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 플러스, 플러스, 가격이 착해~ 플러스가 되니까 홈 플러스~"
지난 2010년대 초반 TV 방송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었던 '홈플러스 송'의 일부분이다. 이 테마송은 단순한 가사, 반복되는 멜로디로 중독성이 있다 보니, 당시 홈플러스 매장에 방문하면 이를 흥얼거리는 손님들도 적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홈플러스 송은 현재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이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소소한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0년대에도 방시혁 의장이 유명 작곡가였던 점을 감안하면, 당시 홈플러스의 위상이 상당했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랬던 홈플러스가 최근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자금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이달 4일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것이다.
홈플러스 측은 모든 플랫폼들이 전과 다름없이 정상 운영되고, 협력 업체 거래도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얼마 전 이례적으로 상거래 채권 전액 변제, 기업 정상화 의지를 골자로 한 기자 간담회까지 개최하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지만, 시장의 우려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사실 홈플러스는 1997년 삼성물산 유통부문의 할인점 사업을 모태로 출범한 이래 30여년 동안 이마트, 롯데마트와 함께 국내 대형마트 시장을 견인한 주역으로 평가받았지만, 이들 경쟁 업체보다는 훨씬 굴곡진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비롯해 2011년 테스코 체제 전환, 2014년 분식회계 스캔들, 2015년 MBK파트너스의 인수 등 회사의 명운을 가를 굵직한 대형 이벤트들을 여러 차례 겪었고, 이 과정 속에 여러 차례 재무 악화 위기에 빠지며 부침을 겪었던 탓이다.
하지만 최근 홈플러스가 맞닥뜨리고 있는 상황은 그간의 위기 때보다도 더 좋지 않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당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거시적 오프라인 유통 환경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대형마트 업체들은 대용량 구매, 뛰어난 쇼핑 편의성 등을 내세워, 노른자위 지역 중심 출점 경쟁에 나서며 유통 전반의 산업을 주도한 바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전후해 비대면 소비가 일상화하면서 이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고 오프라인 유통은 쇠퇴함에 따라 홈플러스를 비롯한 대형마트 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게다가 최근 3~4년간 고물가 기조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현상이 강해졌는데, 이는 온라인보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오프라인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물론 홈플러스 만의 내부 요인도 발목을 잡았다. 5조원에 달하는 상당한 부채 부담을 가진 상태에서 현금 창출력이 높은 핵심 점포를 다수 매각하고, 이는 최근 3년 연속 적자 기록 및 기업 경쟁력 저하의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들 요인 역시 유통 업황 침체와 무관하다 보긴 어렵다.
문제는 홈플러스를 둘러싼 이들 악재가 하루아침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홈플러스 측이 거듭 정상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간담회를 통해 밝혔듯 뼈를 깎는 수준의 자구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문제 해결이 간단해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홈플러스가 자생에 성공해 다시금 대형마트 주역으로의 위용을 되찾을지, 아니면 더욱 어려운 시기를 맞이하면서 나머지 경쟁사들의 양강 체제로 바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형마트 업황 자체의 지속 성장 가능성 자체에 대한 의문마저 제기되는 실정이다. 특히 이번 사태는 홈플러스를 넘어 오프라인 유통 채널 전반의 위기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김충범 산업2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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