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서 쓸 인력도 부족…공소청 시정요구에 경찰 '난감'
공소청, '경위 이상 조서 작성' 시정 요구
'경사 이하' 경찰 절반, 조서 업무 못할 판
수사·순찰 인력도 부족한데…인력난 가중
2026-10-29 16:22:42 ㅣ 2026-10-29 16:40:01
[뉴스토마토 김백겸 기자] 경위 이상 사법경찰관의 피의자 신문조서(피신조서) 작성에 대한 공소청의 시정 요구에 인력 부족을 겪고 있는 경찰이 난감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경찰은 공소청의 요구에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인력 부족 가중과 일선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모습. (사진=뉴시스)
 
2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최근 공소청 본청은 전국 공소청에 전달한 업무 연락을 통해 경사 이하 사법경찰리가 지휘·감독 없이 독자적으로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하는 데 대해 경찰 등 수사기관에 시정 조치를 요구하라는 지침을 공유했습니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197조에 따르면 경위 계급 이상의 경찰공무원은 사법경찰관으로서 범죄를 수사하고, 경사·경장·순경은 사법경찰리로서 수사를 보조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찰수사규칙 제39조는 피의자의 진술을 조서에 적는 경우, 사법경찰리도 조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지난 8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사법경찰리의 조서 작성은 적법절차 원칙에 어긋난다며 경찰수사 규칙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인권위 권고에 따라 경찰은 이달 2일 사법경찰리가 조서를 작성할 경우, 사법경찰관의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아 조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수사준칙을 개정했습니다. 경사 이하 경찰관이 조서 업무를 계속하는 대신 경위 이상의 지휘를 받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한 셈입니다.
 
그러나 공소청은 지휘·감독 여부와 관계없이 수사 보조만 할 수 있는 사법경찰리가 작성한 피신조서는 위법하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공소청이 경찰에 조서 작성 주체를 원칙적으로 경위 이상 사법경찰관으로 정하도록 규정을 다시 고치라고 시정 조치를 요구한 겁니다.
 
공소청 요구를 그대로 따르게 되면 경찰 인력 절반 정도가 조서 업무를 할 수 없게 됩니다. 2024년 기준 경찰 계급별 구성을 보면 전체 경찰관 13만1807명 중 경사가 20.34%(2만6818명), 경장이 15.40%(2만302명), 순경이 11.71%(1만5441명)으로, 경사 이하 경찰관의 비중은 약 47%입니다.
 
당장 경찰이 마련한 '경위 이상 조서 작성 지휘'를 담은 수사준칙을 따르더라도 이를 지휘할 사법경찰관 수도 부족합니다. 통상적으로 팀장, 지구대장, 파출소장 등을 맡아 업무를 지휘하는 경감 계급은 전체 경찰공무원 중 20.54%(2만7086명) 수준입니다. 
 
더구나 이달부터 새로운 형사소송 체계가 도입되면서 경찰의 수사 업무 부담이 커지고, 공소청의 보완수사까지 늘어나면서 수사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달 26일 기준 보완수사 요구는 총 899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615건)보다 60%나 급증했습니다.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로 추가 진술 등 간단한 업무도 경찰로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업무가 늘어난 만큼 인력 수요도 커졌습니다.
 
여기에 최근 강력사건이 잇따르면서 치안 수요도 커졌습니다. 경찰의 인력난이 가중이 불가피한 상황인 겁니다. 경찰은 최근 대규모 인력을 투입하는 '안심순찰대'를 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인력을 어떻게 수급할지 구체적인 계획은 내놓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공소청과 소통해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홍석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27일 기자간담회에서 "법령에 보면 수사는 사법경찰관이 하도록 돼 있는데 (사법경찰리의) 피신조서 작성이 가능하다는 판례도 있다"며 "법령과 판례를 잘 고려해 세부 지침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김백겸 기자 kb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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