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미국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가 압도적인 성장세로 연간 10만대 판매라는 새 역사를 향해 질주하고 있습니다. 벤츠와 BMW 등 전통의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넘지 못했던 고지를 전기차 단일 브랜드가 선점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서울 시내의 한 테슬라 슈퍼차저에서 여러 대의 테슬라 차량이 전기 충전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3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 승용차 브랜드별 신규 등록 대수에서 테슬라는 1만400대를 판매하며 1위에 올랐습니다. 테슬라가 월간 등록 1만대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올 들어 여러 차례 ‘월 1만대’ 라인을 지켜내고 있습니다. 이로써 테슬라는 올해 1~8월 누적 기준 총 7만6776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브랜드별 등록 대수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추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경우 테슬라는 올해 국내 시장에서 연간 10만대 판매라는 수입차 최초의 대기록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연말까지 매달 6000대 안팎만 추가로 판매해도 10만대 고지에 무난히 닿을 수 있는 페이스입니다.
그동안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연간 최다 판매 기록은 8만대 선을 밑돌았습니다. 지난해 BMW는 7만7130대를 판매하며 3년 연속 수입차 판매 1위를 지켰고, 2위 벤츠는 6만8421대에 그쳤습니다. 앞서 2022년 벤츠가 연간 8만대를 넘긴 것이 수입차 단일 브랜드 기준 역대 최고 기록으로 꼽혀왔던 만큼, 테슬라의 10만대 돌파는 이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입니다.
테슬라의 연 10만대 판매가 갖는 의미는 단순히 수치를 넘어섭니다. 그동안 국내 수입차 시장은 벤츠·BMW·아우디 등 독일 브랜드가 다양한 세단·스포츠유틸리티차(SUV) 라인업을 앞세워 시장을 나눠 가져온 구조였던 반면, 테슬라는 모델 Y와 모델 3 등 소수 모델만으로 이 같은 기록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전기차 단일 브랜드가 다품종 전략을 앞세운 전통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연간 최다 판매 기록을 뛰어넘는 것으로, 국내 수입차 시장의 중심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옮겨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지표로 해석됩니다.
테슬라 돌풍의 핵심에는 단연 모델 Y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올해 1~8월 누적으로 5만9554대가 팔려나가며 단일 모델 기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습니다. 모델 Y는 지난해 하반기 부분변경 모델인 주니퍼가 투입되면서 신차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으며, 8월 베스트셀링 모델 순위에서도 모델 Y와 모델 YL이 나란히 상위권을 휩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지난 5월에는 모델 Y의 누적 판매량이 수입차 영역을 넘어 국산차 최고 베스트셀러로 꼽혀온 현대차 그랜저의 성적표마저 추월하기도 했습니다. 국산·수입을 통틀어 특정 월에는 승용차 전체 판매 1위에 오르기도 하는 등, 모델 Y가 사실상 국내 승용차 시장 전체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반면 BMW와 벤츠는 공급망 변화와 전동화 전환 과도기 속에서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두 브랜드 모두 다양한 내연기관·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앞세워 시장을 지켜왔지만, 전기차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흐름 속에서 상대적으로 대응이 더딘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런 가운데 시장의 주도권은 빠르게 테슬라나 비야디(BYD) 등 전기차 전문 브랜드로 이동하는 모습입니다. BYD는 8월 3002대를 판매해 전체 수입차 시장의 10.07%를 차지했습니다. 지난해 8월 369대에 그쳤던 판매량이 1년 만에 713.6% 증가해, 올해 누적 판매량도 1만7523대로 전년 동기 1947대보다 800.0% 급증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시장 전체적으로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합친 친환경차 비중이 절반을 훌쩍 넘어서며 연료 지형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며 “테슬라와 BYD의 영향력이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양상을 보인다”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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