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IFRS 한국 몫에 삼성물산 사외이사 'MB맨 최중경'
'한종수·최중경' 투톱 땐…삼성생명 회계정상화 '무력화'
2025-12-16 06:00:00 2025-12-16 06:00:00
[뉴스토마토 박주용·김성은·이효진·이지우 기자]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의 한국 몫 이사로 이명박(MB)정부의 내각 일원이자, 현 삼성물산 사외이사인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현 한미협회 회장)이 내정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삼성생명 일탈회계'를 옹호했던 한종수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가 한국회계기준원(KASB) 차기 원장으로 유력한 가운데 IFRS 재단 이사까지 '친삼성' 인사로 선임될 경우, 일탈회계의 정상화가 물 건너갈 것이란 우려가 큽니다. 차기 회계기준원장 선출 문제와 맞물려 IFRS 재단 이사직을 둘러싼 논란도 커질 전망입니다.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현 한미협회 회장)이 지난 4월1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5회 한미 산업협력 컨퍼런스’에서 박수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삼성물산 이사가 IFRS 겸임…이해충돌 논란 '불가피'
 
16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최 전 장관은 IFRS 재단의 한국 몫 이사로 곧 발표될 예정입니다. IFRS 재단 산하 기구 관계자는 "(최 전 장관으로) 결정됐다고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최 전 장관은 <뉴스토마토>에 부인 대신 "공식 발표가 곧 있을 것"이라고만 했습니다. 삼성물산 사외이사인 최 전 장관이 국내·국외 회계 문제를 다룰 IFRS 재단 이사를 겸임하게 되면서 이해충돌 논란이 거세질 전망입니다. 그의 삼성물산 사외이사 임기는 오는 2027년 3월까지입니다.
 
이변이 없는 한 최 전 장관은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이어 내년 1월1일부터 3년간 차기 IFRS 재단 이사로 활동하게 됩니다. 앞서 정덕구 전 산업자원부 장관(2010년 10월~2016년 12월)과 곽수근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2017년 2월~2022년 12월), 이석준 회장(2023년 1월~2025년 12월)이 IFRS 재단 이사로 활동했습니다.
 
IFRS 재단 이사회는 감독이사회 밑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기구입니다. 총 22명의 이사로 구성돼 있으며, 매년 세 차례 회의를 열고 있습니다. 여기에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등 산하기관 위원을 임명하는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재단의 정관 개정과 예산 승인도 담당합니다. 국제 회계 질서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울타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IFRS 재단 이사는 한국회계기준원장과 쌍벽을 이뤄 국내 회계업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국제회계기준 제정 과정에서 한국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회계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에선 (IFRS) 재단 이사하고 회계기준원장이 한 세트로 일하는 구조"라며 "어떻게 보면 (IFRS 재단 이사는) 회계의 큰 어른으로 가장 영향력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11년 1월27일 청와대에서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현 산업자원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중경 전 장관은 이명박정부에서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내며 경제 컨트롤타워의 한 축을 맡은 인물로, 이른바 'MB맨'입니다. 관료 시절엔 '최틀러'(최중경+히틀러)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저돌적인 히틀러'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입니다. 1979년 행정고시 합격 후 재무부(현 기획재정부)를 시작으로, 이명박정부에서 청와대를 거쳐 장관 자리까지 올랐습니다.
 
최 전 장관은 한미협회 회장직과 함께 삼성물산 사외이사도 겸임하고 있습니다. 2021년부터 현재까지 삼성물산의 사외이사직을 맡고 있습니다. 삼성물산은 순환출자 구조의 삼성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기업입니다. 이와 함께 최 전 장관은 전직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으로서 '회계업계의 큰형'이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관가 안팎에선 금융위원회 특정 인사들이 최 전 장관을 물밑에서 지원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IFRS 재단 이사를 공모하는 과정에서 이한상 회계기준원장과 윤석열정부 금융위원회 인사들이 핵심적 역할을 했다는 전언과 함께, 김병환 전 금융위원장과 이윤수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이 최 전 장관 추천자로 거론됩니다.
 
회계기준 '투톱' 친삼성…일탈회계 정상화 '요원'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현 산업자원부) 장관(왼쪽)과 한종수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사진=연합뉴스, 한국회계학회)
 
차기 회계기준원장 1순위로 꼽히는 한종수 교수와 IFRS 재단 이사로 유력한 최중경 전 장관이 회계기준 정립 기구의 '투톱'이 됐을 땐 삼성생명의 '일탈회계 정상화'는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큽니다. 국제, 국내 회계기준을 만들고 해석하는 민간기관 모두 삼성과의 이해관계가 얽힌 인물로 구성되기 때문입니다. '최틀러'란 별명답게 최 전 장관이 재단 이사직을 독단적으로 활용한다면 일탈회계 정상화는 더욱 요원해집니다.
 
아울러 국내 회계업계에 최근 잇따라 윤석열정부 등 보수 진영과 인연이 있는 인사들이 온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입니다. 이한상 원장은 2022년 당시 윤석열 대선 후보 정책총괄본부 소속으로 활동했으며, 윤석열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도 합류했습니다. 이 원장은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과도 가깝습니다.
 
이한상 원장의 뒤를 이을 유력한 차기 원장 후보 한종수 교수를 회계기준원장으로 추천한 인물은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확인됐는데요. 최 교수는 윤석열정부 인수위 출범 당시 기획조정분과의 인수위원으로 깜짝 발탁된 바 있습니다. 최 교수는 특히 김건희씨 스승이기도 했습니다.
 
회계업계에서 활동했던 한 정치권 인사는 "삼성생명이 여전히 국제회계기준을 따르고 싶지 않다면 계속 핑곗거리를 만들어서 기존 회계 방식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며 "새로 올 회계기준원장과 IFRS 재단 이사가 이런 흐름에 동조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어 "국제기구에서 그런 것(일탈회계 정당화)을 주장함으로써 한국이 노골적으로 회계 투명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최 전 장관의 IFRS 재단 이사직 선임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람은 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그 사람에 의해 어떤 결정이 내려져도 계속 논란이 될 것"이라며 "객관성과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정치색이 없는 사람으로 선임하겠단 원칙을 세운 다음 학계의 추천을 받는다면 (IFRS 재단 이사로) 충분히 좋은 분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지우 기자 j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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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S는 손길이 안닿는다 하더라도 한국회계기준원장 임명에는 정부여당의 손길이 미칠 수 있는 자리일 것 같은데 이대로 가면 안되지...ㅠ

2025-12-16 14:32 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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