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펄어비스, 현금 7000억 쌓였는데…투자도 환원도 '더딘 걸음'
상반기 3498억 들어왔는데 투자·환원 집행 191억
현금·단기금융상품 반년 새 두 배로 늘어 7004억
배당은 순이익 10% 수준…배당보다 높은 임직원 보상
2026-10-15 06:30:00 ㅣ 2026-10-15 06:30:00
이 기사는 2026년 10월 13일 17:1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용현 기자] 펄어비스(263750)가 신작 '붉은사막' 흥행으로 현금을 빠르게 쌓고 있지만, 이를 사업 투자나 주주환원으로 돌리는 속도는 좀처럼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년 사이 현금이 두 배로 불어나는 동안 개발비 외에 지분 투자 등 외부 투자로 이어진 자금은 거의 없었다. 여기에 창사 첫 배당으로 환원 기준을 마련하긴 했지만 기준 자체가 낮아, 약속한 환원을 모두 이행해도 쌓인 현금 대부분은 회사에 남는 구조다.
 

펄어비스 사옥. (사진=펄어비스)
 
불어난 현금, 사업 대신 예금·채권으로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펄어비스의 올해 상반기 말 연결 기준 현금 및 단기금융상품은 7004억원으로 지난해 말 3524억원보다 98.7% 증가했다. 상반기 영업활동과 자회사 매각으로 3498억원이 순유입된 결과다. 다만 유·무형자산 취득과 자사주 매입에 쓴 돈은 191억원에 그쳤다. 현금 유입액의 5.5%에 불과한 규모다.
 
현금이 급증한 것은 신작 '붉은사막'의 흥행 덕분이다. 지난 3월 출시한 붉은사막은 83일 만에 600만장 판매를 기록했다. 이에 상반기 영업수익은 5211억원으로 전년 동기 1186억원보다 339.3% 늘었고, 영업이익은 88억원에서 2797억원으로 급증했다. 순손익도 222억원 적자에서 2575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이에 더해 영업활동으로 2385억원의 현금이 유입된 데다 '이브 온라인' 개발사 CCP게임즈 매각으로 현금흐름표상 1113억원이 추가됐다. 실적 개선과 자회사 매각이 맞물리면서 부채비율도 지난해 말 43.8%에서 22.4%로 낮아졌다.
 
하지만 재무 여력이 커지는 동안 투자는 사실상 개발비에만 몰렸다. 펄어비스는 게임사의 핵심 투자인 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잡지 않고 전액 비용으로 처리하는데 상반기 연구개발비용은 797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719억원을 넘어섰다. 다만 이 가운데 88%인 701억원이 인건비로, 신작 흥행에 따른 성과급이 크게 반영됐다.
 
영업활동으로 들어온 2385억원은 이 개발비를 쓰고 남은 돈이지만 개발비 밖의 투자로는 거의 이어지지 않았다. 상반기 유·무형자산 취득액은 15억원으로 전년 동기 31억원보다 52.1% 줄었고, 종속·관계기업 지분 취득은 한 건도 없었다. 타법인 출자 역시 기존 펀드에 3억원을 추가 납입한 게 전부였고, 사모펀드에서는 출자금 40억원을 회수했다. 대신 늘어난 현금은 금융상품으로 향했다. 단기금융상품에 새로 넣은 돈이 찾은 돈보다 1610억원 많았고 새로 사들인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 375억원어치도 대부분 채무증권이었다.
 
물론 회사도 남은 현금을 어디에 쓸지 방향은 제시했다. 펄어비스는 지난 7월 주주간담회에서 확보한 현금을 차기작 개발과 주주환원, 시너지가 기대되는 인수·합병(M&A) 기회 모색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차기작 일정을 보면 당장 큰돈이 들어갈 시점은 아니다. '도깨비'는 2028년 하반기 출시가 목표로 본격적인 마케팅도 2027년 하반기에야 시작되며, 개발 역시 붉은사막 안정화 이후 기존 인력을 옮겨 투입하는 방식이다. '플랜 8'은 일정조차 제시되지 않았고, 상반기까지 집행된 지분 투자도 없었다.
 
 
 
배당은 순이익 10%…자사주는 임직원 보상으로
 
사업에 투입할 자금 수요가 크지 않다면 남는 현금은 주주환원으로 돌릴 수 있지만 펄어비스가 정한 배당 기준은 보유 현금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회사는 지난 최근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통해 연간 100억원과 당기순이익의 10% 가운데 큰 금액을 매년 배당하겠다고 밝혔다. 창사 이래 첫 배당으로, 올해 실적을 기준으로 내년부터 지급할 예정이다.
 
상반기 순이익 2575억원에 배당률 10%를 적용하면 배당 추정액은 약 257억원이다. 나머지 2318억원은 배당으로 환원되지 않고 회사에 남는다.
 
배당 외에 자사주 매입도 주주환원 수단으로 제시했지만 실제 집행 규모는 아직 크지 않다. 펄어비스는 지난 6월9일 이사회에서 자사주 140만 3945주 소각과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결의했다. 다만 소각 대상은 2018년과 2020년에 취득한 기존 보유 주식으로, 소각 자체에 새로 투입되는 현금은 없다.
 
더욱이 소각을 추진한 자사주의 상당 부분은 임직원 보상에 활용됐다. 펄어비스는 소각 결의 16일 뒤인 6월25일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110만 6000주 부여를 의결했다. 직접 보유한 자사주 약 140만주의 79%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부여일 공정가치인 주당 3만 5350원을 적용하면 평가액은 약 391억원으로, 배당 추정액 257억원을 웃돈다.
 
RSU는 등기임원 2명과 직원 58명, 계열회사 임원 2명에게 부여됐다. 이 가운데 등기임원인 김경만 최고사업책임자(CBO)와 이동원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최대주주 김대일 의장의 특수관계인으로 두 사람이 받은 7만 2500주의 평가액은 약 25억 6000만원이다.
 
이처럼 배당 규모가 제한적인 데다 자사주도 주주환원뿐 아니라 임직원 보상에 활용되면서, 보유 현금의 상당 부분은 회사에 남게 됐다. 결국 펄어비스는 붉은사막 흥행으로 현금을 크게 늘렸지만 이를 사업 투자나 주주환원으로 연결하는 속도는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반기 말 현금 및 단기금융상품 7004억원에서 배당 추정액과 자사주 매입 계약금액을 모두 차감해도 5747억원이 남는 만큼 확보한 자금을 단순히 보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차기 성장 동력이나 주주가치 제고로 연결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다.
 
펄어비스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주주환원 정책은 내부 논의를 거쳐 결정한 것으로 특정 기준에 따라 정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M&A는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단계가 아니지만 신작 개발에 집중하면서 비용이 필요할 때마다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용현 기자 hiyori08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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