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혼돈의 부동산 시장을 견뎌내는 법
2022-10-25 06:00:00 2022-10-25 06:00:00
최근 부동산 투자자들이 모여 있는 공간에서 '경매 일반론'을 강의할 기회가 있었다. 그간의 강의수요을 참작해 운영진에 양도소득세,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강의도 준비돼 있다고 말했지만, 경매가 시의적절해 보인다고 그 주제로 의뢰받았다. 부동산 매도를 전제로 투자 수익을 계산하는 법을 가르쳐 달라던 사람들이, 이제는 경매를 가장 알고 싶어 한다. 늦은 시간까지 남녀노소 함께 공부하고, 궁금증을 해결해나갔다. 이럴 때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가 바뀐 것을 느낀다. 격세지감이다.
 
거시경제 환경이 갑작스레 변하며, 부동산 때문에 어렵고 힘들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려온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문제는 가족이 안전할 수 있는 공간의 문제이자 인생의 결정체이기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겪는 분들이 눈에 띈다. 그 중에는 안타깝게도 더 이상 어쩔 도리가 없는 사람도 있지만 조금만 견디면 이 시기를 이겨낼 수 있는 사람도 있다. 혼란을 이겨나가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부동산 업무를 보는 세무사로서 느끼는 주변 분위기 몇 가지를 더 전하고자 한다. 
 
앞선 부동산 투자자 그룹에는 2030 투자자들이 소모임으로 만나 의견을 교류하고 있다. 그들이라고 다 가진 자들은 아니며 각자 처한 상황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부동산에 대한 열망으로 결속돼 시장 분위기가 경직돼 있어도 공부를 멈추지 않는다. 주말만 되면 동네를 벗어나 부동산 임장을 하고 후기를 나눈다. 소득 파이프라인을 늘린 사례를 탐구하고 구체적으로 손익과 사례를 연구한다. 이럴 때일수록 부동산을 배우려 하고 세금을 가르쳐달라고 한다. 급매 소식을 공유하며 부족한 자금을 가장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기회일까 토론하고 때를 기다린다. 갓난아이 자녀들에게는 나은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 쉬지 않는다.
 
한편에는 이런 시장을 현명하게 넘길 수 있는 지혜를 가르쳐주는 어른들이 있다. 최근 읽은 책에서는, 무엇이 좋은 부동산이 시대에 따라 바뀔지언정, 인간의 삶에서 부동산이 중요하지 않았던 적이 없다고 일깨워주며 포기하지 않게 격려한다. 집을 팔 때는 남김없이 이익을 거두려 욕심부리지 말고 적절한 수준에서 마음 편한 상태로 매도를 할 것을 조언한다. 집을 살 때는 금리나 시장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되, 가족의 보금자리가 된다는 측면도 고려하면 의외로 답에 도달할 수 있다는 걸 알려준다. 지금 당장 움직이기가 어렵다면, 본업에 충실하고 일상을 돌보며 평정심을 유지할 것을 조언한다.
 
세금을 미리 공부해둔 사람들은 지금 분위기에서 세법 속의 진주를 발견하는 듯하다. 부모가 자녀에게, 부부가 공동명의로 증여를 고민하는 상담 요청이 최근 늘고 있다. 경직된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를 이용해 절세를 꾀하고, 해가 바뀌기 전에 2022년의 유리한 세법을 미리 적용받고자 한다. 침체된 시장에서도 취할 수 있는 것을 취하려 적극적인 모습이다.
 
주변의 공인중개사들은 하루하루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렇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리는 중개사가 있다. 비결이 뭔지 물었더니, 이럴 때일수록 동네 소식을 수집하고 주민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고, 남는 시간에는 부족한 공부를 보충하고 있다고 한다. 본인도 힘들텐데 손님 앞에서는 분명히 좋은 날이 올 거라고 밝게 이야기한다. 지금이 아니더라도 다시 매매가 활기를 띄면 그 중개사에게 물건을 맡길 수 밖에 없다. 양도소득세 신고 의뢰가 별로 없지만, 그 분은 자주 상담 손님을 보내주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월세를 살고 있는 동생에게는 최근 부동산 시장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려줬다. 매매가 어려워지면서 전월세 물량이 늘고 있는 점, 금리 상승에 따라 월세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고 말해줬다. 동생은 남은 임대차 기간을 점검하면서 소비를 점검하고 미리 준비를 해야겠다고 말했다. 얼마 전 직장에서 꾸지람을 들었지만 참고 견뎌야 할 때라는 걸 알았는지 씩씩하게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최근 결혼해서 전세를 구하고 있는 친구에게는, 급히 전세 세입자를 구하고 있는 대규모 물량 지역을 알아보라고 조언했다. 보증금 우선변제를 위해 확인해야 할 것들을 알려주었다. 집주인의 채무로 인해 경매가 개시될 수 있으니 물건에 관련된 권리, 체납세금을 꼼꼼하게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친구는 꼼꼼하게 자기에게 맞는 물건을 잘 구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전례 없는 부동산 시장 혼란 한 가운데 있다. 바라보는 시선은 제각각일 것이다. 이 분위기가 얼마나 이어질 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견디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고 또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권민 미술전문 세무사(MK@mktax.co.kr)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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