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은퇴 연령대에 속하는 우리나라 66세 이상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또 한국의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20%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에 머무르면서 성평등 분야에서도 개선이 필요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량도 미국·일본·독일에 이어 4번째로 높아 기후위기 대응도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적연금 미성숙' 탓에 가난한 한국 노인
통계청 국가통계연구원이 24일 발간한 '한국의 SDG(지속가능발전목표) 이행현황 2025'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10여년간 일부 영역에서는 성과를 냈지만 여전히 소득 불평등, 성평등, 기후 대응, 생물다양성 등에서는 뚜렷한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선 2023년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은 14.9%로 전년과 동일한 수준이었습니다. 상대적 빈곤율은 한 사회 내에서 중위소득(중간값)의 50% 이하인 사람들의 비율을 말합니다. 지난 2011년(18.5%)부터 2021년(14.8%)까지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2022년(14.9%) 소폭 상승 후 정체하고 있습니다. 특히 66세 이상 고령층의 빈곤율은 무려 39.8%로, OECD 38개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노인 빈곤율이 높은 주요 원인으로는 공적연금의 미성숙이 꼽혔습니다. 2019년 기준 한국의 현금급여 사회지출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5.0%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았습니다. OECD 평균(11.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칠레(4.6%), 멕시코(3.5%)보다도 낮았습니다.
자산 불평등도 심화했습니다. 지니계수를 보면 소득 불평등은 완화됐지만 자산 불평등은 오히려 심화했는데요. 처분가능소득 지니계수는 0.323으로 2011년(0.387) 대비 지속적으로 하락했습니다. 반면 순자산 지니계수는 0.605로 2018년 (0.588) 대비 지속적으로 상승했습니다. 처분가능소득 지니계수는 벌어 쓸 수 있는 돈의 격차, 순자산 지니계수는 가진 재산의 격차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지니계수는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경제적 지표로, '0'이면 완전 평등, '1'이면 완전 불평등을 뜻합니다. 지니계수가 높다는 것은 소득이나 자산의 격차가 커서 불평등 심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반면 지니계수가 낮다는 건 소득이나 자산이 골고루 분포해 평등하다는 것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0.4 이상이면 심각한 불평등으로 평가됩니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노인들이 무료 배식을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사진=뉴시스)
성평등 지표도 저조…여성 정치 참여율 OECD 최하위권
성평등 지표도 저조했습니다. 여성의 정치 참여율은 OECD 평균에 크게 못 미쳤는데요.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20.0%로, OECD 38개국 중 35위로 최하위권 수준이었습니다. OECD 평균치인 34.1%와 비교하면 크게 떨어지는 수치입니다. 한국의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988년 2.0% 수준에서 크게 증가했지만, 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임을 보여줬습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자급 여성 공무원 비율도 낮았습니다. 2023년 기준 국가 공무원 여성 비율은 42.3%에 달했지만, 4급 이상 관리자급은 23.2%에 그쳤습니다. 지자체 역시 전체 여성 공무원 비율은 50.4%지만, 5급 이상 관리자급은 30.8%에 머물렀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도 제자리걸음이었습니다. 2022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7억2429만톤으로, 2011년(7억2164만톤)보다 0.37% 증가했습니다. 2021년 기준 OECD 국가 중 한국 배출량은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4번째로 많은 수치입니다.
2022년 1인당 연 유해폐기물 발생량도 120kg으로 2011년(72.1kg), 2022년(115.8kg)에 비해 각각 66.5%, 3.7% 증가했습니다. 반면 재활용률(65.0%)도 2011년(57.1%) 대비 7.9%포인트 증가했습니다. 2023·2024년 멸종 위험을 나타내는 적색목록지수 역시 0.68로 2011년(0.74)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했습니다.
한편 2021년부터 발간하고 있는 한국의 SDG 이행현황은 빈곤퇴치, 기후변화 대응 등 지속가능발전 17개 목표별 한국 현황을 분석한 보고서입니다. 2011년부터 최근까지 OECD 주요국과의 비교를 통해 한국의 현 위치를 점검하는 목적으로 발간하고 있습니다.
한눈에 보는 한국의 SDG 이행현황. (출처=통계청)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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