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희 기자] 기업들이 저축은행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비금융사의 금융업 진출부터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노리는 핀테크까지 다양한 움직임이 나타납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I그룹 계열사 KBI국인산업은 지난해 상상인저축은행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인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교보생명은 4월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를 확보하며 인수를 마무리했습니다. 대출비교 플랫폼 핀다는 6월 대원저축은행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고, 한화생명도 9월 애큐온캐피탈·저축은행 패키지 거래 인수 본계약을 마쳤습니다.
전선 및 자동차 부품 사업이 주력인 KBI그룹은 지난해 경북 지역의 라온저축은행을 품은 데 이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에도 나섰습니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기존 영업 기반을 수도권까지 넓힐 수 있습니다. 환경·에너지와 건설·부동산, 섬유·용기, 의료 등 여러 산업을 영위하는 KBI그룹이 기존 기업 간 거래(B2B)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금융업을 더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는 시도로 풀이됩니다.
KBI그룹은 과거 갑을상사그룹 시절 '갑을상호신용금고'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데요. 2000년 금고를 매각한 이후 25년 만에 금융업에 다시 복귀한 셈입니다. 다만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주식 처분 예정일을 다음달 2일로 변경하면서 거래 종결 일정은 작년 10월 주식매매계약 체결 이후 다섯 차례나 미뤄졌습니다. KBI그룹은 인수를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입니다.
인수 이후 자본 확충이나 부실채권 정리에 필요한 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상반기 고정이하여신비율이 18.51%, 연체율은 14.23%로 업권 평균을 크게 웃도는 상황입니다. 거래 성사 이후에도 건전성 회복 및 수익 기반 정상화에 필요한 자금과 시간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핀다의 경우 대출 비교 플랫폼이 직접 저축은행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대원저축은행은 대구·경북·강원권을 영업 구역으로 둔 소형 저축은행인데요. 올해 상반기 기준 총자산은 31억원이며 총여신은 없는 만큼 저축은행 라이선스를 확보하려는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지난해 11월 시행된 저축은행 영업 구역 규제 완화는 핀다의 사업 전략과도 맞물립니다. 저축은행은 영업 구역 내 의무 대출 비율 규제를 받고 있는데, 수도권은 50% 비수도권은 40%입니다. 그런데 금융당국이 자산 1조원 이하 중소형 저축은행이 영업 구역 내 의무 대출 비율을 산정할 때 영업 구역 밖에서 취급한 비대면 개인신용대출의 50%를 총여신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완화하면서 비대면 금융 플랫폼 강점이 있는 핀다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포지션을 점하게 됐습니다.
핀다는 앱 기반의 비대면 영업을 활용해 전국의 중·저신용 차주를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핀다 주요 고객은 중·저신용자로, 저축은행 상품 연계가 활발합니다. 또 2대 주주로 올라서 있는 JB금융과의 협업이 어떠한 방식으로 이뤄질지도 주목됩니다.
기존 금융사들도 저축은행 인수를 통한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교보생명은 SBI저축은행 인수를 마무리하며 보험업을 넘어 금융 사업 기반을 넓혔습니다. 한화생명 역시 애큐온캐피탈·저축은행 패키지를 인수를 추진하며 포트폴리오를 추가했습니다. 기존 고객 기반과 영업 채널 등과 연계한 시너지 효과를 겨냥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저축은행 M&A는 2022년 이후 부동산 PF 부실 등 여파로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였다가 최근에는 건전성 지표가 개선되면서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상반기 저축은행업권의 PF대출 연체율은 3.63%로 전년 동기(5.14%)보다 1.51%포인트 개선됐으며 고정이하여신비율은 8.16%로 1.33%포인트, 연체율은 6.26%로 1.27%포인트 각각 개선됐습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과 비용이 낮은 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사업을 다각화하려는 수요가 있다"면서 "다만 가계대출 총량제로 규모를 공격적으로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업들이 저축은행을 인수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배희 기자 SheisH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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