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하도급을 맡기던 영세 종합건설사들이 직접 공사에 나서고 있습니다. 실제 종합·전문건설 간 업역 칸막이가 걷힌 뒤 하도급 비중은 뚜렷하게 줄었고, 그 빈자리는 직접 고용 인력으로 채워졌습니다. 하도급 일감으로 버텨온 전문건설사들로서는 설 자리가 좁아진 셈인데, 소규모 전문공사 업역 보호구간마저 올해 말 사라질 예정이라 갈등은 한층 거세지고 있습니다.
2일 대한건설협회의 '2025년 기준 완성공사원가통계'를 분석한 결과, 3년 평균 매출액 80억원 이하 소기업 종합건설사가 원가에서 하도급(외주비)에 쓴 비중은 2021년 39.28%에서 지난해 34.18%로 5.10%포인트 낮아졌습니다. 같은 기간 노무비 비중은 16.23%에서 20.71%로 올라 20%를 넘어섰고, 현장경비 비중도 12.92%에서 16.48%로 커졌습니다. 일을 밖에 맡기는 대신 인력과 장비를 직접 꾸려 공사하는 회사가 늘었다는 뜻입니다.
서울 시내 한 공사현장 전경. (사진=뉴시스)
칸막이 사라지자 하도급 대신 '직접 시공'
인건비가 비싸져서 생긴 착시로 보기도 어렵습니다. 노무비 비중이 오르면 임금 상승을 먼저 떠올리지만, 같은 기간 대기업의 노무비 비중은 4.62%에서 4.69%로 거의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올해 하반기 건설업 평균 일급(28만2737원)도 1년 전보다 1.40% 오르는 데 그쳐 10년 새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임금보다 공사하는 방식이 바뀌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입니다.
이 변화는 업역 개편 시점과 맞물립니다. 정부는 2021년 공공공사, 2022년 민간공사부터 종합건설사와 전문건설사가 서로의 시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칸막이를 없앴습니다. 종합건설사도 전문공사를 따낼 수 있게 된 겁니다. 이때 상대 업역의 공사는 원칙적으로 직접 시공해야 합니다. 하도급은 발주자가 서면으로 승낙한 경우에만 총공사비의 20% 이내에서 허용됩니다. 종합건설사가 전문공사를 많이 따낼수록 하도급 대신 직접 시공 물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런 흐름은 규모가 작은 공사일수록 뚜렷합니다. 3억~5억원 미만 공사에서는 외주비 비중이 2022년 27.54%에서 지난해 22.80%로 떨어져 노무비(22.89%)보다 낮아졌습니다. 하도급보다 직접 고용한 인력에 더 많은 돈을 쓴 겁니다. 공사 규모가 커져도 방향은 같았습니다. 30억~50억원 미만 공사의 외주비 비중은 51.44%에서 46.60%로, 50억~100억원 미만 공사는 58.79%에서 53.94%로 각각 5%포인트 가까이 줄었습니다.
대한건설협회 '2025년 기준 완성공사원가통계', 공사 계약금액 기준, 종합건설업자 완공 공사. (그래픽=클로드 AI)
내년 4.3억원 보호막 걷힌다…'잠식' 공방 격화
전문건설업계는 칸막이가 열린 뒤 이익이 한쪽으로만 쏠렸다고 반발합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집계에 따르면 전문공사 시장의 57%가 종합건설사에 열린 반면, 전문건설사가 들어갈 수 있는 종합공사 시장은 8.7%에 불과합니다. 회원사의 98%가 중소기업이라 등록 기준과 실적 요건이 까다로운 종합공사에는 발을 들이기 어렵다는 주장입니다.
최근에는 남은 일감 마저 제값을 받기 어렵다는 불만도 나옵니다. 윤학수 대한전문건설협회장은 "종합건설사가 전문공사를 수주한 뒤 원래 공사비의 70% 수준에 하도급을 주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최근 공개된 서울시 감사 사례에서도 상대 업역 공사를 따낸 뒤 허용 한도(총공사비의 20%)를 넘겨 하도급을 준 사례가 적발됐습니다.
종합건설업계의 시각은 정반대입니다. 대한건설협회는 "영세한 전문업계 보호라는 명분 아래 전문업체는 모든 종합공사에 진출할 수 있는 반면 전문공사에는 종합업체 진출을 6년간이나 막아 놓았다"고 지적합니다. 종합건설업계 역시 98%가 중소기업이고, 지난해 한 건도 수주하지 못한 업체가 2600여곳으로 전체의 15%에 이른다는 점도 내세웁니다. 보호구간을 더 늘려 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전형적인 업역 이기주의"라며 맞서고 있습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 전문건설은 전체에서 종합건설을 뺀 값. (그래픽=클로드 AI)
사실 양쪽 모두 사정은 어렵습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18일까지 올해 폐업을 신고한 전문건설사는 2517곳으로 1년 전 같은 기간(1998곳)보다 26%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종합건설사 폐업도 622곳으로 33% 증가했습니다.
갈등의 분수령은 올해 말입니다. 종합건설사의 진입을 막아온 4억3000만원 미만 전문공사 보호구간이 이때 끝나기 때문입니다. 양측은 올해 상반기 탄원서 대결까지 벌였습니다. 대한전문건설협회와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는 지난 4월 보호 기준을 10억원으로 높이고 보호 기간을 늘려 달라는 탄원서 40만8391부를 국토교통부에 냈습니다. 그러자 대한건설협회는 5월 예정대로 내년 1월 시장을 열어야 한다는 탄원서 69만8357부로 맞불을 놨습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올해 11월 말까지는 결론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정부는 양측 모두에게 주장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수치를 가져오라고 주문한 상황이며, 현재까지도 팽팽한 기싸움이 계속되고 있어 어떤 방향으로 결론이 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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