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둘러싼 청와대 개입 의혹과 정책 실패 논란이 동시에 불거졌습니다. 야당은 청와대가 제도 도입을 주도하거나 출시 시점을 앞당긴 것 아니냐고 추궁했지만,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청와대 지시는 없었다"며 금융위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결정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 위원장은 도입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정책 추진 과정에서 부작용을 보다 세심하게 살폈어야 했다며 국민들에게 사과했습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8일 국회 정무위의 금융위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도입 경위와 정책 판단을 둘러싼 질의가 이어졌습니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에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투자협회 산하 연구원이 2024년 보고서에서는 단일종목 ETF 도입에 부정적이었지만 2025년 보고서에서는 찬성으로 입장이 바뀌었다"며 입을 열었습니다. 이어 "올해 1월6일 금융위 회의에서 금투협이 관련 상품 도입을 건의했지만 당시 금투협 회원사 가운데 이를 찬성하거나 건의한 곳은 없었다"며 금융위와 금투협이 사전에 공조한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또 "1월13일 청와대에서 비공개 회의가 열렸고,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이 회의를 주도하며 단일종목 ETF 도입 문제를 꺼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박 의원은 금투협 측이 국회에서 청와대의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다며 이를 확인하기 위한 증인 채택을 추진했지만 불발됐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습니다. 이와 관련해 같은 당 박성훈 의원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GSO와 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 김용범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의 증인 채택을 촉구했습니다.
야당 의원들의 이 같은 공세에도 이 위원장은 "그렇지 않다"며 청와대 지시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해외에서는 허용되는데 국내에서는 막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이전부터 있었고, 여러 의견을 들은 뒤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금융위가 결정했다는 설명을 반복했습니다.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의견수렴을 거치는 등 정해진 절차에 따라 추진했다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도 출시 시점이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진 경위를 집중적으로 물었습니다. 송 의원은 1월 금융위 자료에는 상품 출시 시점이 하반기로 제시됐지만 3월18일 관계기관 합동회의에서는 2분기 출시로 바뀌었다며 "조기 출시 결정에 청와대 지시가 있었느냐"고 재차 물었습니다.
여기에도 이 위원장은 입법예고 과정에서 특별한 의견이 나오지 않아 이후 절차가 진행된 것이라며 "청와대 지시는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정책 실패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로 이미 매도가 이뤄져 확정된 손실만 2조3000억원에 달한다며, 개인과 기관의 평가손실 등을 포함하면 피해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레버리지 ETF의 리밸런싱 과정에서 본주 가격 하락을 가속하는 이른바 '웩더독' 현상 등 상품 구조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했다며 금융위의 정책 판단과 사전 검토가 충분했는지 따져 물었습니다. 최 의원이 "정책 실패는 인정하느냐"라고 묻자 이 위원장은 "정책 도입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저희들이 좀 더 세심하게 살폈어야 했다"고 답했습니다.
최 의원은 금융위의 정책 검토 과정에도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금융위가 제출한 자료가 신문기사 4건과 자본시장연구원의 6쪽 분량 자료에 그쳤다며, 시행령 개정까지 거친 정책을 추진하면서 충분한 검토가 이뤄졌는지 추궁했습니다. 특히 금융감독원 용역으로 작성된 150쪽가량의 보고서가 제출되지 않은 점을 지적, 해당 보고서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투기성과 변동성 확대 가능성 등이 담겼다면서 "왜 제출하지 않았느냐", "은폐한 것 아니냐"고 질타했습니다.
여당인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청와대 개입설'은 정치 공세라고 방어하면서도 시장 관리 책임 등에 대해서는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김현정 민주당 의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자체보다 고빈도 알고리즘 매매(HFT)를 활용한 세력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관리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 위원장은 불공정거래 여부를 거래소가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위법행위가 발견될 경우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현경 기자 kh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