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대응기금만 162.3조…상시 추경 땐 '재정 구멍'
국내 기금 중 세 번째로 큰 규모…세입 재추계로 더 커질 수도
30% 자체 변경에 '쌈짓돈' 우려…정부 "사후통제 강화할 것"
2026-09-01 17:58:47 2026-09-01 18:27:34
[뉴스토마토 박진아·윤금주 기자] 역대 최대인 약 821조 규모로 편성된 내년도 예산안은 확장 재정을 통해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에 방점이 찍혔습니다. 특히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수를 나랏빚을 갚는 데 쓰는 대신, 첨단산업 등에 투입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고 미래성장동력에 투자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습니다. 그 의지가 강하게 엿보이는 게 '미래대응기금' 조성입니다. 정부는 내년 162조3000억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합니다. 반도체 호황으로 예년 대비 불어난 세수를 미래성장동력에 투자하고, 경기가 나빠져 세금이 덜 걷힐 때 꺼내 쓰는 '재정 저수지'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입니다. 
 
하지만 기금의 특성상 국회 심의 없이 정부 재량으로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할 수 있고 사용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점에서 정부의 '쌈짓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합니다. 더불어 세수를 쌓아뒀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게 되는 만큼, 사실상 '상시 추가경정예산(추경)'에 가까워 국가 재정 운용에 구멍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물론 여윳돈이 생겼을 때 나랏빚을 갚는 게 우선이라는 비판도 여전히 따라붙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호황 때 쌓고 불황 때 꺼내는 '재정 저수지'…총괄 및 4개 사업계정 운영 
 
1일 정부가 발표한 '2027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미래대응기금 예산안은 총 162조3000억원으로 편성됐습니다. 당초 '100조원+알파(α)'라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로, 미래대응기금은 국내 67개 기금 가운데 공공자금관리기금(328조원), 국민연금기금(185조원)에 이어 세 번째로 규모가 큽니다.
 
미래대응기금은 경기 호황 등으로 기존 추세를 뛰어넘는 규모의 세수가 들어올 경우 이를 별도 관리해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대 분야에 중점 투자합니다. 국방·치안·교육 등 행정 전반에 사용하는 일반회계와 달리, 특정 사업에만 쓸 수 있도록 용처가 정해져 있습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지난달 28일 열린 예산안 상세 브리핑에서 "미래대응기금은 대규모 세수를 생산적 지출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 플랫폼"이라고 설명하며 '재정 저수지'로 표현했습니다. 
 
미래대응기금의 재원은 '추가 세수'입니다. 내년도 내국세 세입예산에서 최근 10년 동안의 증가 추세를 반영한 기준액을 뺀 금액인데, 여기에 추가 세수와 연동해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으로 자동 배분되는 지방교부세·교육교부금 몫도 기금 재원으로 들어갑니다. 향후 기금 규모는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정부는 이번달 세입 재추계에서 올해 내국세가 기존 예상보다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되면 그 증가분도 적립할 계획입니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을 총괄계정과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등 4개 사업계정으로 나눴습니다. 일단 총괄계정엔 기금의 70%인 109조4000억원을 배정하고, 나머지 30%는 사업계정인 청년(13조3000억원), 성장동력(14조2000억원), 지방(15조3000억원), 교육·인재(10조1000억원) 계정에 투입합니다. 총괄계정에 적립되는 금액 중 12조5000억원은 신규 국채 발행 규모를 줄이는 데 활용하기도 합니다.
 
지나치게 커진 정부 재량…사실상 '상시 추경'으로 재정 운용 방식 변화
 
문제는 이 같은 거대 기금이 정부 '쌈짓돈'으로 남용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현행 국가재정법은 국회가 승인한 주요항목별 지출금액을 원칙적으로 금융성 기금은 30%, 그 외 기금은 20% 이내에서 국회에 변경안을 제출하지 않고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여유자금 운용을 통한 재정 안정화 기능이 크다는 이유로 미래대응기금에도 30% 기준을 적용하는 개정을 추진합니다. 이는 바꿔 말하면 연중 국회의 별도 심의 없이 기금운용계획을 조정할 수 있는 정부 재량이 커졌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정부 재량이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점에서 정부 쌈짓돈 우려가 나오는 대목입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기존 기금에 적용되는 국회 심사와 기금 평가 체계는 유지하면서,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할 경우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하는 등 사후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그럼에도 정치권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히 큽니다. 실제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4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국회 통제를 피해 언제든지 꺼내 쓰는 상시 추경이자 쌈짓돈으로 변질할 우려가 매우 크다"며 본예산에 편성해 국회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미래대응기금이 신설되면 재정 운용 방식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까지는 예상하지 못한 재정 수요가 생기거나 세수 결손이 발생하면 추경을 편성했지만, 앞으로는 법에서 정한 범위 안에서 미래기금의 여유 재원을 활용할 수 있기에 재정 운용 방식 역시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이에 대해 경기 호황기에 세수가 늘었다고 지출을 일시에 확대하거나, 불황기에 세수가 줄었다고 긴축에 나서는 재정 운용의 변동성을 줄이겠다는 입장입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정부의 미래대응기금 신설에 대해 "대규모 기금을 정부 재량으로 운용할 수 있는 만큼 사업 변경의 요건과 절차를 엄격히 하고, 국회의 감시와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지난달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7년도 예산안과 2026~2030년 국가재정운용 계획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왼쪽은 조용범 차관. (사진=연합뉴스)
 
박진아·윤금주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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