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오태석 우주항공청장이 우주항공 정책 축을 연구개발(R&D)에서 산업 성장 중심으로 전환하고, 국내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부 주도의 연구개발에 머물지 않고 민간 기업이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오는 2035년 우리나라 산업이 세계 우주항공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3%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입니다. 아울러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5차 발사도 이상 없이 준비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R&D에서 산업 성장 중심으로 정책 무게추 이동
오태석 우주항공청장은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전체적으로 우주 산업의 생태계를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오 청장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많은 기반이 있지만 산업 생태계는 굉장히 취약하다"며 전국에 분포한 스타트업과 중견·대기업의 역량을 함께 키우겠다는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우주항공청은 이를 위해 기존 연구개발 중심 정책에서 산업 성장 중심으로 무게추를 옮길 계획입니다. 지난 2024년 기준 세계 우주항공 산업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0.7% 수준으로, 정부는 이를 2035년까지 3% 이상으로 높인다는 목표입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내년도 우주항공청 정부예산안도 전년보다 약 47% 증가한 1조6491억원으로 편성됐습니다.
지역별 우주산업 클러스터를 육성하면서도 특정 지역에 사업을 단순 배분하는 방식보다는 전체 산업 규모를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정부는 대전과 전남, 경남을 중심으로 위성·발사체·인력 양성 등 우주산업 클러스터를 육성하고 있습니다. 오 청장은 "정책을 한번 정했으면 실질적 효과가 나올 때까지 추진해야 한다"며 "지역의 집중도 필요하지만 전체적으로 우주 산업의 생태계를 키우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오태석 우주항공청장이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관훈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업을 키우는 것도 주요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오 청장은 "국내 시장은 너무 작다"며 우주기업들이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도체와 태양전지 등 기존 비우주 분야 기업이 우주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누리호 등을 활용한 우주 환경 실증 기회를 제공하고, 해외 사업 과정에서는 정부 간 협력을 통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한다는 계획입니다.
민간 주도의 '뉴스페이스' 전환을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합니다. 오 청장은 미국 스페이스X 성장 과정에서 활용된 단계별 성과 중심 계약 방식을 언급하며 정부도 '성과 목표형 계약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발사체 개발 과정에서 단계별 성과를 달성할 때마다 대가를 지급하는 방식 등을 통해, 기업의 기술개발 부담을 줄이고 민간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누리호 5차 발사 준비 이상무…우주항공 산업 외연도 확대 시도
발사체 분야에서는 누리호 반복 발사를 통해 발사 신뢰성을 높이고 국내에서 개발한 공공 위성은 가급적 국내 발사체로 발사한다는 방침입니다. 오는 10월7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 5차 발사가 이뤄질 예정인데요. 이날 발사에서는 초소형군집위성 5기를 포함한 15기의 위성이 탑재될 전망입니다.
오 청장은 "발사 준비가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이번 발사의 핵심 과제로 다수의 위성을 서로 다른 방향으로 분리해 충돌을 피하고 각각의 궤도에 투입하는 과정을 꼽았습니다. 향후 상용 발사 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다중 위성 발사 역량을 축적하는 과정이라고도 부연했습니다.
위성산업에서는 2035년까지 한국형 저궤도 위성통신망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정부는 2030년 저궤도 통신위성 시제기 2기를 발사해 핵심 기술과 운용 능력을 검증한 뒤 100~300여기 규모의 독자적인 통신망 구축을 추진합니다. 오 청장은 스타링크와 상업적으로 직접 경쟁하기 위한 사업이라기보다 국가안보와 통신주권 차원에서 독자적인 통신망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수백기의 위성을 국내 발사체만으로 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도 인정했습니다. 오 청장은 누리호와 향후 개발될 차세대 발사체, 해외 발사체를 함께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저궤도 통신위성의 수명이 약 5년인 만큼 위성 대량생산과 발사체 역량을 함께 키워야 하는 중장기 과제라고 밝혔습니다.
우주 활동 영역도 저궤도에서 달과 심우주로 넓힙니다. 정부는 2029년 달궤도 통신위성, 2030년 소형 달 착륙선을 발사하고 2031년부터 차세대발사체를 활용한 달-지구 과학탐사에 나설 계획입니다. 2032년에는 1.8톤급 달 착륙선을 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통신과 반도체, 배터리, 로봇 등 국내 산업 경쟁력을 활용해 국제사회의 달 기지 구축 과정에도 참여한다는 구상입니다.
유인 우주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향후 정책 방향을 구체화하기로 했습니다. 오 청장은 "독자적인 유인 우주선과 우주 공간에서 체류 활동 문제에는 막대한 재정이 필요한 만큼 제한된 자원을 어디에 집중할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차기 우주개발 기본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독자 개발과 국제협력 등을 포함한 유인 우주 프로그램의 방향을 검토해 로드맵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오 청장은 "우주 시장을 국내 시장만 보기엔 너무 작다"며 "우주 산업 생태계는 정부와 민간이 같이 힘을 합쳐야 하는 분야"라고 강조했습니다. 정부가 기술개발을 직접 이끄는 단계에서 민간기업이 사업을 주도하고 정부는 실증과 수요, 해외 진출을 뒷받침하는 구조로 전환해 국내 우주항공 산업의 외연을 넓히겠다는 구상입니다.
오태석 우주항공청장(왼쪽 세 번째)이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관훈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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