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흑자에 '나 홀로 강세'…환율 '1320원대' 진입
원·달러 환율, 1328.1원 마감…장중 1325원대까지 '뚝 ↓'
추가 환율 하락 여지도…고유가·외국인 주식 매도 등 변수
2026-10-20 16:59:18 ㅣ 2026-10-20 17:12:03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고유가와 달러화 강세 속에서도 원·달러 환율이 1320원대까지 내려왔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사흘째 하락세로 장중 1325원대까지 떨어지며 약 2년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습니다. 원화가 나 홀로 강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가 있습니다. 경상흑자 규모가 역대급을 기록하면서 외환시장에 달러가 압도적인 규모로 풀린 영향이 컸습니다. 시장에서는 환율이 추가로 떨어질 여지가 있다고 보면서도 고유가와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매도 등을 환율 하락 제약 요인으로 꼽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강달러에도 약 2년 만에 최저치 찍은 원화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2원 내린 1328.1원에 주간거래를 마쳤습니다.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24년 10월2일(1319.3원)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3원 내린 1329.0원에 거래를 시작해 장 초반 1325원대까지 떨어졌습니다. 
 
앞서 환율은 지난 7월1일 중동 지역 불안과 달러화 강세로 장중 1559.2원까지 치솟았고, 같은 달 7일에는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1555.8원을 찍으면서 1600원 돌파 가능성이 거론될 정도로 고공행진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8월 중순 올해 처음으로 1300원대에 진입했고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불과 석 달 사이에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고유가와 달러화 강세 속에서도 원화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 12월물은 전 거래일보다 0.3% 내린 109.55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물은 전 거래일보다 2.22% 오른 103.66달러를 기록했습니다. 통상 원유에 대한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서 유가 급등은 원화 약세 요소로 꼽히는데, 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더불어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 원화 가치는 떨어지는데, 마찬가지로 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어 이례적입니다. 이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1.76으로 전 거래일보다 0.2% 하락했지만, 연일 100을 상회하는 등 강세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경상수지 흑자에 넘쳐나는 달러…향후 '반도체 경기' 좌우 
 
원화 강세 배경에는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가 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기준 경상수지는 461억1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면서 한 달 만에 역대 2위 기록을 다시 경신했습니다. 역대급 경상수지 흑자는 반도체 수출을 중심으로 한 상품수지 개선이 주도했는데, 8월 상품수지 흑자는 468억1000만달러로 역대 2위를 기록했습니다. 날개를 단 반도체로 수출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면서 외환시장 내 달러 공급이 크게 늘어났고, 이는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가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리며 환율의 추가 하락 여지도 있다고 내다봅니다. 무역흑자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환율의 추가 하락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는 분위기입니다. 현재 한은은 9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유성욱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지난 8일 열린 '8월 국제수지(잠정)' 설명회에서 "통관 수출이 9월에는 굉장히 상승한 것으로 나왔기 때문에 9월도 좋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변수도 있습니다. 향후 반도체 경기가 전체 환율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당장 고유가와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매도, 프랑스 재정위기에 따른 유로화 약세 등은 원화 강세 제약 요인으로 꼽힙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달러 강세 전환에도 인공지능(AI) 투자심리가 회복됐다는 점이 원화에 긍정적"이라며 "수급상으로는 외국인의 역외 원화 강세 베팅이 원화 강세를 뒷받침하고 수출 네고까지 더해지면서 환율 하락에 힘을 보탰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다만 고유가 등 대외 불안 요인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1320원대, 원·엔 환율이 830원대까지 내린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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