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영남권에서 올해 제기된 동성 간 혼인신고 불수리 불복신청 3건이 모두 법원의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전국에서 제기된 같은 소송 14건 가운데 13건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지난 2024년 10월10일 서울 영등포구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동성혼 법제화를 위한 혼인평등소송 시작 기자회견에서 소송 원고 측 동성 부부 등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가정법원·부산가정법원·대구가정법원은 모두 혼인신고 불수리 처분에 대한 불복신청을 각하하고, 함께 제기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은 기각했습니다.
영남권 법원들은 “혼인은 전통적으로 ‘남녀의 생활공동체적 결합관계’로 정의되어 왔다”며 불복신청을 각하했습니다. 또 민법이 ‘부부’와 ‘부 또는 처’, ‘부모’ 등 남녀의 성별 구분을 전제로 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며 “현행법령 체계는 ‘이성 사이의 결합’이 혼인의 근본적 요소임을 전제로 법률상 혼인관계를 규율하고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에 대해서는 “(동성 부부를 혼인제도에서 배제하는 것이) 혼인의 자유 등 구체적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며 기각했습니다.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등 사회보장 영역에서는 법률혼 관계가 아니더라도 입법이나 법률 해석을 통해 동성 동반자의 권리가 일부 보장될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헌법은 동성혼 금지하지 않아…사법부가 진지하게 검토해야”
혼인평등 소송은 동성 부부에게도 법적으로 혼인할 권리를 인정해 달라는 소송입니다. 지난 2024년 10월11일 전국의 동성 부부 11쌍이 각 관할 법원에 ‘혼인신고 불수리 처분 불복신청’을 내면서 시작됐습니다. 이들은 동성 부부를 혼인제도에서 배제하는 현행 민법이 헌법상 평등권과 인격권,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도 함께 신청했습니다. 지난 4월8일 부산·대구·울산에 사는 동성 부부 3쌍이 추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송 당사자들도 법원이 자신들이 실제로 겪는 어려움을 충분히 살피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부산 지역 혼인평등 소송 원고인 선우비(가명)씨는 “심문기일에 재판부가 동성 결혼을 인정해 주면 인류가 멸망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재판부의 인식에 굉장히 실망했다”고 말했습니다. 김씨는 “항고심 재판부에서는 동성 부부로 인정받지 못한 우리의 삶을 최소한 고민해 본 흔적이라도 드러나는 결정문을 받고 싶다”고 했습니다.
울산 지역 원고인 오승재씨도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관계로 살아가는 데 어떤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지를 법원이 너무 쉽게 간과했다고 생각한다”며 “항고심에서는 진중한 검토와 의미 있는 대답을 내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혼인평등소송 대리인단의 류민희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이번 결정이 2016년 김조광수·김승환 부부 사건 당시 법원의 판단보다도 후퇴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류 변호사는 “김조광수 감독 부부의 사건에 비해 판단 내용도 짧고 후퇴했다고 느껴진다”며 “원고들이 심리기일에 참석해 자신의 인생을 걸고 진술했음에도 법원의 판단이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헌법 제36조 제1항의 ‘양성의 평등’을 동성혼 배제의 근거로 해석한 데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류 변호사는 “헌법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돼야 한다’고 규정할 뿐 동성혼을 금지하고 있지 않다”며 “헌법에 따라 민법이 어떻게 해석돼야 하는지 사법부가 더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리인단은 혼인신고 불수리 처분 불복신청 각하 결정에 항고해 상급법원의 판단을 받기로 했습니다. 위헌법률심판제청 기각 결정에 대해서는 헌법소원을 하기로 했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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