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유영진 기자] 한미 상호관세가 15%로 타결된 가운데 금융권은 관세 영향권에 드는 기업에 대한 리스크 관리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자동차 등 관세 리스크에 노출된 기업은 물론이고 하청업체까지 관세 비용이 전가될 수 있어 재무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위험가중자산(RWA)이 늘어나 자본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기업대출을 늘려야 하는 은행들은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기업대출 모니터링 강화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보험사들은 기업의 관세 부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미국 상호관세 부담으로 기업 실적이 악화할 경우 연체율이 늘어날 우려를 대비해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입니다.
철강은 기존 품목별 50% 관세가 그대로 유지됐고, 반도체·의약품은 관세 부과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황입니다. 자동차는 기존 무관세에서 15%로 조정되면서 일본, EU와 같은 조건이 됐지만 가격 경쟁력은 실질적으로 후퇴했습니다. 금융당국이 기업대출 확대를 주문한 상황인 만큼 은행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KB국민은행은 미국 상호관세에 따른 업종별·차주별 관세 리스크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대미 수출이나 판매 비중이 크고, 현지 생산능력 확보가 취약한 산업을 중심으로 수출 감소 영향과 재무적 대응 능력을 고려해 리스크 수준을 파악하는 중입니다. 관세 부과의 영향도를 구분해 고위험, 중위험, 저위험으로 차별화해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상대국과의 협상 과정, 보복관세 부과 수준 등 추가적인 대응 결과를 반영해 정기 산업등급 평가에 반영할 예정입니다.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가중자산 관리도 비상이 커졌습니다. 위험가중자산이란 은행의 자산을 유형별로 나누고 신용 위험 정도에 따라 위험 가중치를 곱해 산출한 수치입니다. 위험가중자산은 원·달러환율에 밀접한 영향을 받는데요. 환율이 오르면 외화부채 같은 은행의 외화표시 자산의 원화 환산 금액이 늘면서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납니다. 이번 상호관세 영향에 따라 환율이 다시 상승한다면 위험가중자산이 늘고 자본비율이 하락할 수 있어 우려됩니다.
신한은행은 위험가중자산 관리와 함께 관세 증가에 따른 산업군별 영향 및 리스크 등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상호관세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가능성도 남아 있는 만큼 내외부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했습니다. 하나은행은 관세 위험에 노출된 산업들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중점관리업종에 편입하면서 리스크 관리에 나섰습니다. 잠재적인 부실 영역을 조기에 선정하고, 연체 관리를 강화해 자산 건전성 관리에 전력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우리은행 역시 파생상품 등 환율 민감 자산과 외환 여신 관리를 강화하고 보수적으로 운용할 방침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관세로 인해 기업 매출이 감소하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매출 저조 추세를 보이는 기업과 산업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 여신을 늘린다는 방향도 사실은 기업이 투자 활동하는 것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고민하는 부분이다 보니 앞으로 사안별로, 기업별로 고민을 별도로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관세 영향으로 인해 당장 기업 유지도 어려운 곳에까지 돈을 빌려주지는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보험사와 저축은행 등 2금융권도 기업 리스크 관리에 본격적으로 나섰습니다. 2금융권 기업대출을 받는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연체 위험이 높기 때문에 보다 면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게다가 2금융의 경우 기업대출 연체율이 상승세를 보여 더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저축은행 기업대출 연체율은 지난 1분기 13.65%로 전체 연체율(9%) 중 대부분을 차지하며 전체 연체율 상승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보험사 기업대출 연체율도 매분기 상승세에 있습니다.
위험가중자산 관리도 고민
전문가들도 이번 관세 영향으로 거시 경제적 관점에서 수출 기업의 수익성과 신용도가 낮아지고 금융권 여신 부실 위험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국내 금융상품에 대해 신용평가를 하는 기관인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도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부채 비율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어 자본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회계상 노력은 하고있지만 내수 부진 영향도 함께 있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는 "이번 관세 영향으로 수혜를 받는 업종과 받지 않는 업종끼리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며 "석유화학이나 디스플레이 등 일부 업종은 신용등급 전망이 더 안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앞으로 관세 영향권에 있는 기업들의 재무 현황을 면밀히 모니터링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관세 부과는 한국의 수출 감소와 GDP(국내총생산) 하락을 유발하고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 압력도 함께 발생할 수 있다"며 "무역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의 투자와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등 거시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습니다. 서 교수는 "관세 영향으로 여신 부실 위험성이 높아진 금융권에서는 여신 심사를 강화하고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게 되며 고위험 업종과 기업에 대한 대출 감시가 강화할 수 있겠다"며 "동시에 정책금융 지원도 병행될 전망"이라고 부연했습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15%로 결정한 가운데 금융권은 관세 영향권에 드는 기업들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전망이다. 최근 기업대출 연체율이 증가하는 데다, 관세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기업들의 재무 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미국 관세 협상 타결 뉴스가 송출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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