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주요국들의 통화 긴축 사이클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오는 15~16일(현지시간) 열리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일본은행도 17~18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입니다. 미국과 일본 같은 강대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다른 국가들도 어쩔 수 없이 따라 올려야 하는 도미노 인상 현상이 일어나 글로벌 긴축 시대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주요국들의 통화 긴축 행보는 그 자체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일으킬 수 있어 한국 경제도 타격을 입을 수 있을뿐더러,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역시 셈법이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중동 전쟁 장기화에 유가·물가 급등…연준 '금리 인상' 초읽기
13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기준금리 예측 시스템인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번 주 9월 FOMC를 앞두고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현재 연 3.50~3.75%)를 0.2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기존 72.4%에서 86.3%까지 올랐습니다. 이는 미 노동부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직후 수치로, 8월 CPI 상승률은 시장 예상에 대체로 부합했지만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가 전달보다 0.3% 오르면서 시장 예상치(0.2%)를 웃돈 게 확률을 높였습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판단할 때 주목하는 근원물가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이달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게 점쳤습니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 간 긴장 재고조로 국제유가가 다시 치솟고 있는 점 또한 연준의 금리 인상 전망에 힘을 실었습니다. 실제 런던 ICE·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에만 9%나 뛴 브렌트유는 이날 전일보다 2% 이상 오른 배럴당 107달러대를 기록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102달러대에서 거래를 이어갔습니다. 미국의 물가 상승 압력이 이어진 데다, 국제유가마저 다시 급등하면서 연준의 9월 기준금리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평가입니다.
일본은행도 이번 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1.0%에서 1.25%로 인상되는 것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입니다. 최근 이어지는 엔화 약세와 이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이전보다 빠른 금리 정상화에 나설 것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16일 브라질, 17일 영국·대만 등 신흥국들도 줄줄이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있어 글로벌 긴축 시대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연준 '추가 인상' 여부 분수령…한은 통화정책 '안갯속'
통상 미국과 일본 같은 강대국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 다른 국가들도 줄줄이 올리는 도미노 인상 현상이 일어납니다. 미·일 금리가 상승하면 전 세계 자금이 금리가 높은 이들 국가로 쏠리게 되고, 다른 국가들은 자국 통화가치가 떨어지고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위험에 처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연준이 금리를 올릴지가 아니라 몇 차례나, 얼마나 빠르게 올릴지로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만약 연준이 연속 인상에 나선다면 글로벌 증시와 채권시장이 또 한 번의 금리 쇼크를 맞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경제 역시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주요국의 국채금리가 동시다발적으로 치솟으면서 먹구름이 짙어졌습니다. 당장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대를 유지하면서 올해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 3.3% 달성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앞서 한은은 반도체 수출 물량 증가율이 전년 대비 10% 후반, 국제유가가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84달러를 유지할 것을 전제로 전망치를 제시했습니다. 이대로 유가가 100달러를 뛰어넘으면 올해 성장률 3%대는 물론, 내년 성장률 전망치(2.2%)도 타격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유가 상승은 국내 금융권의 부실도 키울 수 있습니다.
다음 달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은 역시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현재 한은은 물가 안정을 전제로 통화정책 전환 시점을 살피고 있지만, 국제유가 폭등과 환율 안정이 흔들릴 경우 긴축 기조를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긴축 시계를 앞당기면 고금리에 따른 취약차주의 부담과 부동산 관련 금융 불안이 가중될 수 있기에 섣불리 금리 인상에 나서기도 어렵습니다. 한은은 통화정책 속도조절을 강조하며 연준의 결정 자체보다 국내 상황을 더 주의 깊게 살피겠다는 입장이지만, 연준의 메시지와 향후 점도표 변화 등에 따라 한은의 긴축 강도와 시기도 빨라질 수도 있다는 게 시장의 예상입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 펴내고 "연준은 9월을 포함해 단시일 내 기준금리를 2회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최악의 경우 중간선거 이후에도 고유가 상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2+1의 인상으로 최종 금리는 4.50%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한은은 과거 대비 빠른 속도로 최종금리에 도달한 이후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방법을 선택할 것"이라며 "10월 금통위에서 숨 고르기를 거친 후 11월에 추가 인상을 단행해 내년 2월 혹은 4월에 최종 금리 3.50%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 지난 7월29일 윌리엄 맥체스니 마틴 주니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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