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국내 시가총액 상위 500대 기업 대표이사(CEO) 중 ‘관리형 CEO’가 늘어나고 ‘기술형 CEO’가 줄어드는 등 글로벌 추세에 역행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공지능(AI)·로봇 등 첨단기술 시대를 맞아 기업들이 기술 전문가를 이사진에 영입하는 등 기술경영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실제 경영은 관리형 CEO에 맡기며 보수적인 경영 전략을 세우고 있는 셈입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기술형보다 관리형 CEO를 선임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시총 상위 500대 기업 중 470곳을 대상으로 CEO 이력을 분석한 결과 기술·연구 직무 출신 비중은 28.4%로 3년 전(31.8%)과 비교해 3.4%p 줄었습니다. 생산·구매 등 현장직 출신도 3.3%로 3년 전(4.6%)보다 1.3%p 감소했습니다.
반면, 경영·재무 등 이른바 관리형 CEO의 비중은 같은 기간 46.9%에서 49.8%로 2.9%p 늘며 전체의 절반에 육박했습니다.
CEO스코어는 “글로벌 주요 대기업들이 AI, 로봇 등 첨단 기술 트렌드에 맞춰 엔지니어 출신 CEO를 전면에 내세우는 추세와 대비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시총 500대기업 대표이사 출신 직무별 비중 (자료=CEO스코어)
기술형 CEO 대신 관리형 CEO를 늘리는 추세는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인 대기업 집단 소속 기업들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대기업 대표 가운데 기술·연구직 출신은 3년 새 4.6%p 감소한 16.2%로 5명 중 1명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경영·재무 출신은 58.6%로 같은 기간 5.0%p 늘었습니다.
대기업 집단 이외 기업군의 경우에는 기술·연구직 출신이 39.9%로 상대적으로 비중이 컸지만, 이들 기업군조차 3년 전보다 2.1%p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기술·연구직 출신 CEO의 감소 추세는 대학 전공에서도 확인됩니다. CEO스코어 조사 결과 경영·경제학 전공자 비중은 3년 전 27.3%에서 올해 29.9%로 2.6%p 늘어난 반면, 전자·전기공학(7.9%→6.8%), 기계공학(4.6%→4.2%), 산업공학(3.2%→2.7%)로 감소 추세를 보였습니다.
CEO들의 출신 대학은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이른바 SKY 대학이 전체의 46.0%를 차지했습니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22.5%가 서울대 출신이었고, 연세대(12.7%), 고려대(10.8%) 출신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조사 대상 기업의 대표이사 평균 나이는 59.6세로 3년 전(58.4세)보다 1.2세 높아졌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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