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윤석열 석방' 이후 조기 대선 열차에 올라탄 여권 주자들이 공개 행보를 자제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늦춰지는 상황에서 섣불리 광폭 행보에 나설 경우 강성 지지층의 외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특히 윤씨가 석방 후 사실상 '관저 정치'에 나서면서 여권 대선주자들의 입지도 좁아졌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여전히 대세론을 형상한 가운데, 갈 길 바쁜 여권의 대선 주자들의 스텝이 꼬이는 모양새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왼쪽)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북핵 앞에 선 우리의 선택, 핵 잠재력 확보를 위한 한미 안보협력 전략' 국회무궁화포럼 제6회 토론회를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10일 부산 부산진구 영광도서 8층에서 '한동훈의 선택, 국민이 먼저입니다'라는 주제로 북콘서트를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관저 정치'에…입지 좁아진 한동훈·오세훈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출판'을 통해 사실상 조기 대선에 돌입했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은 예정된 일정을 잠시 보류하며 주춤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 전 대표는 지난주 윤씨가 석방하기 전인 6일 마포에서 자신의 책 '국민 먼저입니다'를 출판한 기념으로 '북콘서트'를 진행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윤씨를 정조준했는데요. 그는 "(내가) 계엄은 잘못된 것이라는 걸 규정하고 계엄 상황을 신속하게 종료하는데 기여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향후 윤씨가 구속 취소로 석방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곧바로 메시지를 냈는데요. 그는 윤씨를 두둔하며 "심신이 많이 지치셨을 것 같다. 건강 챙기시면서 충분한 방어권을 행사하길 바란다"며 "대통령이라고 해서 더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되며, 혼란을 초래한 공수처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공식적인 행보를 자제하고 있습니다.
오 시장도 한국의 성장 담론을 담은 책 '다시 성장이다'를 출판한다고 전했는데요. 책의 내용은 오 시장의 서장 구상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다만, 윤씨가 석방된 후 출간 시점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지난 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혹시라도 조기 대선이 열리게 되면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가 유리한 위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조기 대선의) 사전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게 당의 중론이라 구상을 밝히는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왼쪽)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중구 로얄호텔서울에서 열린 2025년 제1차 고용정책심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오른쪽)이 4일 대구 동구 대구혁신도시 복합문화센터 물빛서원 개관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문수·홍준표, 윤 엄호로 강성 지지층 결집
반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홍준표 대구지사는 윤씨의 석방에 환영의 메시지를 내놓으며 '대통령 복귀'를 언급했습니다. 김 장관은 윤씨가 석방되자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취소와 석방을 계기로 이제 대한민국의 사법절차 전체가 정상으로 복귀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홍 지사는 "그동안 줄기차게 윤 대통령 구속은 불법 구속이니 구속취소 하라는 내 주장을 받아준 법원의 결정에 대해 격하게 감사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다음 날은 "(탄핵심판) 기각되면 혼란, 인용되면 전쟁. 난감한 대한민국"이라며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헌법재판소를 사실상 압박한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홍 지사는 대선 출마를 사실상 공식화하면서 기자간담회 등의 일정을 잡아뒀는데요. 윤씨의 석방으로 일정을 모두 연기 취소하는 모습입니다. 김 장관과 홍 지사는 윤씨를 엄호하며, 강성 지지층을 결집하는 모양입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왼쪽)이 12일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글로벌플라자 경하홀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오른쪽)이 지난해 5월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정치 리더의 조건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과 거리 둔…안철수·유승민 '차별화' 전략
반대로 윤씨의 탄핵을 찬성한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은 윤씨와 거리 두기에 나서며 차별화 전략을 꾀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당내 세력이 취약하기 때문에 확장성을 고려한 선택으로 보이는데요. 안 의원은 오는 17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합니다. 보수 정치의 상징성을 지닌 이 전 대통령을 만나 중도 확장을 꾀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됩니다.
앞서 안 의원은 지난 12일 보수의 텃밭인 대구를 찾았습니다. 그는 윤씨의 탄핵 선고가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단하기가 힘들어 지켜볼 수밖에 없다"면서도 "헌재 심판에 승복한다는 메시지는 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윤씨의 비상계엄 선포는 야당의 책임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윤씨에 대한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을 두고 "검찰이 즉시 항고했어야 한다"며 "법원이 구속을 취소한 취지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갖고 온 사건이기 때문에 상급심 판단을 받아보자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어 "당과 대통령의 관계에 거리를 두고 절연하는 모습을 보여야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