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하·김성은 기자]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심판 선고일을 발표한 가운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2심과 윤석열씨 탄핵심판까지 '슈퍼 사법위크'의 막이 올랐습니다.
21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3월 마지막 주는 대한민국의 명운이 걸린 '운명의 한 주'로 평가받습니다. 앞서 헌재가 윤석열씨의 탄핵심판의 시급성과 중대성을 고려해 신속하게 심리하겠다고 했으나, 한 총리에 대한 선고일이 먼저 고지됐는데요. 이에 따라 24일 한 총리의 탄핵선고를 시작으로 26일 이 대표의 선거법 항소심이 있고 난 후 윤석열씨에 대한 탄핵 심판도 나올 전망입니다. 현재는 28일이 유력합니다. 이 같은 관측은 헌재가 주요 사건을 이틀 연속 다루지 않았던 관례와 이보다 앞서 두 차례 전직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금요일에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탄핵 정국을 결정할 관전 포인트는 △한덕수 탄핵심판 △이재명 항소심 △윤석열 탄핵심판 △조기 대선 레이스 등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19일 서울 헌법재판소에 진행된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①한 총리, 탄핵심판 '기각' 가능성↑
헌재가 지난 20일 한 총리 탄핵심판 선고일을 발표했습니다. 헌재가 한 총리의 탄핵심판에서 다루게 될 문제는 국회가 제시한 5가지 문제인데요. 국회가 밝힌 탄핵 사유는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씨의 12·3 내란 행위를 공모하고 묵인·방조한 혐의 △김건희·채상병 특검법 거부 △한동훈·한덕수 공동 국정운영 발표 △내란 상설 특검 임명 회피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등입니다.
책임 소재로 보면 국무총리로서 행위와 대통령 권한 대행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태호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각하보단 기각 가능성이 높다고 보인다"며 "권한 대행으로서 헌법재판관 임명과 특검법 거부는 위법성을 있으나, 앞서 있었던 검찰 탄핵 사유처럼 탄핵에 해당할 정도는 아니라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비상계엄 관련 내용도 핵심으로 볼 수 있으나, 검찰 쪽에서 증거를 제출하지 않아 변론기일도 단 하루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각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노희범 변호사이자 전 헌법재판연구원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습니다. 그는 "한 총리가 위법한 행위를 한 것은 맞다고 보지만, 그렇다고 탄핵에 이르는 중대한 위법이라고 보기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내란 동조 혐의에 대해서는 "입증할 만한 증거나 조사가 없었고,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의 행동에 반대했다고 일관되게 말한 점이 탄핵까지 이르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고 답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한 총리의 탄핵이 기각될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는데요. 한 여권 관계자는 "국정의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고려해 한덕수 총리의 탄핵은 기각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부 법조계에도 헌재가 정치적 판단을 통해 한 총리의 탄핵을 기각하고, 윤씨에 대한 탄핵 인용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가 임박하고 대검찰청이 윤 대통령 구속 취소 즉시항고 포기 입장을 밝힌 8일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열린 야5당 공동 범국민대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②이재명, 대선 행보 최대 변곡점 '2심'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 항소심 선고기일이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1심에서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선고받았는데요. 2심에서도 일부 감형되거나 1심에서 판단한 형이 유지된다면 이 대표의 대권 행보에 차질이 예상됩니다. 또 해당 판결에 상고할 경우 대법원 판결이 언제 선고되는지에 따라 출마 여부도 좌우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2심도 1심의 결과가 유지된다면 지금까지 이 대표를 중심의 '단일대오'가 깨질 가능성도 언급됩니다. 3월 초 이 대표가 유튜브 채널 <매블쇼>에 출연해 21대 국회에서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졌던 것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비명계가 검찰과 내통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요. 당시 비명계의 거센 반발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여권은 이런 부분을 띄우며,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부각하고 있습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대표는 현재 8개 사건에서 12개 혐의로 5곳의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며 "사법부는 야당 대표와 관련한 사건에 대해 엄정하고 신속한 재판 결과를 내려줄 것을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당 안철수 의원도 이 대표를 향해 "대법원 판결이 유죄가 나올지 무죄가 나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어떻게 선택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2심에서 이 대표가 무죄를 받을 가능성도 점치고 있는데요. 지난달 28일 헌재 산하 헌법재판연구원이 '선거 과정에서 허위 조작 정보 대응을 위한 비교법적 연구'란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는데요. 내용을 살펴보면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의 자유를 너무 제한한다"는 취지입니다. 앞서 이 대표 측은 비슷한 취지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한 바 있어 재판부도 관련 내용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내란수괴 윤석열 신속파면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③윤, 탄핵심판 선고 28일 '유력'
윤석열씨 탄핵심판 선고 가능성도 높아졌습니다. 윤씨 선고 지연 이유 중 하나로 여겨졌던 한 총리 선고가 오는 24일로 정해졌고, 국정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헌재를 향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선례를 중요시 여기는 헌재가 이틀 연속 주요 사건을 선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26일 탄핵심판의 가능성도 낮습니다. 더불어 이날은 전국 고등학교을 대상으로 모의고사가 치뤄져, 헌재 인근 학교에 휴교가 어렵다는 점도 거론됩니다. 27일은 헌재가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에 일반 사건에 대한 선고를 진행하기 때문인데요. 결과적으로 앞서 두 번의 대통령 탄핵심판이 있었던 금요일인 28일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각각의 이유를 들어 윤씨 탄핵이 '인용' '각하' '기각'을 주장하고 있는데요. 먼저 민주당은 재판관 8인의 '만장일치 인용'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기각이나 각하 결정은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화하는 꼴이라는 게 그 이유입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재판관 만장일치로 헌법파괴자 윤석열 파면을 결정할 것"이라며 "탄핵 기각 결정은 언제든지 비상계엄을 선포해 누구든 체포·살해할 수 있다는 면허증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여당에서는 기각 또는 각하를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윤씨 석방을 신호탄으로 민주당의 줄탄핵 대상이었던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이 복귀하면서 기대감이 커졌습니다. 예상보다 헌재의 탄핵 심판 선고일 지정이 늦어지는 점도 기대감을 키우는 요소입니다. 재판관 사이 이견을 절충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추측입니다.
여기에 윤씨의 구소취소까지 이뤄지면서 여권 내에서 윤씨의 직무 복귀에 대한 '희망 회로'를 안겼기 때문인데요. 국민의힘은 기세를 몰아 탄핵 기각·각하 목소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김기현·나경원·윤상현 등 국민의힘 의원 32명은 이날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탄핵심판이 기각 또는 각하돼야 한다"고 외치기도 했습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왼쪽부터),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이 여권의 유력 대권 주자로 꼽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④윤, 파면 시…4월 초 '조기 대선' 본격화
헌재가 다음 주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윤씨의 탄핵을 인용하면 조기 대선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민국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르면 '대통령이 궐위 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대통령 권한대행이 선거를 공고하면 대선 레이스가 본격 가동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일각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그간에 위헌적 행보에 따라 차기 대통령선거를 당분간 미룰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는데요. 공직선거법 제34조 제1항에 따르면 '대통령의 궐위로 인한 선거 또는 재선거는 그 선거의 실시사유가 확정된 때부터 60일 이내에 실시하되, 선거일은 늦어도 선거일 전 50일까지 대통령 또는 대통령 권한대행자가 공고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때문에 차기 대통령 선거를 치르려면 최 권한대행이 대통령 선거를 공고해야 합니다. 그러나 다수의 법조계 관계자는 "탄핵이 인용된 후 선거 공고를 안 하게 되면 정무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있을 것으로 보여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야권에서는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란 수식으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각종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30~40%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강력한 대권 후보로 올랐는데요. 다만,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발목을 잡게 되면 야권의 잠룡으로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김부겸 전 총리,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반면 '내란 방조'란 오명을 받고 있는 국민의힘은 대선후보가 난립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인물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이 밖에도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안철수 의원, 한동훈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등이 있는데요. 다만, 한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을 제외하고 '명태균 게이트'에 걸린 후보들은 수세적인 대응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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