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한복판서 예술 입는 제네시스의 ‘예술에 대한 열망’
세계 3대 미술관 ‘메트로폴리탄’ 전시
브랜드 영역 자동차 밖 예술로 확장
2026-10-05 09:00:00 ㅣ 2026-10-05 11:37:35
[뉴욕(미국)=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뉴욕 맨해튼 5번가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정면 외벽에는 올해도 제네시스의 이름을 단 대형 조형물 네 점이 관객들을 맞이합니다. 바로 제네시스가 후원한 ‘더 제네시스 파사드(건물 정문 외벽) 커미션: 리우 웨이, Speculation’ 전시 작품입니다. 성능과 가격만으로는 닿기 어려운 럭셔리 브랜드의 가치를 자동차 밖 작품의 영역으로 선보인 결과물입니다. 최대 크기 5m에 달하는 대형 조형물은 미술관 밖 비어 있던 벽감을 가득 채우며 웅장함을 더했습니다.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더 제네시스 파사드 커미션 전시물 앞에 모여 있는 관광객들. (사진=표진수기자)
 
‘더 제네시스 파사드 커미션’은 매년 선정한 작가의 대규모 설치 작품을 미술관 파사드에 전시하는 현대미술 전시 시리즈입니다. 제네시스는 지난 2024년부터 5년간 파트너십을 체결해 전시를 운영해 왔고, 올해로 세번째 협업입니다.
 
지난 2일(현지시각) 한국 취재진을 만난 레슬리 마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현대미술부 큐레이터는 “건축 당시 이 공간(빈 벽감)들은 고전 서양 조각상들을 봉안하기 위해 설계되었으나, 1902년 완공 무렵 끝내 제작되지 못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제네시스는 ‘예술에 대한 열망’을 주제로 한 전시로 이처럼 비어 있던 벽감을 채웠습니다. 브랜드의 활동 영역을 자동차 밖으로 넓혀 문화적 신뢰를 쌓기 위한 포석입니다. 
 
올해 작가는 베이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1972년생 현대미술가 리우 웨이입니다. 작품은 높이 5m 두 점, 3.5m 두 점입니다. 마 큐레이터는 “작품의 규모 면에서 이번 설치작들은 역대 가장 거대한 크기를 자랑한다”고 했습니다. 주 구조를 복합 유리섬유로 제작해 개당 무게는 약 2톤에 그치고, 표면은 스테인리스 스틸 판재와 페인트로 마감했습니다. 전시는 9월부터 내년 6월까지 약 9개월간 야외에 노출되는 만큼 뉴욕의 혹독한 겨울과 사계절 기후를 견디도록 설계됐습니다.
 
전시 주제인 ‘Speculation’(사색, 추측)은 인류 문명사 속에서 사회 구조와 가치가 해체와 복원을 거듭해 온 과정을 다룹니다. 네 점의 조각에는 모두 손의 형상이 들어갔고, 작품 제목은 우주 상수(Λ), 만유인력 상수(G), 광속(c), 플랑크 상수(h) 등 물리학의 기본 상수에서 따왔습니다. 마 큐레이터는 리우 웨이가 손을 모티프로 택한 이유를 “미술관 외부를 지나는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고 누구나 자신만의 연상을 할 수 있도록 보편적인 대상인 손을 도입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두 번째 조각의 손 형상은 벽감 경계를 넘어 바깥으로 뻗어 있는데, 그는 이를 “미술관이라는 제도적 공간의 경계를 허물고 관람객을 향해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도발적인 시도”라고 평했습니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파사드'(건물 정문 외벽)에서 진행 중인 제네시스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파트너십 전시 ' 더 제네시스 파사드 커미션: 리우 웨이, Speculation' (사진 왼쪽 위부터 오른쪽으로 순서대로) 우주 상수(Λ), 만유인력 상수(G), 광속(c), 플랑크 상수(h) (사진=현대차)
 
현장에서 눈에 띈 것은 위치였습니다. 미술관 계단과 입구 바로 앞에서 올려다보면 조각 네 점이 건물 정면에 나란히 들어오고, 관람객은 물론 5번가를 지나는 행인도 별도의 입장 없이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마 큐레이터는 “미술관을 지나치는 모든 대중에게 노출되는 공간인 만큼 부담감도 크다”며 작가에게 쉽지 않은 무대라고 했습니다. 제네시스는 자동차 전시장이 아닌 세계적 미술관의 외벽에서 3년째 이름을 알리고 있습니다.
 
전시가 끝난 뒤에도 작품은 미술관에 남을 수 있습니다. 마 큐레이터에 따르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전시 종료 후 작품에 대한 우선 소장권을 갖습니다. 2024년 첫 제네시스 파사드 커미션에 참여한 이불 작가의 작품 중 한 점은 미술관이 소장해 현재 실내 공간에 영구 전시하고 있습니다.
 
마 큐레이터는 “관람객들은 이집트 유물, 한국 미술, 중국 회화, 이슬람 미술 등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지만, 미술관 정면 외벽은 메트가 과거의 역사에만 머물지 않고 현대미술가들과 함께 현재와 미래를 내다보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라고 했습니다.
 
뉴욕(미국)=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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