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한국거래소가 장기간 주가가 저평가된 저주가순자산비율(PBR) 기업 151곳을 처음 공표합니다. 롯데케미칼과 이마트, 롯데쇼핑, 현대제철 등 주요 상장사도 저PBR 기업으로 분류됐습니다. 거래소는 이번 명단 공개를 통해 기업들의 자발적인 가치 제고를 유도한다는 방침이지만, 실제 주주환원과 경영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저PBR 기업으로 최종 선정된 상장사는 151곳입니다. 유가증권시장 96곳, 코스닥 55곳입니다. 거래소는 상장사 2431곳(유가증권시장 779곳·코스닥 1652곳)의 PBR을 산정해 185곳(유가증권 115곳·코스닥 70곳)을 저PBR 기업으로 분류했습니다. 최근 3년간 누적 PBR을 기준으로 업종별 하위 25% 이내인 유가증권시장 기업과 하위 10% 이내인 코스닥 기업이 대상입니다. 이 가운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기업 중 34곳은 공표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PBR 개선 계획을 포함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면 원칙적으로 1년간 공표를 면제받을 수 있지만, 장기간 저PBR 상태가 이어진 기업은 예외입니다. 지난달 22일까지 개선 계획을 제출한 62곳 가운데 15곳(유가증권 10곳·코스닥 5곳)은 최근 6년여간 대부분의 반기에서 저PBR 상태가 이어진 장기 저PBR 기업으로 분류돼 명단에 포함됐습니다.
명단은 2일부터 상장공시시스템 밸류업 페이지에 공개되며,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도 '저PBR' 태그가 표시됩니다. 저평가 기업이라는 사실을 시장에 공개해 기업에 평판 부담을 주고, 자발적인 기업가치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저PBR 명단 공개가 밸류업 공시와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을 촉진할 수 있다"며 "일본에서도 PBR 1배 미만 기업 대상 정책 이후 자사주 매입이 늘고 저PBR에서 벗어난 기업이 나타났다"고 분석했습니다.
(표=뉴스토마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롯데케미칼(011170)(PBR 0.18배),
이마트(139480)(0.15배),
롯데쇼핑(023530)(0.17배),
롯데하이마트(071840)(0.15배),
현대제철(004020)(0.19배),
한화생명(088350)(0.27배),
영풍(000670)(0.17배) 등이 명단에 포함됐습니다. 코스닥에서는
KCC건설(021320)(0.20배),
유진기업(023410)(0.26배),
휴맥스(115160)(0.20배),
대한약품(023910)(0.50배) 등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PBR이 가장 낮은 곳은 유가증권시장의
SUN&L(002820)(0.06배), 코스닥의
앱토크롬(109960)(0.07배)이었습니다.
다만 저PBR 기업 명단 공개가 실제 기업가치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합니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제출한 기업들의 공시에서도 실행 계획과 경영진 책임을 담보할 장치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BNK금융지주와 롯데지주는 핵심 지표 준수율이 70%였지만, 경영진 성과평가 지표(KPI)에 PBR을 반영하거나 보상 체계와 연계하지 않았습니다. 일부 기업은 PBR 목표를 제시하면서도 구체적인 달성 시점을 밝히지 않았고, 주주와 연 2회 이상 소통한다는 지표도 일부 시가총액 하위 기업에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자율공시에 의존하는 제도적 한계도 있습니다. 별도의 벌칙이나 법적 강제력이 없어 명단 공개에 따른 평판 부담만으로 기업의 행동 변화를 끌어내기는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PBR이라는 단일 지표로 기업을 평가하는 방식도 한계로 꼽힙니다. 낮은 PBR 원인은 수익성 부진이나 성장동력 부족, 자본 배분의 비효율, 지배구조 문제 등 기업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PBR 하나로 기업을 평가하기보다는 기업별로 처방을 나눠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현경 기자 kh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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