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내년 총선을 1년여 앞두고 여야가 각종 리스크에 휘말리면서 무당층의 정치혐오증이 역대급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양보와 타협을 통한 생산적 정치 구현보다는 여야 간 당리당략에 의한 힘 대결은 물론, 예상치 못한 리스크에 정치의 역할이 실종되면서 거대정당에 대한 반감이 커졌는데요. 여야 모두 지지층 이탈이 가속화하면서 내년 총선은 중도층 끌어안기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제22대 국회의원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맞붙었던 역대급 '비호감 대선'에 이어 역대급 '비호감 총선'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전문가들은 23일 "잘한 쪽보다 덜 잘못한 쪽이 이기는 승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10명 중 3명 무당층…20대 54%로 '껑충'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전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21일 공표·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당지지도는 민주당 32%, 국민의힘 32%, 무당층 31%, 정의당 5%로 집계됐습니다. 전주와 비교하면 민주당은 4%포인트 하락한 반면 국민의힘은 1%포인트 상승했고, 무당층은 2%포인트나 올랐는데요. 같은 기관 조사에서 여야 모두 지지하지 않는다는 무당층 비율이 30%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21년 1월4주(26~28일) 조사에서 31%를 기록한 이후 약 2년2개월 만입니다.
특히 정치 성향별로 중도층에서는 국민의힘이 25%, 민주당이 28%로 조사된 데 반해 무당층은 41%로 매우 높게 나타났는데요. 무당층 비율은 지역별로 서울(31%)과 인천·경기(35%) 등 수도권에서 높게 나타났으며, 연령별로는 20대(54%)와 30대(37%)에서 각각 높게 조사됐습니다.
여도, 야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 비율의 상승은 지난해 대선부터 심화된 여야의 극단적인 진영정치 여파와 함께 여야가 최근 겪고 있는 각종 리스크로 정치혐오증이 확산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됩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야 각종 리스크에 '역대급 정치혐오'
실제 국민의힘의 경우 당 지도부의 실언 등이 잇따르면서 이른바 '극우 리스크'가 발목을 잡고 있는데요. 총선 승리의 교두보가 돼야 할 당 지도부가 오히려 최대 리스크가 되면서 지지층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설화로 얽힌 김재원 최고위원에 이어 태영호 최고위원의 '제주 4·3 북한 김일성 지령설', 조수진 최고위원의 '밥 한 공기' 논란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민주당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인데요. 최근 정부·여당의 잇따른 악재에 대한 반사이익으로 지지율이 반등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여전한 데다, 최근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이 당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대형 악재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전주보다 4%포인트 떨어진 지지율 숫자가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야의 각종 리스크에 정치를 혐오하는 무당층이 증가하면서 양대 정당에서는 총선 위기감이 흘러나오는데요. 때문에 내년 총선은 여야가 무당층으로 돌아선 중도층 민심을 잡기 위해 어떤 묘수를 내놓느냐가 승패를 가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야는 현재 지지층 이탈을 막기 위해 민심 붙잡기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국민의힘의 경우 전통 지지층인 집토끼 결집 매진에서 벗어나 중도층 민심을 잡기 위해 전세사기, 전기·가스 요금 인상, 마약 문제 등 각종 민생 현안을 챙기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또 당 중앙윤리위원회와 당무감사위원회를 동시에 띄우면서 당 기강잡기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민주당도 돈봉투 의혹이 초대형 악재로 번지지 않도록 사전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민생 경제 현안을 통해 사법 리스크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내년 총선이 지난해 대선에 이어 역대급 '비호감 총선'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은데요. 역대급 정치혐오증 확산에 잘한 쪽보다 덜 잘못한 쪽이 이기는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본지와 한 통화에서 "내년 총선을 위해서는 여야의 각종 리스크에 잃어버린 2030 세대 등의 지지를 되찾는 게 급선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재명 대표(오른쪽에서 두번째) 등 민주당 지도부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을지로위원회 상생 꽃달기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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