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전남 영광 앞바다. 육지에서 약 20㎞ 떨어진 바다 위로 거대한 풍력터빈들이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하얀 타워 끝의 블레이드가 바람을 받아 천천히 회전합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한 기의 규모가 압도적입니다.
총 64기의 풍력터빈이 설치된 낙월해상풍력 발전단지입니다. 한 기당 발전 용량은 5.7메가와트(MW), 전체 설비 용량은 364.8MW에 달합니다. 연간 발전량은 약 900기가와트시(GWh), 약 25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총사업비 2조3000억원이 투입됐으며, 9월 말 기준 공정률은 97.5% 수준입니다. 준공 목표는 올해 12월입니다. 지난달 30일 <뉴스토마토>가 현장을 찾았을 당시 모노파일과 트랜지션피스(TP) 등 주요 하부구조물 설치가 상당 부분 마무리됐고 일부 터빈과 해저케이블 등 잔여 공정이 진행됐습니다.
2026년 9월30일 <뉴스토마토>가 낙월해상풍력 현장을 찾았을 당시 모노파일과 트랜지션피스(TP) 등 주요 하부구조물 설치가 상당 부분 마무리됐고 일부 터빈과 해저케이블 등 잔여 공정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다만 해상공사는 기상 조건에 좌우됩니다. 파고와 풍속, 시계가 맞지 않으면 작업선이 투입되지 못해 공정이 지연되고 선박 대기료와 인건비 등 원가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여기에 인허가와 금융 조달, 해저 지질 조사, 대형 구조물 제작·설치, 해저케이블 포설 등 복잡한 과정이 겹칩니다.
낙월해상풍력은 이 과정에서 국내 기업의 참여와 기술 인력 확대라는 성과를 남겼지만 동시에 대형 설치 장비 부족과 공급망 경쟁력, 금융·원가 부담이라는 과제도 드러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준공 이후입니다. 64기의 터빈이 20년 동안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전되는지, 연간 약 900GWh의 발전량이 실제로 어느 수준에서 구현되는지, 2조3000억원의 투자가 어떤 경제적 성과로 이어지는지가 장기적인 평가 대상이 될 전망입니다.
현장에서 만난 정종영 명운산업개발 사장은 해상풍력의 핵심 과제로 발전단가를 낮출 수 있는 사업 환경을 꼽았습니다. 개발사업자는 좋은 입지를 확보하는 동시에 사업비를 낮춰야 하지만, 장기간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선택할 수 있는 설비와 기자재의 범위가 제한적이면 원가 절감에도 한계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9월30일 정종영 명운산업개발 사장이 낙월해상풍력발전 단지 현장에서 조성 현황과 향후 과제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정 사장은 “기자재 시장 일부가 경쟁이 충분하지 않은 구조”라며 “사업자가 비용을 줄이려고 해도 주요 설비와 기자재에서 선택 가능한 업체가 제한되면 원가 절감에 한계가 생긴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공급망을 육성하는 동시에 사업자의 선택권과 경쟁 구조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국산 터빈의 실적 확보 필요성도 강조했습니다. 대형 해상풍력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만큼 금융기관이 장기간의 운전 실적과 기술 신뢰성을 중요하게 보기 때문입니다.
정 사장은 “국산 터빈이 실적을 쌓기 위해서는 실제 시장에 사용돼야 하지만 민간사업자는 금융과 사업성 때문에 검증된 터빈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공공사업과 실증을 통해 운전 데이터와 금융기관의 신뢰를 확보한 뒤 민간사업으로 확대하는 순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낙월해상풍력의 준공은 한국 해상풍력 산업에서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바다 위 64기의 발전기를 세우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이런 경험은 단순한 수주 실적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정 사장은 이런 ‘레퍼런스(reference)’가 지속적으로 쌓여야 국내 공급망이 살아날 수 있다고 말합니다.
9월30일 <뉴스토마토>가 낙월해상풍력발전 현장을 찾았을 때 설치선 한신1호가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영광=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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