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궤도 오른 UH-60 수주전…대한항공 vs KAI ‘격돌’
130여대 9600억 규모 성능 개량
대한항공 “실제 생산·정비 경험”
KAI “체계종합업체의 설계 역량”
2025-03-24 14:19:21 2025-03-25 10:31:03
 
[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대한항공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국군 중형 특수작전용 헬기의 성능을 개량하는 ‘UH/HH-60 성능 개량 사업’에서 본격적인 수주전을 펼칠 예정입니다. 약 9600억원이 투입되는 이번 개량 사업을 두고 대한항공은 생산 경험을, KAI는 설계·해석 역량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UH-60(블랙호크) 헬기가 목표 지역에 착륙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24일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오는 25일까지 입찰 등록 업체로부터 제안서를 받고, 평가를 거친 뒤 업체 결정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이번 사업은 UH-60(블랙호크)와 개량형 모델 HH-60의 항공전자 시스템을 디지털화하고 기동성을 높인 기체 구조를 개발하는 게 골자입니다. 이를 통해 UH-60의 운용 기간과 작전 수행 능력을 향상시킬 계획입니다. 기간은 오는 2031년까지 9613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진행됩니다.
 
UH-60은 미국 록히드마틴의 자회사인 시코르스키사가 개발한 중형 다목적 수송 헬기로 세계 각국에서 쓰이는 군용 헬기의 스테디셀러입니다. 1990년 국군 도입이 결정돼 현재까지 국내에서 130여대가 운용되고 있습니다. HH-60은 레이더와 적외선 전방 주시장치(FLIR)을 통해 야간 작전 능력을 높였습니다.
 
군이 운용하는 UH-60은 기체 노후화로 2010년대부터 성능 개량 소요 제기가 있었고, 지난 2022년 4월 제143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사업추진기본전략이 심의·의결됐습니다. 군은 이번 성능 개량을 토대로 UH-60 지속적으로 운용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UH-60을 대체하기 위한 ‘차세대 고속 중형기동헬기’ 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번 사업에 참여하는 대한항공과 KAI는 서로 다른 강점을 토대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에 두 회사는 국내외 업체들과 협업을 통해 수주전 대비에 나섰습니다.
 
대한항공은 1990년부터 대한항공 부산테크센터에서 UH-60 헬기 138대를 면허생산 방식으로 생산해 군에 납품했습니다. 현재까지 30년 넘게 국군과 미군의 UH-60 창정비를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창정비는 기체를 부품 단위로 분해한 후 검사·수리해 최초 출고 때와 같은 성능을 발휘하도록 하는 정비 개념입니다.
 
대한항공은 LIG넥스원, 미국 콜린스 에어로스페이스와 함께 사업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LIG넥스원은 국군 헬기 수리온(KUH)와 소형무장헬기 미르온(LAH)에 탑재되는 무장관리컴퓨터, 통합전자지도컴퓨터 등을 생산한 경험이 있습니다. 군용기 전문 제작 기업 콜린스는 항법 체계와 조종석 개량을 맡을 것으로 보입니다.
 
KAI는 수리온과 미르온 등 국산 헬기를 직접 설계·생산한 경험을 토대로 설계 해석, 제작, 시험 등에서 강점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KAI는 2010년부터 초도 비행과 양산을 시작한 수리온의 체계 개발을 수행했습니다. 이후 소형무장헬기, 소형민수헬기, 상륙기동헬기 등 파생형 모델을 만들어왔습니다. 지난해에는 이라크와 1300억 규모의 수리온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국산 헬기 첫 수출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KAI는 한화시스템, 이스라엘 엘빗 시스템즈와 협업을 이뤘습니다. 한화시스템은 수리온과 미르온에 각종 전자전장비를 납품한 이력이 있습니다. 전자 장비 전문 업체 엘빗 시스템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레드백 장갑차에 각종 방호, 센서 등을 납품한 바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국산 헬기 수출이 시작되는 가운데 이번 성능 개량 사업으로 한국 방위산업의 기술력이 한층 도약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성능 개량 사업은 국산 항공 산업의 성장 측면에서 중요한 사업 중 하나”라며 “K-방산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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