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9일(현지시간)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했습니다. 연준은 경제 불확실성을 언급,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인플레이션 전망은 높이면서도 올해 금리 인하 횟수는 2회를 유지했습니다. 연준이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한국은행도 금리 인하 속도조절에 나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장 오는 4월 금리를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뒤따르면서 연내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인하 여력은 2회 정도만 남았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연준, 올해 두 차례 연속 동결…한·미 금리차 1.75%p 유지
연준은 이날까지 이틀 연속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4.25∼4.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지난 1월에 이어 2회 연속 동결입니다. 미국의 정책금리는 지난해 9월(-0.50%포인트), 11월(-0.25%포인트), 12월(-0.25%포인트) 세 차례 연속 낮아진 뒤 지난 1월 인하 행렬이 멈췄습니다. 이번 결정으로 우리나라와의 금리 격차는 1.75%포인트(금리 상단 기준)를 유지했습니다.
연준이 금리 인하 속도조절에 나선 것은 경제 불확실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경제활동은 확장되고 있고 실업률은 안정화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은 다소 상승했다"면서도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성명서에는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대한 위험이 균형 상태에 있다'는 표현이 없어지고,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했다'는 문구가 처음 추가됐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이날 FOMC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현재 상승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부분적으로 관세에 대한 반응이라 생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드라이브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일부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연준의 조치 없이 빠르게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면 그런 인플레이션을 간과하는 게 적절할 수 있다"며 관세에 따른 물가 상승이 단기로 그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습니다.
그러면서 파월 의장은 "무역정책 변화에 따른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이 이례적으로 크다"며 "정책 조정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월가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에 대해서는 "복수의 경제 전망가들이 침체 확률을 다소 올렸지만, 여전히 상대적으로 완만한 수준"이라면서 "(침체 확률이) 올라가긴 했지만 높은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습니다.
연준의 인식은 경제 전망 예측에도 반영됐습니다. 연준은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이하 중간값)를 지난해 12월에 제시한 2.1%에서 1.7%로 하향 조정하고, 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의 연말 예상치는 2.7%로 종전(2.5%)보다 0.2%포인트 올렸습니다. 그럼에도 점도표(금리예상표)상 올해 말 기준금리 중간값을 3.9%로 예측해 0.25%포인트씩 인하할 경우 기존 전망대로 총 2회 내릴 것을 시사했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의 결정 이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미국의 관세 (정책 효과)가 경제로 (쉽게) 이동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는 편이 훨씬 더 나았을 것"이라며 "옳은 일을 하라"고 금리 인하를 재차 압박했습니다.
'환율·집값·가계부채'에…한은, 4월 '숨 고르기' 예상
연준이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 시점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달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한은이 금리를 지난달에 이어 4월에 연속으로 내리기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 같은 전망에는 연준이 통화 완화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만큼 한국만 금리를 추가로 내리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판단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실제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로 여전히 높은 수준에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 금리를 더 내릴 경우 원화 가치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고, 외국인 자금 유출 압박도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등의 영향으로 집값과 가계부채가 다시 들썩인 점도 추가 금리 인하 제약 요인으로 꼽힙니다.
장용성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도 전날 한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은의 금융안정 목표 측면에서 최근 강남 3구 거래량 증가와 집값 상승세를 상당히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며 "환율 역시 달러인덱스(DXY) 하락에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걱정이 남아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한은의 추가 인하 시점을 5월 이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난번 금통위에서도 대부분 인하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했지만 대외 리스크 확대 가능성을 우려했다"면서 "한은은 4월에 부과되는 미국의 상호관세 효과를 지켜본 뒤 5월에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아울러 시장에서는 한은의 올해 추가 금리 인하가 1~2차례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달 통화정책회의에서 "시장의 (2월을 포함해) 올해 2∼3회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전망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가정과 다르지 않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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