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체제 1년 만에 '육사 출신' 국방장관…왜?
육사 출신 장관으로 사관학교 통합 반대 '정면돌파'
내란 극복엔 '성과'…문민통제 원칙 정착엔 '미흡'
2026-08-31 16:31:26 2026-08-31 16:44:37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8월 20일 한·미연합군사령부 전시지휘소를 찾아 제이비어 브런슨 연합사령관, 강신철 연합사 부사령관과 대화하며 이동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새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강신철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를 지명한 이유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확고한 문민통제 원칙을 세워 다시는 군사 쿠데타를 일으킬 수 없는, 헌법 가치를 수호하는 국민의 군대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64년 만의 문민 국방부 장관을 임명한 지 1년여 만의 인사라 그렇습니다. 안규백 장관과 달리 강 후보자는 육사 출신으로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을 역임한 퇴역 군인입니다. 강 후보자가 인사청문 절차 등을 거쳐 장관에 취임하면 국방부는 다시 군인 출신이 수장을 맡는 과거로 돌아가게 됩니다. 
 
강 후보자는 육사 46기로 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낸 예비역 대장입니다. 전형적인 엘리트 군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역 시절 선배, 동료, 후배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웠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문재인정부에서 중장으로 진급했고, 윤석열정부에서는 대장으로 진급하는 등 정권을 가리지 않고 능력을 인정받아 중용됐습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에는 첫 합참의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12·3 내란 청산이 가장 우선적인 과제였던 만큼 육사 출신보다는 타군 출신 합참의장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공군 출신인 진영승 대장이 합참의장에 임명되면서 강 후보자는 방산 협력이 중요했던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로 발탁됐다가 이번에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습니다.
 
군 경력도 화려합니다. 위관장교 시절에는 전방 소대장을 거쳐 대통령 경호를 맡는 수도방위사령 55경비대대에서 근무했습니다. 영관장교 시절에는 수방사령관 비서실장, 2군사령부 부사령관 보좌관, 육군본부 비서실 등에서 근무했고, 야전부대 대대장과 참모 등을 거쳤습니다. 대령으로 진급해서는 연합사 정책과장, 11사단 여단장,  합참 작전기획과장 등 요직을 맡았습니다. 장군 진급 이후엔 1군사령부 작전처장, 육군대학장, 11사단장, 합참 전략기획부장 겸 핵·대량살상무기(WMD)대응센터장, 합참 작전본부장을 거쳐 2023년 10월 대장으로 진급해 연합사 부사령관을 2025년 9월까지 맡았습니다. 
 
박근혜정부 시기에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정책관리담당관(대령)과 군사보좌관(준장)을 맡아 장관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습니다. 청와대 근무 경력도 화려합니다. 이명박정부 청와대에서 행정관(중령)을, 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는 국방개혁비서관(소장)과 안보·국방전략비서관(중장)을 역임했습니다. 클래식 음악에도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졌고, 독서를 즐기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64년 만의 문민 장관 1년여 만에 교체 의외"
 
경력으로 보면 강 후보자는 차기 국방부 장관으로 손색없는 인물이지만 문민통제 원칙을 세우고 국군사관학교 창설과 전시작전통제권 회복 등 각종 개혁 과제들이 추진되고 있는 과정에서 64년 만의 문민 장관인 안규백 장관을 1년여 만에 교체하기로 한 것을 두고 군 안팎에서는 의외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최근 안 장관의 교체설이 제기되기는 했지만 국군사관학교 창설 작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고, 전작권 회복 목표연도(X연도)가 정해지는 올 연말쯤이나 교체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국군사관학교 창설 과정에서 불거진 안 장관 병역 의혹 등이 이번 교체의 배경일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비육사 출신 장관으로 국군사관학교 창설 반대의 파고를 넘기 힘들다고 판단해 육사 출신 장관에게 이 임무를 맡기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30일 브리핑에서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미래전을 대비한 자주국방 역량 강화하고, 사관학교 통합 등 국방 혁신의 새로운 길을 과감하고 속도감 있게 열어갈 것을 기대한다"고 강 후보자 발탁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어찌 됐든 문민 국방부 장관 시대가 1년여 만에 막을 내기게 된 것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12·3 내란 이후 출범한 정부이다 보니 군 개혁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았고, 문민 장관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이니까요. 그럼에도 일정 부분 성과는 있었다는 평가입니다. 안 장관에게 주어진 과제는 △내란 청산과 국민의 군대 재건 △전시작전통제권 회복과 자주국방 토대 마련 △인구절벽 시대를 극복하고 첨단 과학기술 강군으로 도약하기 위한 사관학교 개혁을 포함한 2차 국방개혁 등 크게 3가지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내란 청산과 관련해서는 내란 관여자 조사와 징계, 형사처벌 등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특히 국군방첩사령부 해체 등 군 권력기관 개혁은 성과로 꼽을 수 있는 단계입니다. 전작권 회복과 관련해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됩니다. 한·미 양국 통수권자의 의지와 지난 20년간 진행해온 전작권 회복 절차가 마무리 단계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오는 11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목표연도를 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이 부분 때문에 국방부 안팎에서는 안 장관이 교체되더라도 11월 SCM 이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군 내부 설득 유리…사관학교 통합 속도전 
 
문제는 사관학교 개혁이었던 것 같습니다. 3군 사관학교를 통합하는 국군사관학교 창설을 육사 총동창회를 중심으로 반발하면서 안 장관 병역 문제에 대한 의혹이 다시 불거졌고, 최근에는 극우 세력까지 사관학교 문제로 집결하면서 부담이 커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문민통제 원칙에서 물러서 육사 출신 강 후보자를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선택한 것도 육사 출신 장관으로 사관학교 문제를 정면 돌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강 후보자가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도 사관학교 문제일 것입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강 후보자는 진보 정부와 보수 정부를 넘나들면서 요직을 거쳐온 인물입니다. 그만큼 통수권자의 통수 철학에 잘 맞출 것이라는 게 군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육사 출신이 아닌 안 장관보다 군 내부를 다독이고 설득하는 데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하지만 문제는 육사 출신 예비역입니다. 육사 총동창회는 이미 국군사관학교 창설에 찬성하는 인물들을 '육사 5적'이니 하며 낙인찍어 공격하고 있습니다. 내란 주요임무종사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속한 38기 동기회는 국군사관학교 창설에 찬성한 동기 3명을 제명하겠다고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강 후보자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쏠립니다.
 
결과적으로 64년 만의 문민 장관이 1년여 만에 물러나고, 다시 육사 출신 국방부 장관이 등장하게 됐습니다. 안 장관에 대한 평가는 남겨두더라도 이재명정부에서 다시 문민 국방부 장관이 임명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군에 대한 확고한 문민통제 원칙이 정착되기를 기대했었는데 아쉽다는 게 군 안팎의 반응입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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