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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전 세계 경제사회 전반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전쟁이나 재난과 같은 상황이 진행되면서 각국 정부가 경제 및 금융 시장에 대해 엄청나게 개입하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긴급재난지원금, 고용안정 지원금, 긴급 생계지원, 통신비 지원 등 다양한 정부지원 뿐만 아니라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인하하고 양적완화를 추진했다. 정부 지원의 규모가 커지니 그에 따라 시장도 영향을 받고 있는데, 과연 경기가 정상화되면 정부의 역할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올까?
지난 100 년 간 정부 개입의 역사는 1차 세계대전 이후, 2차 세계대전 이후, 1970년대 석유파동 이후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1차 세계대전 이후 각국 정부들은 재건과 대공항을 거치면서 시장에 대한 개입을 강화했고 경제성장이 약화됐다. 정부 부채를 줄이고자 긴축 노력을 한 정부는 시장 신뢰를 확보했으나 그렇지 않은 나라는 감당할 수 없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겪어야 했다. 둘째, 2차 세계대전 이후, 선진국 정부는 은행 이자율을 제한하고 자본 통제를 강화했다. 경기가 회복된 후에도 정부 대출 이자율은 시장 금리보다 낮은 수준 또는 심지어 마이너스 금리로 결정됐고 이 관행은 수십 년간 유지됐다. 셋째, 1970년대 선진국 정부에서 자본 흐름과 금융 시스템에 대한 지배력을 완화해 글로벌 자본 시장이 형성됐다. 경기 회복 이후에도 글로벌 금융 통합을 말미암아 선진국 채권 규모가 커지고 정부 사업 규모는 더욱 더 성장하게 됐다.
이런 역사적 흐름을 볼 때, 팬데믹 이후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정부의 역할이 정상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낮다. 정부와 중앙은행은 재정지출과 구제 금융을 줄일 수 있으나, 재정적자와 머니 프린팅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정부의 권한이 강화되므로 정부를 상대로 한 로비스트, 노조 및 정경유착 세력들이 득세할 것으로 예측된다.
즉, 예전에는 시장에서 자금과 자원 배분이 결정됐다면 팬데믹 상황에서는 정부에서 어떤 회사가 세금 감면을 받을지를 결정하고 누구에게 재난 지원금을 줄지를 결정하므로 정부의 권한이 강화된다. 또한 모든 미디어의 관심이 코로나19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정부의 권한 강화 움직임이 견제 받지 못하는 듯하다.
일례로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대한 규제 강화를 들 수 있다. 정부는 비대면 상황에서 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법 제정을 서둘러 진행 중이다. 기술 변화에 따라 기존 법을 개정하지 않고 플랫폼 사업자에만 적용하는 새로운 법을 서둘러 제정한다 한다. 이런 중첩된 규제로 말미암아 글로벌 플랫폼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플랫폼 회사들의 비즈니스 혁신이 저해될까 우려된다. 또한 충분한 법 제정의 분석 및 논의가 되지 않아 궁극적으로 플랫폼을 기반으로 신규 창업하는 스타트업들이 지속적으로 보게 되는 경제적 피해 규모를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현재 발의 중인 게임법 개정안을 들 수 있다. 비대면 상황에서 급성장 중인 게임산업에 대해 기존 자율 규제로 진행되던 사안을 법적 규제로 전환하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국내 게임산업의 핵심 사업모델인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표시를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내용이 들어있는데, 현재 법안에 따르면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표시를 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표시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다. 그 동안 게임업계에서는 게임물의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 및 확률정보 표시 위치에 대해 자율규제 형태로 미준수 게임이 준수 전환할 수 있도록 노력해왔는데 법적 규제가 도입된다면 지난 몇 년 간 구축해온 자율규제 체계는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 및 AI 시대에 VUCA로 표현되는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을 포괄하는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4차 산업혁명위원회에서도 정부에 권고를 했다. 일단 만들어진 규제를 없애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팬데믹 시대를 틈타 민간의 자율규제를 없애고 법적 규제를 강화한다 하는데 이는 매우 시대착오적이라 할 수 있다. 정부가 팬데믹 위기를 헤쳐 나가는 노력은 지속해야겠으나 정부 규제로 인한 플랫폼 비즈니스, 신산업 관련 창업 생태계가 위축되지 않도록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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