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6일 서울 중구 서울중장년내일센터에서 열린 중장년 계속고용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결론부터 말하자. 김문수(고용노동부 장관) 돌풍은 '보수의 위기'다. 재고 말고 할 것도 없다. 전례 없는 위기다. '포스트 87년' 체제는 언감생심. 한국 보수를 망조로 이끄는 군부독재 회귀. 그 벼랑 끝에 섰다. 위기의 핵심은 권력 공백을 틈타 전광훈(사랑제일교회 목사)을 위시한 극우 세력의 점령.
극우 세력의 시나리오라면, '졸작'이다. 중심부로 치고 들어온 김문수 대안론은 '신기루'다. 뼛속까지 극우 아스팔트인 '우두머리'(수괴) 윤석열(대통령)과 '내란 선동자' 전광훈. 분노와 적개심으로 똘똘 뭉친 그들은 늘 격노했다. 이들의 만행을 좌시하는 것은 해방 이후 한국 사회 한 축을 형성한 우파에 대한 모욕 아닌가.
김문수 대안론?…윤석열 '종속 변수'일 뿐
지난 6일 공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 김문수 장관은 12%를 차지했다. 1위인 이재명(32%) 민주당 대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다만 여야 대선주자 중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한 것은 이 대표와 김 장관, 2명에 불과했다.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 8%, 홍준표 대구시장 7%,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6% 등으로 집계됐다.
특히 국민의힘 지지층(395명)에선 김 장관 지지율이 27%로 조사됐다. 오 시장(17%)과 홍 시장(15%)은 중위권을 형성했다. 김 장관은 △60대 이상(19%) △70대 이상(20%) △보수층(24%) △탄핵 기각층(28%) 등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다.(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의뢰로 지난 3∼5일까지 휴대전화 가상번호 100%를 이용한 전화면접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문수 돌풍의 기저에 깔린 것은 '공포'다. 박근혜 탄핵 트라우마. 박근혜 시즌2에 대한 두려움. 레드 콤플렉스(적색공포증)에서 보듯, 보수 진영을 지배하는 감정 기제는 공포다. 극우 궤멸을 막을 유일한 인사는 '계엄 사과'를 거부한 '꼿꼿 극우' 김문수. 실제 김 장관은 지난해 말 국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다른 국무위원들과는 달리,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국무위원 중 유일했다.
지난 4일엔 국회를 찾아 당시 상황을 언급, "국무위원 전원에게 일어서서 '무조건 사과하라'고 강요하는 건 금도를 넘는 직권남용"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쯤 되면, 내란 수괴와 '운명 공동체'다. 역으로 말하면, '김문수 대안론'은 윤석열과 커플링(동조화) 현상에서 나온 '종속 변수'에 불과하다. 보수 혁신의 발광체가 아닌 내란 수괴의 '반사체'에 지나지 않는다. 김문수 대안론의 다른 이름은 필패론.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보수' 인질로 삼은…윤석열 '옥중 정치'
대선은 51대 49 싸움이다. 승부처는 중도층. 김 장관은 대선 3대 변수인 '구도·이슈·인물'에서 모두 절대열세다. 가장 오른쪽에 선 김 장관의 본선 경쟁력은 제로(O)에 가깝다. 실점 요인은 차고도 넘친다. '실언'이 대표적.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기쁨조", "박근혜·이명박이 구속이라면 문재인은 총살감"이라고 했다. 갑질 의혹은 옵션이다. 경기도지사 때인 2011년 한 요양병원에 행정점검차 전화를 한 뒤 대뜸 "도지사 김문수"라고 했다. 소방관이 "무슨 일 때문에 그러냐"라고 하자, 김 지사는 '관등성명'을 대라고 했다. 이 소방관은 이후 문책성 인사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노조는 악으로 규정했다. 앞서 2009년 쌍용자동차 노사 협상 결렬 당시 "자살 특공대를 만들어 옥쇄 투쟁을 하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장 재임 시절이던 2023년 3월 광주글로벌모터스를 방문, "감동받았다. 노조가 없다"며 "620명의 평균나이 28세, 평균임금은 4000만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시대착오적 젠더 감수성도 선보였다. 2010년 땐 걸그룹 소녀시대를 거론, "쭉쭉빵빵"이라고 표현했다. 이듬해 한국표준협회의 조찬 모임에선 춘향전을 언급, "변 사또가 춘향이 X먹으려고 하는 거 아니냐"고 막말했다. 돌풍이라고 하기엔 상품성이 없다. 야권 내부에서 "김문수가 나오면 땡큐"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국민의힘의 우경화'다. 심상치 않다. 상징적인 장면 하나. 지난 3일 서울구치소.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권성동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이 윤석열씨 접견차 서울 구치소로 향했다. 하루 전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윤씨를 접견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같은 날 현안 기자간담회를 통해 접견 예정 사실을 밝혔다. 직후 'K(권영세)·K(권성동)' 지도부의 현장 브리핑 관련 '지라시'가 돌았다. 당은 현장 브리핑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쌍권은 접견 후 국회로 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