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남윤서 기자] 지난 7월 HL만도 평택공장에서 숨진 하청 노동자 고 김승모씨 유족이 고용노동부에 사고 조사 자료 공개를 요구했습니다. 노동부가 조성현 HL만도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가운데, 정몽원 HL그룹 회장의 책임 여부가 관건입니다.
지난 8월24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고 김승모씨 유족과 대책위가 정몽원 HL그룹 회장 등에 대한 고소·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7일 김승모씨 유족과 대책위원회는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 조사 과정과 결과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습니다. 사고 경위와 원인뿐 아니라 HL만도가 제출한 작업중지 해제 신청서와 개선 완료 확인서, 근로감독관의 현장 확인 결과 등을 공개하라는 취지입니다.
박다혜 변호사는 "고용노동부는 산재 유족에 대한 소통의 문제를 지적하는 언론 보도 이후 '유족의 알권리 보호를 위해 적극 소통하겠다'고 했다"며 "그러나 유족은 아직 정부로부터 재해 원인, 내 가족이 도대체 왜 죽었는지 등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김씨의 아버지도 "7월22일 아들이 죽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제 아들의 죽음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조차 알려주지 않고 그저 조사 중이라고만 한다"며 "고용노동부는 이 사태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하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알려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습니다.
앞서 김씨는 지난 7월22일 HL만도 평택공장에서 부품가공기계 내부를 점검하다 기계와 벽 사이에 끼여 숨졌습니다. 협력업체 소속인 김씨는 평택공장의 설비 유지·보수 업무를 맡았습니다.
사고 당시 HL만도 관리자는 김씨가 기계 안에서 작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HL만도 소속 노동자에게 시운전을 지시했습니다. 노동조합은 사람이 기계 내부에 있을 때 가동을 막는 인터록 장치도 당시 해제돼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당시 안전 조치뿐 아니라 회사 차원의 안전보건 관리 체계와 경영책임자의 역할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8월19일 국회에서 조성현 HL만도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습니다.
유족과 대책위는 정 회장에게도 중대재해처벌법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 회장이 HL만도 사내이사로 경영에 관여해 온 만큼 실질적인 최종 경영책임자로 봐야 한다는 겁니다. HL만도 사업보고서에는 정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배경으로 '당사 업무 총괄 및 대외 업무 수행의 안정성'이 적혀 있습니다.
대책위는 주요 현안을 정 회장에게 직접 보고하고 의사결정을 받도록 한 내부 문건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정 회장이 주요 인사와 예산 등 경영 현안을 최종 결정해온 만큼, 조 대표뿐 아니라 정 회장도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부담한다는 주장입니다.
법률대리인인 권영국 법무법인 두율 변호사는 "정 회장은 실질적으로 HL만도의 경영을 좌우하는 최종적 의사결정자로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정한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의 주체인 경영책임자"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경찰은 HL만도 관리자가 김씨의 기계 내부 작업 사실을 왜 인지하지 못했는지, 기본 안전 조치가 제대로 이행됐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평소 안전교육 이행 여부와 작업 지시 체계의 적절성도 수사하고 있습니다.
남윤서 기자 nyyyse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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