대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종부세 거주·비거주 차등과 양도세 장기 거주 공제 기준이 수정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최종 세제 윤곽이 나올 때까지 거래를 미루는 분위기입니다.
 
25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지난 23일 고위당정협의회 결과를 반영해 비거주 1주택자 세제개편안 전반을 재검토하고 있습니다. 정부 원안은 실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높이는 대신 비거주 1주택자는 9억원으로 낮추고, 세부담 상한도 150%에서 200%로 확대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단계적으로 거주 중심으로 개편해 2029년부터 보유기간 공제를 폐지하는 방안이 담겼습니다. 그러나 여당이 종부세 차등 자체를 재검토하고 불가피한 비거주 사유를 폭넓게 인정하라고 요구하면서, 비거주자 기본공제를 현행 12억원 수준으로 되돌리거나 실거주자와 같은 14억원까지 상향하는 절충안이 거론됩니다. 정부는 다음 달 1일 국무회의에 수정안을 올리고 3일 국회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정책이 발표 3주 만에 흔들리면서 시장에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요즘 집주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수정안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이라며 "가격을 낮춰도 계약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래미안대치팰리스 34평형은 세입자를 안은 호가가 42억원까지 낮아진 매물이 나왔고, 은마아파트 31평형도 두 달 전 34억~35억원에서 현재 31억원까지 조정됐습니다. 그는 "매수자들은 얼마까지 가능하냐며 탐색만 하고 있고, 집주인들은 급하지만 정책이 확정되지 않아 결정을 미루는 분위기"라며 "매물을 거둬야 하는지 문의도 이어진다"고 전했습니다. 반면 "매매는 사실상 멈췄지만 전세는 엄청 강세"라고 덧붙였습니다.

매매는 쌓이고 전세는 마른다…지역별 온도차도 심화 
 
시장 데이터도 매매와 전세의 엇갈린 흐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8월3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6만409건에서 6만5907건으로 5498건(9.1%) 증가했습니다. 강남3구 증가분(2683건)만 서울 전체 증가분의 48.8%를 차지했습니다. 같은 기간 전세 매물은 2만800건에서 2만88건으로 3.4% 감소했고 송파구 13.2%, 서초구는 7.2% 줄어 매매가 늘어난 지역일수록 전세는 더 빠르게 마르는 상반된 흐름을 보였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서울 전세 매물은 13.4%나 감소해 공급 부족이 뚜렷한 모습입니다.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전세 공급이 줄어든 사이 가격은 꾸준히 올랐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세제안 발표 이후 2주간 누적 0.39% 상승했고, 평균 전세가격 역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매매시장에서는 KB부동산 기준 이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6억739만원으로 사상 첫 16억원대에 진입했습니다. 다만 강남·서초구는 2주 연속 하락한 반면 성북·중랑·서대문구 등은 상승세를 이어가 지역별 온도차가 뚜렷했습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거주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1주택자를 실수요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시장 여론을 반영한 것"이라며 "거주와 비거주를 완전히 동일하게 두겠다는 의미라기보다는 불가피한 비거주자의 과세 예외 범위를 넓혀주겠다는 취지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비거주자의 거주 인정 범위가 넓어지면 세부담을 피하려고 직접 입주하면서 임대차 매물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상당 부분 완화될 것"이라며 "다만 매매 매물 증가는 비거주 1주택 과세보다 다주택자와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과세 강화 영향이 더 클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부담 상한, 양도세 장기거주 공제 등 여당이 완화를 원하는 세부 항목들이 입법 과정에서 어디까지 반영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겸임교수는 "비거주자를 일괄적으로 투기 수요로 보는 것 자체가 과도한 일반화"라면서도 "예외를 늘려도 또 다른 예외가 생겨 거주 중심 과세와 선의의 구제를 동시에 충족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강남 고가 주택만으로 시장 전체를 평가해서는 안 되며, 실수요자가 많은 강북권과 한강벨트 지역의 흐름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수정안은 9월 초 국회 제출 후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조세소위원회 심사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입니다. 비거주 1주택 기준뿐 아니라 공정시장가액비율, 세부담 상한, 양도세 공제 등이 어디까지 조정되느냐에 따라 향후 서울 주택시장의 거래와 가격 흐름도 달라질 전망입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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