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차종관 기자] 윤석열씨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이 역대 대통령 최장기간 탄핵심판 기록을 쓰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1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때로부터 계산하면, 윤씨 탄핵심판은 17일 기준으로 93일째를 맞았습니다. 최장기간 탄핵심판이 진행되고 있는 건 탄핵 찬성과 반대로 국론이 분열된 탓입니다. 헌법 재판관들도 파면과 인용을 놓고 합의를 보지 못하는 걸로 전해졌습니다. 이러다 보니 헌재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항소심 판결 때까지 선고를 늦출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옵니다.
왼쪽은 15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동십자각에서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연 15차 범시민 대행진, 오른쪽은 같은 날 서울 세종대로에서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가 탄핵 반대 취지로 연 광화문 국민대회. (사진=연합뉴스)
윤씨에 대한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습니다. 애초 지난주 14일 선고가 유력했으나 날짜가 지났고, 지금은 21일에 선고가 있을 걸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선고가 모두 금요일에 있었던 전례를 따른 겁니다. 노 전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63일, 박 전 대통령은 91일 만에 선고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윤씨 선고는 두 사람의 기록을 넘어서는 겁니다.
헌재가 윤씨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잡지 못하는 건 헌법 재판관들끼리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서라는 분석이 힘을 얻습니다. 진보로 분류되는 재판관 4명은 탄핵 인용을, 보수로 꼽히는 4명은 탄핵 기각 혹은 각하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논쟁이 치열하다는 설명입니다. 지난 1월23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심판도 재판관들의 성향에 따라 4대 4로 의견이 나뉘었고, 결국 탄핵안이 기각된 바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이견이 나오는 건 헌법 재판의 성격이 복합적이기 때문입니다. 헌재의 탄핵심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는 법률적 성격, 피청구인이 헌법을 어겼는지와 사회적 파장을 함께 따지는 정치적 성격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결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은 형사적 관점과 정치적 여론 등을 중요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특히 윤씨 측은 수사 절차의 부당성과 증인들 진술의 오염 가능성을 강조하면서 부당한 탄핵이라고 주장합니다. 최근 일련의 여론조사를 보면 윤씨의 탄핵이 부당하다는 여론이 40%대에 육박하기도 했습니다.
법조계 분석도 천차만별입니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조지호 전 경찰청장과 관련해 검찰의 진술 조서를 증거로 채택할지 여부에 대해 법리상 다툼이 있다"며 "윤씨 구속취소 결정을 계기로 해서 수사 과정에서의 적법 절차 위배 문제가 상당히 민감한 문제로 떠올랐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정환 변호사(법무법인 도담)는 "(윤씨가) 경찰과 군대를 어떻게 했느냐 등에 대한 진술 신빙성 문제에 대해선 재판관끼리 의견이 다를 수 있다"며 "세부적 절차로서 증명력과 신빙성을 어디까지 인정하냐, 주문에 쓸 것이냐, 생각이 다르면 별개 의견으로 갈 것이냐 (등을) 조율하면 (선고에) 시간이 걸릴 있다"고 했습니다.
탄핵 찬성과 반대로 국론이 분열된 상황도 헌재에 영향을 크게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헌환 아주대 로스쿨 교수는 "국민 전체가 (탄핵 찬성과 반대로) 크게 대립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헌법 재판관들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어느 쪽에도 꼬투리 잡힐 빌미를 최소화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습니다.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울타리에 철조망이 설치돼 있다. (사진=뉴시스)
여론에 따라 '오피니언 리더'와 '인플루언서'들도 성향 따라 의견이 갈립니다. 보수성향 언론과 유튜버들은 법률 요건에 주목해 탄핵 각하를 주장합니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할 경우 불복하자는 선동까지 합니다. 반면 진보성향 언론과 유튜버들은 윤씨가 위헌적 계엄을 선포했다며 탄핵 인용을 강조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헌법 재판관들은 윤씨 탄핵심판 선고로 인한 후폭풍과 책임이 자신에게 돌아올 것을 걱정하는 모양새입니다.
여기서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항소심 선고가 주목됩니다. 윤씨가 파면되면 이재명 대표가 유력 대권주자로 부상하게 됩니다. 하지만 윤씨가 대통령직에 복귀하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더욱 부각되게 됩니다. 때문에 보수성향 언론과 유튜버들은 헌재가 이 대표를 대통령에 당선시키기 위해 윤씨를 파면할 것이라는 주장까지 합니다. 이에 일각에선 헌재가 보수층 여론의 부담을 덜고, 윤씨 파면에 대한 후폭풍을 회피하고자 이 대표의 선거법 항소심 선고(26일) 이후에 윤씨 선고기일을 잡을 것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겁니다. 이 대표는 1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2심에서도 당선무효형 등 유죄를 선고받으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합니다.
차진아 교수는 "이번 금요일(21일)에 선고를 못 하면 28일에 선고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대표의 2심 선고가 난 뒤에 윤 씨가 선고가 나는 거 아니냐'는 추측도 지금으로써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차종관 기자 chajonggw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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