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우 기자] 지방세가 늘어도 지방정부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은 오히려 줄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국고보조금 등 용도가 정해진 재원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지방정부가 지역 사정에 맞춰 자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재정 여력이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신승근 한국지방세연구원장은 2일 <뉴스토마토> 유튜브 '임혜자의 야단법석'에 출연해 "지방세는 늘어났는데 지방정부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은 줄어들었다"며 "국고보조금 증가 속도가 지방교부세나 지방세 증가 속도보다 약 세 배 더 빠르다"고 밝혔습니다.
신승근 한국지방세연구원장이 2일 <뉴스토마토> 유튜브 '임혜자의 야단법석'에 출연해 지방재정 구조와 재정분권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지방재원 해법은 소비세…"소득·소비 세원 안정적"
신 원장은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제안한 지방소비세 확대 방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그는 "지방 재원 확충을 위해 지방교부세와 지방소비세를 늘릴 필요가 있다"며 "특히 지방소비세 확대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지방소비세는 국세인 부가가치세의 일부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세금입니다. 신 원장은 추 지사가 지방소비세율을 현행 25.3%에서 40%로 높여달라고 제안한 데 대해 "40%까지라도 빨리 올려줘서 지방이 쓸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법인세의 5%를 지방에 배분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법인세가 매년 증가한다는 보장이 없다"며 세입 변동성을 한계로 짚었습니다. 또 현재 지방 법인소득세는 시·군세로 귀속돼 경기도와 같은 광역자치단체의 재원으로 직접 들어오지 않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비해 지방소비세는 시·도세인 만큼 광역재원 확충에 보다 직접적인 효과가 있다는 취지입니다.
담배에 부과되는 지방교육세 활용 방향에 대해서는 국회 논의가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신 원장은 지방세법 개정안에서는 이를 주거복지 재원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제시된 반면 경기도에서는 소방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며 "결국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는 것이기 때문에 논의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재정분권, 숫자보다 ‘쓸 수 있는 돈’
신 원장은 "단순히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바꾸는 것만으로 재정 분권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본의 '삼위일체 개혁'을 사례로 들었습니다. 당시 일본이 지방정부에 자주 재원을 넘기는 동시에 국고보조금과 지방교부세를 삭감하면서 시간이 지나 지방정부의 수입이 줄어드는 문제가 나타났다는 설명입니다.
신 원장은 "우리나라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자주재원을 주는 대신 국고보조금과 지방교부세를 삭감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역에 수입이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지방교부세와 지방소비세를 확대해 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은 지방정부가 실제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재원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재정 분권 관련 지표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신 원장은 "단순히 금액이 얼마나 늘었는지가 아니라 지역에서 정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이 얼마나 늘어났는지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재정 권한이 얼마나 부여됐는지를 보는 잣대"라고 설명했습니다.
세출 측면에서는 '지역균형발전인지 예산'도 추진합니다. 예산이 어떻게 편성되고 집행·결산되는지를 지역균형발전 관점에서 분석하고 이를 다음 예산 편성에 반영하겠다는 겁니다.
기업도 지역에 기부…'기업형 고향사랑기부' 구상
신 원장이 한국지방세연구원의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한 것은 '지방 전환(LX)'입니다. 지역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방세제와 재정제도를 손보는 데서 나아가 지역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들겠다는 방향입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기업형 고향사랑기부제입니다. 이는 개인 중심인 고향사랑기부제를 기업까지 확대해 지역에 필요한 사업에 민간자금을 끌어들이자는 취지입니다.
신 원장은 일본의 기업형 고향납세제도를 언급하면서 기업과 지방정부의 유착이나 준조세화 우려를 막을 장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인구감소지역부터 우선 시행하고, 지역에 필요한 사업을 중심으로 지정기부를 받은 뒤 중앙정부의 승인 절차를 거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문화·역사도 자산으로…'콘텐츠 담보권'
지역이 가진 문화와 역사, 브랜드 같은 무형자산을 금융과 연결하는 방안도 제시했습니다.
신 원장은 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이 이어지면 지역의 자산가치가 떨어지고 대출이나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기반도 약해진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지역에 남아 있는 게 무엇인가를 보면 콘텐츠가 남아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역 고유의 문화와 역사, 환경 등을 자산으로 보고 금융과 연결하자는 구상입니다.
신 원장은 전주 한옥마을을 사례로 들며 "지역 콘텐츠를 자산화해 담보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려고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신 원장은 한국지방세연구원의 역할에 대해 "지역균형발전이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각종 제도를 새로 만들거나 개편할 수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신승근 한국지방세연구원장이 2일 <뉴스토마토> 유튜브 '임혜자의 야단법석'에 출연해 지방재정 구조와 재정 분권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지우 기자 j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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