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명과암)④서정진 포화시장 건기식 출사표, 수익성 의문
'기업가치 향상·내실 경영' 거리 먼 '외형확장' 비판 잇따라
셀트리온홀딩스 나스닥 상장…'중복 상장' 꼼수 의혹 여전
2025-03-21 16:20:06 2025-03-21 19:17:45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지난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국내 건강기능식품에 투자해 K-푸드를 키우고 싶다는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포화상태에 도달해 성장이 정체된 건기식 시장에서 제대로 된 수익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이미 대형 제약사들까지 합세한 건기식 사업 경쟁으로 포화상태에 이른 시장에서 후발 진입은 큰 의미가 없다고 평가합니다. 그럼에도 단기간에 일부 건기식 제품 위주로 매출을 늘려 회사 매출 규모를 확대해 외형을 키우려는 셈법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서정진 회장이 외형 확대에 골몰하는 것은 셀트리온홀딩스 상장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특히 서정진 회장은 이 자리에서 셀트리온홀딩스가 올해 4분기부터 대규모 M&A(인수합병)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올해부터 셀트리온홀딩스가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하고, 2년 뒤인 2027년에는 나스닥 상장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정진 회장은 "투자 대상으로 국내에서 인삼과 홍삼 같은 건강기능식품을 눈여겨보고 있다"며 "한국의 K-푸드, 건강식품을 큰 규모로 키워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건기식 시장 경쟁이 치열해 포화상태에 도달한 만큼 서정진 회장의 건기식 사업 계획의 장래성과 성장 전망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일부 주주들 사이에서도 글로벌 항체전문 바이오 기업에서 출혈경쟁이 심한 건기식 사업 진출계획은 무분별한 사업확장이라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죠.
 
한 업계 관계자는 "질적인 성장을 도외시하고 단순한 외형 확장만을 위해 본연의 사업과 무관한 사업에 진출해 부문별하게 계열사를 늘리는 것은 장기적으로 회사의 기업가치와 수익성에 문제가 된다"며 "신규사업 확대, M&A 등으로 외형을 확장해 상장한다 해도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실제로 기업가치가 높아져 주가가 오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피해를 볼 우려가 높아진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약 6조440억원입니다. 이는 5년 전과 비교하면 17% 정도 증가한 수치지만 2023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성장률 역시 2023년부터 급격히 둔화하는 추세입니다. 통계를 보면 최근 5년간 건기식 시장 성장률은 2020년 5.8%, 2021년 10%에서 2022년 8.1%에서 2023년 –0.1%, 2024년 –1.6%로 떨어졌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건기식 M&A, 나스닥 상장' 주주 이익 훼손 비판
 
출자사업을 영위하는 지주회사인 셀트리온홀딩스는 올해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M&A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입니다. 셀트리온 합병에 이어 셀트리온홀딩스 나스닥 상장까지 굵직한 지배구조 개편 전략이 셀트리온 기업가치와 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업계에서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우선 서정진 회장이 공언한 대규모 M&A는 셀트리온 주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셀트리온 최대 주주이죠. 대규모 M&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 지출은 불가피합니다. 여기에 본연의 사업인 바이오와 거리가 먼 건기식 계열사를 인수하더라도 양사가 시너지 효과를 내 과열된 시장에서 차별화된 매출, 수익 구조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기업 가치 제고와 내실 경영에 의문점이 남는 M&A로 인한 주가 하락도 우려되는 지점입니다. 
 
셀트리온홀딩스가 국내가 아닌 해외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중복 상장 논란이 꼬리표처럼 붙습니다. 중복상장은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증시에 상장된 경우입니다. 중복 상장이 문제가 되는 것은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돼 있으면 주주와 경영진 사이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주요 수익사업을 맡고 있는 자회사에 배당을 과하게 받거나 내부 거래로 인위적으로 수익성을 용이하게 조정할 수도 있죠. 이 때문에 외국 증시 상장은 중복 상장 논란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셀트리온홀딩스 나스닥 상장 역시 모자회사 중복 상장 논란에 자유롭지 못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홀딩스 상장이 완료하면 지분 98.13%를 보유한 최대 주주 서정진 회장은 수혜를 누리게 되지만, 주주들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며 "서정진 회장이 구상하고 있는 100조펀드 재원 마련의 시작점으로 셀트리온홀딩스를 상장한다는 계획은 매력적일 수 있지만 실현 가능한지는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2023년 10월 기자간담회에서 셀트리온그룹 사업 현황 및 합병 후 계획, 비전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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