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레버리지 광풍, 그 후
2026-09-08 06:00:00 2026-09-08 06:00:00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본격적 규제를 가한 지 한 달이 넘었다. 투자 예탁금 규모가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됐고, 투자자는 총 5거래일 이상 의무적으로 모의거래를 이수해야 하며 11월부터는 최소 20주 이상부터 매매가 가능하다. 
 
연이은 제동장치에 투자자들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와 거리를 두고 있다. 투자 과열이 정점에 이르렀을 당시 19조원을 상회했던 거래대금은 예탁금 상향 직후 3조원대로 줄더니 최근에는 1조원 미만으로 급감했다. 한국형 공포지수라 불리는 V-KOSPI가 90을 상회할 만큼 극심했던 증시 변동성도 대폭 완화됐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회전율이 급감하고 반도체 종목에 집중됐던 거래가 줄면서 국내 증시 거래 규모도 대폭 축소됐다. 지난 8월의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량은 3억2392만주, 일평균 거래대금은 25조846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증시 과열이 정점에 달했던 지난 6월의 일평균 거래량은 4억9001만주, 거래대금은 50조3471억원이었다. 
 
코스피 지수가 수직 상승하던 시절 '국장 복귀는 지능 순'이라던 격언은 최근 또다시 '국장 탈출은 지능 순'으로 되돌아갔다. 특히 미국 주식 중에서도 레버리지 상품에 다시금 투자가 몰리고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SOXL)'의 경우, 거래대금 상위 20위권 내 종목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일간 거래금액이 많았다. 
 
해외시장과의 '규제 비대칭'을 해소하고 이른바 '서학개미'들의 투자 수요를 국내 증시로 끌어들이기 위해 출범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사실상 정책 실패로 내몰리기 무섭게 투자자들은 국장을 빠져나간 것이다.  
 
동시에 '레버리지 ETF' 급속 출시의 뒷배로 불렸던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재명정부의 초대 정책실장으로 '3대 메가프로젝트'와 한미 관세 협상을 주도한 그였지만, 수도권 집값 폭등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책임론 등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레버리지 ETF 사태의 책임을 묻겠다고 벼르고 있는데, 정작 정책을 제안한 사람이 사라진 것이다. 국감 출석 회피를 위해 '꼬리 자르듯' 도망갔다는 일각의 비판이 과하지 않다. 
 
"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던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고백 이후 잇따라 드러나고 있는 정황은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이례적으로 빠르게 추진됐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증권신고서 심사 과정에서 극단적 시장 상황을 포함한 위험 분석인 '스트레스 테스트' 또는 이에 준하는 정략적 위험 검증이 빠졌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모처럼 건수를 잡았다'는 듯 국감은 물론 국정조사와 특검 수사까지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에 앞서 김 전 실장과 이찬진 원장, 이억원 금융위원장을 'ETF 국민 사기 3인방'으로 규정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겠다고도 했다. 그 과정에서 정치적 공세를 펼치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부분도 심심치 않게 확인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예외적으로 빠르게 도입됐고, 국내 증시에도 큰 충격을 줬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민들은 이 과정에서 정부의 잘못이 드러난다면 겸허히 지적을 받고 반성과 성찰을 통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번만큼은 국민의힘이 논점을 흐리는 정치 공세 대신 명료한 정책 질의에 나서길 기대해 본다. 
 
김진양 증권팀장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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