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추진을 둘러싼 여론 역풍을 우려해 국정조사로 한발 물러섰습니다. 탄핵 명분을 쌓으려는 포석이지만, 여권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사법부와의 충돌이 중도층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민주당은 탄핵을 강행하면 여론 역풍을, 철회하면 강경파 반발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어떤 선택을 하든 정치적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재제청 거부 관련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중론 대 강경파' 충돌
조계원 민주당 대변인은 21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정감사 이후 조 대법원장 탄핵의 구체적 근거들을 확인하는 절차로서 국정조사를 검토 중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나는 이달 말 국정조사 실시 여부를 놓고 본격적인 당내 논의에 나설 방침입니다.
'조 대법원장 탄핵소추를 위한 국정조사냐'는 물음에 조 대변인은 "탄핵의 근거를 국민과 함께 더 조명하고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그런 맥락으로 따지면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의 탄핵 추진 논의 공식화에도 당내 신중론이 우세하자 명문 쌓기에 돌입한 셈입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지난 16일 민주당 유튜브 '민티 07'에서 "탄핵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요구가 이미 나오고 있기 때문에 모든 방법과 어떤 경로를 올려놓고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보면 된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섣불리 조 대법원장 탄핵을 추진하지 못하는 건 여론 역풍 때문입니다. 당 일각에선 여권 지지율이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법부 독립 문제가 불거질 경우 여론 반등이 어렵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조 대법원장의 임기가 내년 6월 초까지로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실효성이 작다는 점도 신중론의 요인 중 하나입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탄핵 추진에 앞서) 조 대법원장의 헌법 질서에 대한 태도를 꼭 확인할 필요가 있다. 먼저 헌법기관이자 국민대표기관인 국회의 대법원장 국정조사에 응하는지 존중하는지"라며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앞서 박 의원은 탄핵을 서두르지 말자는 취지의 글을 의원 단체 대화방에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민주 내홍·중도층 이탈' 땐 국힘 유리
반면 당 내외 강경파의 신속한 탄핵 요구가 변수입니다. 친청(친정청래)계 한민수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 공개 발언에서 "책임지지 않는 사법부 수장을 언제까지 감내해야 하나"라며 "결정을 미루다 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며 "누적된 법률 위반 의혹을 면밀히 따져 조 대법원장의 탄핵소추 여부를 조속히 결정해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탄핵 추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의 탄핵 도착증이 다시 도진 것"이라며 "민주당이 잘하는 것은 딱 두 개밖에 없다. 하나는 탄핵이고, 하나는 갑질"이라고 맹비난했습니다.
일부 정치적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탄핵 논란이 장기화하면 사법부 독립과 권력분립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여권의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밀려 탄핵을 강행했다가 중도층의 반감을 키울 경우 이들을 국민의힘이 흡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반대로 탄핵 추진을 접더라도 국민의힘으로선 기회입니다. 국정조사로 시간을 벌더라도 민주당이 탄핵의 명분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하면 정치적 압박만 앞세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탄핵이든 국정조사든 대법원장을 상대로 한 공격은 어떻게든 역풍이 불 것"이라며 "다만 국정조사도 한쪽에서 밀어붙인다고 일방적으로 할 순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